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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자락을 적시며 흐르는 물줄기
▲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물줄기가 시원하게 흐르고 있다. 치악산 자락을 적시며 흐르는 물줄기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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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인류역사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4대 문명의 발상지 역시 물이 존재하는 강 유역이고, 선사시대의 유적들 또한 대부분 강가나 바닷가에서 발견된다. 물은 인류의 갈증을 풀어주기도 하고, 무한한 자원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는 젖줄이기도 하다.

이렇게 인류에게 큰 선물이자 젖줄이 되는 강은 높은 곳에서 한방울의 물로 시작된다. 우리는 그곳을 발원지라 부른다. 강원도 태백에는 그러한 물의 발원지가 2곳이나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황지연못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8일 함백산 일출을 보고 태릉선수촌 태백분촌을 만나는 길을 따라 태백 시내로 바로 내려올 수 있었다.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은 태백시내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의아스럽기도 하고, 경이롭거나 신비감이 다소 떨어지기도 하다.

황지연못은 황지공원으로 조성되어 있고, 주민의 아늑한 휴식처다
▲ 황지연못의 주변풍경 황지연못은 황지공원으로 조성되어 있고, 주민의 아늑한 휴식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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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연못 주변은 황지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이른 아침에 찾은 황지연못에는 사람들의 분주함이 아침의 신선한 활력소를 만들어내고 있다. 자기 집 앞마당 쓸 듯 정성스레 비질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아침산책을 나오신 듯 벤치에 앉아 아침기분을 느끼고 계신 분들도 있다.  이른 아침부터 낯선 이방인들이 연못주변을 맴도는게 이상한 듯 초등학생쯤 되보이는 한 녀석이 조심스런 시선을 던져두고 간다.

황지연못에는 "낙동강 천 삼백리 예서부터 시작되다"라고 쓰인 표지석이 자리잡고 있다.
▲ 낙동강의 발원을 알리는 표지석 황지연못에는 "낙동강 천 삼백리 예서부터 시작되다"라고 쓰인 표지석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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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공원내에는 "낙동강 1,300리 예서부터 시작되다" 라고 새겨진 커다란 비석이 세워져 있다. 낙동강 525km의 발원지로 이곳에서 출발한 물줄기는 황지천을 따라가다 구문소를 지나고,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의 대지를 적신 뒤 을숙도를 거쳐 남해로 빠져나간다. 황지연못은 크게 상지,중지,하지로 나뉘어져 있는데, 상지에서만 하루에 5천톤의 물이 용출된다고 한다.

이 작은 연못에서 그 많은 물이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태백시내 주변의 태백산,함백산,매봉산,백병산 등의 산줄기를 타고 흐른 물들이 땅속으로 스미면서 모여 연못을 이룬다 하는데 지도를 찾아보니 동쪽으로는 백병산,남쪽으로는 태백산,서쪽으로는 함백산과 매봉산이 태백시를 겹겹히 두르고 있다.

황지연못은 태백 시내에 자리잡고 있으며,상지,중지,하지로 나뉘어져 있다.
▲ 황지연못의 상지 황지연못은 태백 시내에 자리잡고 있으며,상지,중지,하지로 나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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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연못의 상지는 옅은 청록색을 띠고,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잔잔한 수면이 묘하게 떨리고 있다. 상지와 중지 사이에는 징검다리가 놓여 있는데, 그 사이로 물이 '뽈뽈뽈' 나오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저 작은 흐름의 시작이 525km의 큰 강줄기를 이루다니 또 한번 놀랍기만 하다.

한강의 발원지임을 알리는 검룡소 표지석
▲ 검룡소 입구 검룡소 표지석 한강의 발원지임을 알리는 검룡소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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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연못이 태백시내 중심에 있다면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는 함백산의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만나는 금대봉과 대덕산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7만5천분의 일 지도를 펼쳐 검룡소를 시작으로 한강 발원을 따져보니 대략 20페이지 이상을 넘나들어야 북한강과 합쳐지는 양수리에 닿는다. 그만큼 커다란 굴곡을 그리며 굽이치는 험난한 여정이 많다.

검룡소 찾아가는 길은 자연을 만끽 하는 길이다.
▲ 검룡소 찾아가는 길 1 검룡소 찾아가는 길은 자연을 만끽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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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를 출발한 한강의 발원은 골지천이 그 시작이고, 임계와 아우라지의 고장인 정선을 거쳐 동강이 되고, 영월을 거치면서 남한강이라는 지명을 얻게 된다. 단양의 온달산성 아래를 흐르고, 도담삼봉을 쓰다듬으며 드넓은 충주호로 들어선 뒤, 임진왜란의 한을 남긴 신립장군의 탄금대와 여주의 신륵사를 감싸 흐른다. 여주와 양평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금강산을 발원으로 하는 북한강과 두물머리에서 정겹게 만난다. 무려 514.4km에 이르는 대장정이다.

검룡소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징검다리를 통해 건널 수 있다.
▲ 검룡소 찾아가는 길 2 검룡소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징검다리를 통해 건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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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 관리사무소에서 검룡소까지는 약 20분정도 소요가 되는데, 청정한 기운과 맑은 소리를 간직한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는 상쾌한 산책길이다. 잠자리의 비상한 날개짓에 잠시 한눈도 팔고, 달콤한 꿀을 따느라 정신없는 곤충들에게도 따뜻한 시선이 머문다.

울창한 침엽수사이로 걷는 기분은 참 좋다.
▲ 검룡소 찾아가는 길 3 울창한 침엽수사이로 걷는 기분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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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자연을 벗 삼으며 가다보면 작은 징검다리가 있는 물길을 지나기도 하고, 오롯한 숲길도 기분좋게 걷는다. 하늘을 향해 뻗은 울창한 침엽수사이로 햇살 한줄기가 땅을 적신다. 연인이 손 잡고 걸어가는 전경이 인상적이다. 거나하게 심호흡을 하며 걷는 나는 다른 누가봐도 이상하지 싶다.

검룡소의 물줄기가 폭포를 이루고 있다.
▲ 검룡소 풍경 검룡소의 물줄기가 폭포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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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의 광명정기 예 솟아 민족의 젖줄 한강을 발원하다"라는 표지석이 있고, 검룡소 주변은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보호차원의 인위적인 장벽인데 적절한 듯 하다. 이끼 보호지역이라서 출입이 금지되었기 때문인데 나무데크가 설치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사람들의 이기심과 몰이해로 많이 망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우리네 사람들한테는 자업자득인 셈이다.

검룡소는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기 위해 한강을 거슬러 이곳 소로 들어가려던 몸부림의 흔적이라고 하는데, 매일 석회암반을 뚫고 2,000t이상의 물을 뿜어내는 모양새를 보니 과연 그 거대한 몸부림이 절로 느껴지는 듯 하다. 모든 강이 마찬가지지만 그 발원을 찾고자 하면 참 많다. 하지만, 검룡소는 국립지리원에 의해 한강을 이루는 최고로 긴 발원지로 공식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검룡소에서 출발한 물줄기는 골지천이 되어 아우라지에서 송천과 합류하여 임계,정선으로 흐른다.
▲ 정선의 아우라지 풍경 검룡소에서 출발한 물줄기는 골지천이 되어 아우라지에서 송천과 합류하여 임계,정선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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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를 내려오는 길. 오면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들이 하나 둘 펼쳐진다. 검룡소를 향해 앞만 바라만 보고 갔던 풍경이 되돌아 오면서는 눈에 낯선 새로운 풍경이 된다. 같은 길이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사뭇 다르다.

검룡소를 출발한 물길을 따라 나도 걷는다. 이대로 골지천과 동강을 거치고, 남한강의 큰 물줄기가 되어 두물머리에 이르고 싶다. 문득 떼돈을 번다는 유래의 아우라지가 생각난다. 물론 험한 물줄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는 위험부담은 많았겠지만, 뗏목을 이용해 서울까지 목재를 날랐던 옛 사람들의 기분은 과연 어땠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황지연못은 입장료는 없으나, 주변 주차할 곳이 없어 유료 주차해야 합니다. 황지연못에서 검룡소까지는 35번 국도 임계방면으로 고원자생식물원(해바라기 축제장)을 지나 약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검룡소 입구에서 검룡소까지는 약 1.3km로 20분정도 소요되는 길입니다.

태백 주요여행지 :
① 황지연못-검룡소-용연동굴-구문소-석탄박물관-만항재-정암사
② 검룡소-황지연못-(38번국도)-통리 미인폭포-스위치백(나한정-흥전역)-도계읍내(영화 '꽃피는 봄이오면'촬영지



태그:#황지연못, #태백, #검룡소, #한강,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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