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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의원 홍보활동, 지켜보겠다.

책상머리에서의 공상과 주장은 현장의 생생한 증거를 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현장을 찾아 나선 이재오 의원의 태도는 평가받아야 한다. 더구나 추석 명절을 반납하고 경부운하의 진실을 머리가 아닌 발로 만나겠다는 이 의원의 실천은 점수를 줄만하다.

하지만 ‘국민들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왜곡과 의혹의 눈길이 많다’거나, ‘이번 발걸음을 계기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과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라는 취지는 불안하다. 현장탐방을 경부운하의 실체를 이해하고 배우려는 목적이 아니라, 현장을 빌어 뭔가를 주창하기 위한 이벤트로 기획했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번 둘러보는 것만으로 구체적 계획이 수립되고 비전이 세워질 것이라는 발상은 경부운하에 대해 얼마나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고 자신의 역량에 자만하고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반대의견이 현장에 근거를 둔 것인지, 얼마나 과학적이고 현실적인지 온몸으로 부딪쳐 볼 것”이라는 발언도 적절치 못하다. 자신이 반대운동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겠다는 엄포이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분들의 충심과 우려를 이해하고 반영하겠다는 진지함이 아니라, 이들을 흠잡기 위한 증거를 찾겠다는 속셈이 건전하지 않다.

이재오 의원의 560km 대장정이 ‘현장의 목소리’를 핑계로 왜곡된 이미지를 홍보하는 정치이벤트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부당한 짜깁기와 불합리한 해설로 허황된 공약을 포장하는 쇼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환경연합은 이재오 의원의 4박5일을 동행키로 했다. 이재오 의원과 같은 방법으로 이동하고, 이재오 의원이 만나는 사람들을 함께 이야기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이재오 의원의 배움에 대해 이해를 높일 것이며, 우리의 생각을 전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의원이 과하게 주장하거나 왜곡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적하고 토론할 것이다.

환경연합은 이명박 후보측의 “경부운하에 대한 국민의 반대와 우려가 운하 공약에 대한 이해 부족이므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우려해 왔다. 경부운하공약의 주요 내용(운임, 노선, 구조, 경제성, 식수대책 등)조차 공개하지 않거나, 수시로 바꿔서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뭘 홍보하겠다는지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필요한 것은 홍보가 아니라, 공약을 합리적으로 수립해 공개하고, 이를 두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이 기획됐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구나 이명박 캠프는 이미 7월 중순에 환경연합에 공개 검증토론회를 제안한 적도 있으니, 이제라도 약속을 지켰으면 했다. 경부운하 공약의 핵심을 공개하고, 이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객관적 자료를 두고 과학적으로 논쟁하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환경연합은 이재오 의원의 자전거 탐방을 다소의 우려와 기대를 함께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불편한 동행을 통해 경부운하에 대한 합리적 토론을 촉구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태그:#경부운하, #이재오,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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