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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피자를 자주 먹을 때 보면 피자 고명 중에 50원 동전 크기의 까만 고명이 있었다. 색깔에 비해 먹어보면 맛있었다. 그래서 먹을 때 마다 ‘이게 뭐꼬?’하면서 먹었고 색깔에 대한 선입견으로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면 얼씨구나 대신 먹어주곤 하였다. 그런데 그 까만 것이 알고 보니 올리브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이 올리브로 만든 기름이 식용유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예전 자일리톨 껌이 껌의 세계를 평정해 버렸듯이. 나 또한 서양 사람들이 주로 요리에 이용한다는 말에 호기심으로, 그리고 올리브유가 우리나라 참기름처럼 진국이라는 말에 기존 식용유에 비해 좀 더 비싸도 개의치 않고 썼다.

올리브유로 생선을 굽는 다든가 계란 프라이를 하면서의 느낌을 말하자면 어째 기존의 콩기름, 옥수수기름보다 삼박하게 구워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엔 냄새가 좀 적응되지 않았으나 올리브유가 좋다니 자꾸 쓰면서 적응해 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러던 와중 트랜스지방에 대해 말들이 많아지자 모 통닭업체가 자기네들은 올리브유 중에서도 최상인 '엑스트라 버진'을 쓴다는 광고를 하며 통닭가격을 2천원인가 올려서 팔았다. 그에 발맞추어 나 또한 어쩌다 한번 통닭을 시켜먹을 때 '단돈 몇천 원인데 뭐'하며 엑스트라 버진을 쓴다는 통닭을 시켜먹곤 하였다.

그런데 올리브유가 마트의 식용유코너를 거의 평정하듯 차고 들어앉자 어느 날 문득 회의가 들었다. 정말 저들이 다 100% 올리브유일까. 혹 색깔만 그럴듯한 것은 아닐까. 물론 시중의 올리브유는 각 회사들마다 정성껏 만들었을 것이다. 그 믿음직스럽고 세련된 용기만큼이나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올리브의 존재를 가까이서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진짜 올리브기름의 맛과 향을 모른다. 참기름을 예로 들어보자. 나는 시골에서 자랐기에 참기름 맛을 확실히 안다. 시중에서 아무리 순순 참기름이라 해도 그것이 진짜 방앗간에서 깨를 볶아서 짠 참기름과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주로 시댁에서 주는 깨로 직접 참기름을 짜먹기 때문에 대량 가공되어 나오는 참기름을 사먹을 일이 없는데 어쩌다 명절 선물 세트에 끼인 참기름을 한번 먹어볼라치면 정말 색깔은 똑같은데 맛은 그게 아니었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몇 년 전엔 그 이유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적이 있었다. 즉 업체들이 참기름처럼 보이려고 캐러멜 류를 넣었다는.

아무튼, 나이 좀 있으신 어머니들은 진짜 참기름 맛을 다 알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특별히 올리브유를 경험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진짜 올리브유가 어떤지 모른다. 진짜 올리브유는 내가 진짜 참기름과 시중 참기름을 구분하듯이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올리브유라도 가격이 다 같은 것이 아니라 비싼 것도 있고 그냥 대중적인 것도 있지 않나 말이다.

물론 식용유회사들은 올리브유를 최대로 맛있고 정직하게 만들겠지만 시중참기름과 방앗간에서 직접 짠 참기름의 차이처럼 차이가 나는지 어떤지 우리는 모른다.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올리브유란 말만 믿고 너무 올리브기름을 남용하지 말았으면 한다. 올리브유도 결국은 기름이 아닌가. 지금 시대는 지방을 되도록 줄여야 되는 시대가 아닌가 말이다.

조상들은 무슨 기름으로 '찌짐'을 부쳤을까

▲ 들깨로 짠 들기름
ⓒ 정명희
언젠가 멋도 모르고 참기름만으로 김을 구운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순도 100%의 참기름으로 구웠으면 그 만큼 맛있어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썼다. 그래서 왜 그런가 하고 엄마에게 물었더니 식용유랑 섞어야 된다고 하였다. 참기름은 발화점이 낮아서 바로 타버리기에 탄내가 나는 것이었나 보았다.

"그러면 예전엔 무엇으로 '찌짐'을 했어?"
"그땐 들기름으로 했지. 들기름이 없으면 피마자기름으로도 하고. 요샌 슈퍼에 찌짐 부치기 좋은 기름들이 많으니 다들 흥청망청 쓰지만 예전엔 기름도 귀했단다."
"아하, 들기름이 있었구나."

그때부터 나는 들기름을 요리에 이용해 볼까 생각하였다. 그러나 시중 식용유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였다. 있는 식용유 다 먹으면 그땐 정말 들기름을 써야지 해도 그 식용유가 떨어지지 않았다. 떨어질라 치면 또 시어머니께서 명절에 선물로 들어왔다면서 서너 병씩 주곤 하였기 때문에 도무지 기름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식용유를 들기름으로 대체한 계기가 왔다. 집들이차 대전친구네에 놀러갔다가, 김이 하도 맛있어서 왜 이리 꿀맛이고 하면서 친구네 머무는 동안 김만 싸먹은 적이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김이기에 이렇게 맛있지?"
"들기름으로 구웠어."
"들기름?"
"응, 경상도는 들기름 잘 안 쓰지. 충청도는 들기름 잘 먹어. 볶을 때도 들기름 많이 써."

"오호, 그렇구나. 난 들기름은 참기름에 비해 참스럽지(?) 못하고 한물간 기름인줄 알았는데.(웃음) 그러나 식용유보다는 낫겠지 싶어 한번 써 봐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했는데 진짜 이제부터는 써야 될까봐."

그 후, 시어머니께 식용유 대신 들기름을 먹겠다고 하며 들기름을 부탁하였다.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은 시어머님은 진즉에 들기름을 짜줄 것을, 하며 흔쾌히 응해 주셨다. 몇 번은 그렇게 얻어먹다가 이제는 그냥 들깨만 달라고 하여 내가 직접 방앗간에 가서 짜먹는다.

간장, 된장, 고추장에서 그러했듯이 들기름 짜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역시 조상들의 슬기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이야 기계로 볶고 기계로 짜지만 옛날엔 어떻게 기름을 추출했는지 그 방법이 몹시 궁금해졌다.

그동안 부침이나 볶음요리, 혹은 생선을 구울 때 각종 식용유나 올리브유를 썼다면 이제는 들기름을 한번 써보면 어떨까. 물론 기름이 많이 필요한 튀김요리 같은 경우는 들기름을 쓰기엔 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튀김의 경우는 일반 식용유를 쓰고 볶거나, 굽거나, 부칠 때는 꼭 '들기름'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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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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