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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거? 내 손안에 있다" 미국 중간선거를 이틀 앞두고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아, 선거의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EPA=연합뉴스(자료사진)
투표 이틀을 남겨둔 미국의 중간선거에 지난주 케리의 이라크 실언에 이어 5일 불어닥친 '사담풍'이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이라크 고등법원은 5일 사담 후세인에게 148명의 시아파 무슬림 주민을 고문하고 학살한 혐의 등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의 사형 판결과 관련하여 발표한 성명에서 "사담 후세인에 대한 (사형)판결은 학정을 법치로 대치하려는 이라크 국민들의 노력속에서 세워진 하나의 이정표"라고 선언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라크의 자유를 위해 희생해온 미군 남녀 병사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은 미국의 안보를 위해 희생해왔다"면서 "그들의 용기와 솜씨가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후세인 사형) 판결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성명은 후세인의 사형 판결을 '이정표'적인 사건으로 해석하고, '이라크의 자유'와 '미국의 안보'를 연결시켜 이라크전을 절묘하게 정당화하고 있으며, 후세인의 사형 판결을 이라크전 성과의 결정판인 것 처럼 묘사하고 있다.

부시, 궁지에 몰린 선거국면 반전 호기

이에 앞서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부도 사담 후세인의 사형 판결을 놓고 한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공화당 상원 캠페인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돌 의원은 NBC의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하여 "민주당은 (이라크전의) 패배에 만족하려는 것 같다"고 비꼬면서 "사담 후세인의 사형판결은 이라크인들이 이제 (불행한) 과거사를 청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램 임마누엘 민주당 하원 선거위원장은 "우리는 이라크전에서 이기길 원하며, 새로운 방향을 원하고 있다"면서 "사담이 토굴에서 생포된 이후 이라크전은 한치도 진전되지 않았고, 미 국방성 시계 바늘은 이라크의 혼란을 가리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이라크전에 대한 정당성을 옹호하며 이번 선거전에 정면 대응을 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부시 대통령이며, 선거 막판에 나온 후세인의 사형 판결을 적극 이용할 태세다.

부시와 공화당은 2004년 대선에서 '후세인 생포'를 대 테러전의 성과물로 내세워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고, 이번에는 '후세인 사형'을 내세워 궁지에 몰린 선거국면을 타개해 보겠다는 심산이다.

▲ 부시 대통령(왼쪽)이 지난 5일 캔자스주 토피카 소재 캔자스 엑스포센터에서 벌어진 짐 륜 하원의원(오른쪽) 지원을 위한 2006 캔자스 승리의 집회에서 륜 의원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 EPA=연합뉴스
양당, '후세인 효과' 아전인수 해석

그렇다면 공화당과 부시 대통령이 내세우는 '사담 후세인' 카드가 과연 선거전 막판에 어느 정도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현재 양당 후보들은 사담 후세인의 사형 판결을 '제논에 물대기' 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화당 후보들은 사담 후세인의 사형판결이 유권자들에게 미국이 이라크전을 통해서 독재자를 축출하여 이라크에 자유를 가져오는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각시켜 공화당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 후보들은 사담의 사형판결이 오히려 그의 체포후에 이라크전이 더욱 지지부진해졌다는 점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어 민주당에 불리할게 없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많은 미국민들이 사담이 2003년 12월 붙잡혔을 때부터 그가 교수대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해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표심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즉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사담의 재판 결과에 관계없이 이미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시카고 트리뷴>의 워싱턴 특파원 프랭크 제임스는 5일 "그동안의 각종 여론조사들을 기준으로 볼 때, 미국 유권자들의 불만은 사담 후세인이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이라크전이 '실수'였다는 것"이라면서 "현재의 시점에서 미국민들의 최대 관심은 이라크의 질서가 무너지지 않고 미군이 얼마나 빠른 시일내에 철수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브라이언 놀튼 기자도 "아직 후세인 효과가 어느 정도 일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공화당이 후세인의 사형선고를 선거 막판에 이용하는 것이 승리로 가는 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선거 막판에 불어닥친 사담풍이 미풍으로 끝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와 민주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퓨 리서치센터가 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들이 47%인 반면, 공화당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43%로 4%P 차이를 나타냈다. 이같은 수치는 2주전 워싱턴 포스트와 ABC 뉴스의 여론조사에서 각각 50% 대 39%였던데 비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지지율 회복하는 공화... 민주, '막판 뒤집기될라' 고민

▲ 테네시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해럴드 포드(오른쪽)가 5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일리노이)과 함께 유세장에 들어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 EPA=연합뉴스
퓨 리서치센터의 앤드류 코헛 소장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6일 <뉴욕타임스>에 "투표일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공화당에 상승의 징조가 나타났다"며 사담풍이 단지 미풍이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

전문가들은 선거 막판에 정당 또는 후보에 대한 지지도 차이가 줄어드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여론조사 결과에 아연 활기를 되찾고 있다.

공화장 의장 켄 멜만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보수주의자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투표당일) 막상 선택이 주어질 때 어떤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이에 대해 램 임마누엘 민주당 의원은 "선거 막판에 차이가 좁혀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피한 현상"이라면서도 "그것(여론조사 결과)이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분명한 것은 선거 막바지에 분 '사담풍'은 공화당에게 또하나의 호기가 되고 있으며, 민주당에게는 사담풍이 지난주 케리의 이라크 실언에 더해져 민주당의 상승세에 제동을 거는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우려하는 것은 부시 대통령이 공화당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거 막판까지 벌여온 이라크전 정면 승부가 '사담풍'에 맞추어진 절묘한 선거전략의 일환이며, 이 전략이 막판 뒤집기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접전지역의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민주당 지도부는 케리의 실언에 이어 막판에 불어닥친 사담풍이 어떤 결말을 가져 올지 우려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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