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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그랬지?" 선거유세 막바지에 저지른 실언 파문으로 곤경에 처해있는 존 케리 상원의원.
ⓒ EPA=연합뉴스
"공부 열심히 하고 숙제도 잘 해서 똑똑해지도록 노력하라. 여러분은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이라크 가서 고생하게 된다."

중간선거(11월 7일)를 맞아 존 케리가 지난달 30일 필 안젤리데스 민주당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 지원 유세 중 대학생들에게 던진 농담이다. 이 농담으로 미국 민주당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민주당은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넘볼 정도로 강세를 누렸으나, 투표 일주일을 남기고 발생한 '케리 변수'로 상승세가 주춤한 상태. 당 지도부는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예상치 않은 호재에 반색하고 있다. 뼈가 박힌 케리의 농담은 지지부진한 이라크전으로 이번 선거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던 공화당과 부시 대통령에게 즉각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 마디로 '이게 웬 떡이냐'는 표정이다.

부시 대통령은 1일 <로이터 통신>에 "우리 병사들은 매우 영리하고 용감한 애국자들이기 때문에 복무하고 있다"면서 "케리의 발언은 모욕적이고 부끄러운 일로, 병사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토니 스노우 백악관 대변인도 "케리 의원은 병사들과 가족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케리는 "정작 병사들에게 사과해야 할 사람은 미국을 전쟁으로 이끈 부시와 체니"라고 반박하면서 "백악관과 공화당이 진의를 왜곡하여 이라크전의 실패를 호도하려는데 질렸다"며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 떨어지는 소리'에 놀란 민주당 후보들

그러나 일반 여론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에서 조차 케리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에 케리의 참모들은 "케리의 발언은 어설픈 농담이었다"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지적으로 나태해지면 우리를 이라크에 가서 고생하게 만든다, 부시에게 물어보라'는 내용의 원고 초본을 잘못 읽은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표 떨어지는 소리'에 놀란 일부 후보들은 케리의 실언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케리의 이번 연설은 테네시·미주리·버지니아 등에서 대접전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후보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테네시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의 밥 코커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해럴드 포드 민주당 후보는 "진의는 차치하고 케리의 발언은 잘못이다"고 비판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우리는 2004년도에 (부시와 케리가) 벌인 싸움을 되풀이 할 필요가 없다, 이번 선거는 부시와 부시의 정책에 대한 심판이다"면서 "케리의 발언이 본의야 어쨌든 부적절했다"고 사과와 함께 케리의 자중을 요청했다.

아메리칸 대학의 의회 및 대통령학 연구센터의 제임스 더버 교수는 "이번 선거를 위해서 민주당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케리를 워싱턴의 조지타운 자택에 머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물론 소속 정당인 민주당으로부터도 비판에 직면하자 케리는 1일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어설픈 실언으로 상처를 입은 병사들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한다"며 아이오와·미네소타·펜실베니아 등에 대한 지원 유세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이 기회에 뒤집기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조지아주의 스테이츠보로에서 하원의원에 출마한 맥스 번스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부시는 유세장마다 케리 의원의 실언을 비판하는 등 전세를 역전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 AP=연합뉴스
실언의 최대 피해자는 케리 자신... '대권 재수' 가물가물

그렇다면 케리의 실언이 이번 중간선거의 대세에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단 공화당 지도부는 케리의 '헛발질'이 이라크전에 대한 실망으로 등돌린 보수 공화당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화당은 이 기회에 민주당이 국가안보 및 테러전에 대해 '무책임한 정당' '도망치는 정당'으로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켜 막판 뒤집기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케리 실언'이 선거의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최대 쟁점은 악화일로를 걸어온 이라크 사태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미군은 10월에만 103명이 전사해 2005년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내 여론은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 언론들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최소한 하원에서만 승리해도 철군에 대한 압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그비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2일 이번 케리의 발언은 잠시 공화당에 활기를 불어 넣었으나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민주당은 하원을 장악하기 위한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상원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실언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쪽은 바로 2008년 대선 재도전 꿈을 꾸고 있는 케리 자신이라고 보도했다.

브루킹스 연구소 의회 전문가 스테펜 헤스는 2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왜 그(케리)가 대통령이 되지 못했고, (장래에도) 될 수 없는지를 보여 주었다"고 말했다.

비정파 정치분석 그룹인 '로덴버그 정치 리포트'의 스튜어트 로덴버그 소장도 "(케리 발언은) 전반적인 표심에 중요한 요인은 아니며, 그 여파는 극히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선거는 존 케리에 대한 것이 아니고, 조지 부시와 이라크전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MSNBC도 1일 분석기사에서 부시와 케리간의 설전이 부각될수록 이번 중간선거가 부시 대통령과 이라크전에 대한 평가라는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재인식시켜 오히려 공화당에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민주당 진영은 199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양원을 모두 넘겨준 이후 12년만에 찾아온 기회가 케리 의원의 실언으로 민주당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시지는 않는 눈치다.

이번 주말 승패 판가름... 양당 '광고전'에 총력

선거를 나흘 앞둔 현재 양당은 이번 주말의 선거전에서 승패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고 미디어 선거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민주당 선거캠페인위원회는 부시의 이라크전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공화당을 비판하는 광고를 CNN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내보낼 계획이다. 하원과 상원의 접전지 민주당 후보들은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부시의 전쟁 수행과정에 대한 오류를 비판하는 광고를 내보낸다.

반면 공화당은 현재 의석을 최대한 지키기 위한 대규모 광고공세에 들어간다. 공화당은 이라크전과 공화당 이슈에서 벗어나기 위해 환경·세금정책·이민 정책 등에 초점을 맞춘 광고물들을 대량 내보낼 계획이다.

민주당, 과연 상원서도 다수당 될수 있을까

정치 전문가들과 주요 언론은 인기없는 이라크전이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가 되어온 데다 '부패의 정치문화'를 구축해온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하원에서 참패는 물론, 상원에서도 소수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스튜어트 로덴버그 정치 리포트는 최근 판세 분석에서 연방하원에서 민주당이 최소 20석에서 최대 28석을 추가해 무난히 하원을 장악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미 하원의 구성은 전체 435석 가운데 민주당 201, 공화당 231, 공석2, 무소속1석으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기 위해서는 16석을 더 얻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최대의 관심은 상원에서도 과연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

정치분석가들은 민주당이 이번 상원의원 선거에서 적어도 최소 4석에서 최대 7석을 추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50대 50이 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그런가 하면 AP통신 등은 민주당이 1~2석 정도 차이로 다시 상원 소수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100명 가운데 33명을 뽑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6석을 추가하면 상원 다수당이 되는데, 현재 민주당 후보들이 공화당 현직을 앞서고 있는 주들은 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몬태나·로드 아일랜드 등 4곳이다.

결국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기 위해서는 테네시·미주리·버지니아 등 다른 세곳의 공화당 현역 상원 의석에서 2석을 더 빼앗아 와야 한다. 현재 이들 3개 지역에서 양당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대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테네시에서 해롤드 포드 후보의 캠페인이 효력을 거두며 밥 코커 공화당 의원을 바싹 추격하고 있다. 10월 31일 CNN이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수 1015명, 조사의 오차한계 ±3%)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의 47%는 밥 코커, 45%는 포드를 지한다고 응답, 포드 후보가 오차 범위내에서 코커 후보를 맹 추격하고 있다.

미주리에서도 역시 민주당의 클래어 맥캐스킬 후보가 시간이 흐르면서 공화당의 짐 탤런트를 추월, 10월 31일 현재 51 대 43으로 오차 범위를 벗어나 크게 리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꼭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투표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 49 대 49의 동률을 기록, 대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버지니아 역시 현역 공화당 의원 조지 알렌과 민주당 후보 짐 웹과 혈전을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은 11월 1일 현재 판세분석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민주당 후보 짐 웹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웹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실제 CNN의 여론조사(표본수 1002명, 오차한계 ±3%)에서 등록 유권자의 48%는 민주당의 웹을, 46%는 공화당의 알렌을 지지했다. 그러나 투표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 50 대 46으로 짐 웹이 오차 범위을 벗어나 리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민주당을 크게 고무시키고 있다.

짐 웹은 투표율이 승패를 가름할 것으로 보고 주 인구의 20%에 이르는 흑인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끌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약 테네시가 공화당으로 기울고, 버지니아가 민주당으로 기울 경우, 상원의 다수당 승패는 미주리에서 갈릴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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