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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우리는 (승리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잘 싸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오클라호마의 톰 콜 하원의원(공화당)이 8일 AP통신에 털어놓은 말이다. 이 발언은 내달 7일에 있을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공화당의 분위기를 잘 대변하고 있다.

적어도 그가 이 말을 할 당시만 해도 지구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상도 못한 것 같다.

공화당은 지난 열흘간 우울한 분위기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했으며, 상하원에서 모두 패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 팽배해 있었다. 중간 선거를 1달여 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달 29일 터진 마크 폴리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의 섹스채팅 스캔들의 파장이 식을 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한 껏 즐기고 있었다. 민주당 상원의원 척 슈머(뉴욕)는 "우리는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며 애써 희색을 감추고는 "이번 사건으로 공화당이 입은 정치적 타격을 회복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당내의 낙관적 분위기를 전했다.

▲ 북한의 핵실험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는 CNN 웹사이트.
공화당의 연이은 악재... 민주당 양원 장악?

올 1월 이후로 거듭된 하락세에 빠져 있던 공화당의 인기는 5월 들어 폭락세가 두드러졌고, 9월 말 플로리다발 마크 폴리 '허리케인'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다 워터게이트 사건 폭로로 유명한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가 10월 2일 내놓은 <부정의 국가(State of Denial)>라는 책도 스캔들 정국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우드워드는 특히 이 책에서 여러 경로를 통한 실증적인 자료를 동원하여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 이후 지금까지 전쟁 실상을 속여온 사실을 폭로하고, 내년에도 이라크 사태가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뼈아픈 분석을 내놓았다.

가만히 앉아서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는 민주당은 하원에서의 승리를 낙관하고 있고 상원에서도 공화당을 누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갖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인물과 지역 이슈가 초점이 된 의회 선거에서 무난히 수성을 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는 상원 의원 33명, 하원의원 433명, 주지사 36명을 뽑게 된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5석, 민주당 44석, 하원에서는 공화당 232석, 민주당 203석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15석을 더 얻어야 하고, 상원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6석을 더 얻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들은 상원 공화당 점유지역 7개 지역에서, 하원 공화당 점유지역 30여개 지역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하원 민주당 점유지역 3~4개 지역, 상원 민주당 점유지역 한 곳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과 민주당 측은 상원에서보다는 하원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 분석가 스튜어트 제임스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민주당이 최대 20석을 추가하여 하원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화당 우세지역으로 분류됐던 지역들이 시간이 지나며 경합 또는 열세지역으로 변하면서 공화당은 지난 1982년 이후 가장 힘든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램 엠마누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전체 하원의석 중 40여개 선거구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을 누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크게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상원에서는 민주당의 약진이 예상되고 있으나 하원에서보다 민주당의 승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공화당의 상원 의원들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의 릭 센토럼 상원의원과 오하이오의 데보라 프라이스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 패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밖에도 몬태나·로드 아일랜드·미주리에서 승리를 기대하고 있으며, 애리조나·버지니아·테네시 중 최소한 한 군데서 승리를 낚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보냐, 윤리냐...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윤리적 우위

▲ 섹스 추문에 휩싸여 의원직을 사임한 미 공화당 마크 폴리 전 의원.
ⓒ 미 의회 홈페이지
양당의 전략가들은 이번 중간선거가 두가지 흐름에 의해 판결이 날 것이라는 견해에 일치하고 있다.

첫째는 노동절 이후 9.11 테러 참사 5주년을 맞아 부시 대통령이 국가 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선전한 효과가 선거일 투표장까지 연결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시의 '안보' 선전 효과는 2주전 나온 정보기관의 보고서와 우드워드의 '부정의 국가'가 이라크전의 진전과정 및 장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 놓는 바람에 희석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두번째 흐름은 바로 지난 달 29일 터진 마크 폴리 스캔들이다. 현재 폴리 스캔들을 사전에 알고도 이를 방치한 책임을 물어 데니스 해스터트 공화당 하원 의장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과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은 해스터트를 적극 지지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폴리 스캔들로 인해 양당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론의 관심은 자연스레 '안보'에서 '공직자의 윤리'로 쏠리고 있다. 위기의식을 크게 느낀 공화당 원들 중 상당수가 해스터트의 즉각 사임을 요구한 이유는 국민들의 관심을 다시 안보로 돌리기 위한 것이었다.

마크 폴리 스캔들이 터진 직후 AP통신과 입소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반수는 공직자의 부패 및 윤리 문제가 투표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라고 답변했다. 특히 이들 중 3분의 2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9일 발표된 뉴스위크지의 여론조사에서도 폴리 스캔들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스터트가 폴리 스캔들을 은폐하려 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은 52%였는데, 이들 중 29%는 공화당원이었다. 또한 응답자들의 42%는 민주당 의원들이 공화당 의원들보다 윤리적 우위를 점한다고 답한 반면, 36%만이 공화당 의원들의 윤리적 우위를 지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폴리 스캔들의 장기적 효과는 불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과 후보들을 자문했던 카터 에스큐는 지난 7일 AP 통신에 "의문은 마크 폴리 스캔들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확고히 할 이벤트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라면서 "스캔들이 공화당 치하에서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공화당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는 믿음에 보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인지 아닌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핵실험, 수세에 몰린 공화당 살릴 것인가?

그런데 이같은 에스큐의 분석이 나온 지 하루만에 공화당을 위기에서 건져줄 돌발 변수가 터져 나와 민주당을 당황케 하고 있다. 바로 8일 터져 나온 북한의 핵실험 뉴스다.

북한의 핵실험 뉴스는 일단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실패한 증거라는 비난이 민주당 측에서 빗발치듯 나오고 있으나, 국민들의 관심을 '윤리' 문제에서 '안보' 문제로 옮겨가는데 큰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존 케리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급 인사들이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지도 않은 이라크와 전쟁에 매달려 있는 동안 엉뚱한 나라에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도록 방치했다"는 비난을 하고있어 부시와 공화당은 수세에 몰려 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석연찮은 개표 논쟁 끝에 대통령에 오른 부시는 9.11 테러 사태를 겪으면서 오히려 정권의 정당성을 공고히 했고, 이후 벌인 테러전이 국민적 설득력을 얻어 2004년 재선에서도 거뜬히 성공한 경험이 있다.

결국 부시와 공화당에게는 중간선거 전까지 북한의 핵실험 이슈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선거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 셈이다. 즉 부시 행정부가 어떻게 유권자들의 구미에 맞는 대응 조치를 내놓을 수 있느냐에 따라 상당수 유권자의 표심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와 공화당이 선거 당일까지 북핵문제를 비롯한 대외정책의 공과에 대한 방어에서 형편없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간 대 테러전의 일환으로 벌여온 이라크전에 대해 더이상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여론이 심화되어 온 데다, 2000년 부시가 취임한 이후 북한문제를 한 발자국도 진전시키지 못했다는 여론이 비등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공화당이 윤리는 물론 안보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는 정당이라는 여론이 형성되어 무소속 유권자는 물론 오랜 공화당 지지층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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