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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추문에 휩싸여 의원직을 사임한 미 공화당 마크 폴리 전 의원.
ⓒ 미 의회 홈페이지
11월 중간선거를 한 달여 남기고 마크 폴리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이 의회의 미성년자 사환들과 가진 섹스 채팅 스캔들이 미 정가를 들쑤시고 있다.

1820년대부터 시작된 미 의회의 사환 프로그램은 고등학생들이 의회에서 임시 고용되어 의원들의 뒤치닥꺼리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1983년 일리노이의 댄 크레인과 메사추세츠의 게리 스터즈 의원이 여자 및 남자 사환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이 폭로되어 축소 운영되어 왔다.

이번 사건은 중간선거에서 승리가 확실시되던 플로리다 포트피어스 지역구의 마크 폴리(52)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이 한 10대 미성년자 사환에게 보낸 성적 암시가 담긴 이메일 사건이 폭로되어 의원직을 전격 사임함으로서 시작됐다. ABC 뉴스가 자신의 섹스채팅 뉴스를 터뜨린 데 대한 반응이었다. 이 사건의 파급은 의회는 물론 언론의 예상조차 뛰어넘었다.

'알콜중독', '성애증' 소문에 자살설까지

지난 29일(현지시간) 마크 폴리 의원은 성명에서 "가족과 플로리다 주민을 실망시킨 점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사과한다"고만 말했을 뿐 이메일 사건은 언급하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사임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만 해도 주요 신문의 인터넷과 종이신문의 '구석 뉴스'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됐고, 워싱턴의 공화당 지도부도 잠시면 지나갈 작은 소용돌이 정도로 여겼다.

이번 사건이 폴리 의원과 공화당 지도부에 '허리케인'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그 다음날부터였다.

30일부터 폴리 의원에 대한 각종 소문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폴리가 섹스 채팅뿐 아니라 실제 미성년자들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소문부터 알콜 중독자이며 미성년자 성애증 환자라는 소문, 이번 사건이 폭로되자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문까지 다양하게 흘러 나왔다.

플로리다 지역 공화당 선거대책본부는 민주당이 처음부터 폴리 의원의 섹스채팅 소식을 언론에 흘렸다는 의구심을 표했다.

마크 폴리의 대변인 제임스 켈로는 30일 "민주당은 이 내용을 폭로할 기자들을 수 주일 전부터 찾고 있었다"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언론의 헤드라인일 뿐이다, 이는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유세"라며 민주당에 화살을 돌렸다.

중간선거에서 폴리의 경쟁자로 나서고 있는 민주당의 팀 마호니 후보의 선거운동본부는 "이메일을 언론에 제보한 적이 없으며 선거운동을 위해 이 사건을 이용하지도 않겠다"고 넌지시 받아쳤다.

그러나 이같은 호기를 공화당 의원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후보들이 슬며시 넘길리가 없었다. 11월 중간선거에 나선 민주당 현역의원들과 후보들은 기자회견과 광고를 통해 폴리 스캔들을 연일 선전하고 나섰다.

폴리 "나는 동성애자... 어릴적 성추행 당했다"

▲ 미 의회 사환들의 모습.
ⓒ CNN 화면 캡처
결국 당사자인 폴리는 3일 데이빗 로스 고문 변호사를 통해 10대 사환들에게 음란 이메일을 보낸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톨릭 신자인 그는 자신이 13~15세 시절 한 신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이번 추문이 어린 시절의 '상흔'에 의한 것임을 암시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다닌 성당과 신부의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변호사 로스는 3일 기자들에게 폴리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히고, 이같은 사실의 공표는 치료과정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로스 변호사는 '왜 어린 시절 폴리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일찌기 밝히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부분의 성추행 사건이 그렇듯, 폴리는 부끄러움 때문에 40여년 동안이나 이같은 사실을 숨겨왔다"면서 폴리가 소아 성애증 환자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다.

폴리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사환은 당시 16세였으며 현재는 17세인 루이지애나 소년이다. 이 소년은 폴리 의원이 2005년 8월 이메일을 보냈을 당시 로드니 알렉산더 공화당 연방의원(루이지애나)의 사환으로 일하고 있었다. 폴리는 이메일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그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생일선물로 어떤 것을 원하는지에 대해 묻고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ABC 방송이 홈페이지에 지난달 29일 폴리 의원의 인터넷 채팅 내용을 공개한 바에 따르면, 폴리가 한 사환에게 "내가 너를 (성적으로) 흥분시키느냐?"라고 묻는 글귀도 포함되어 있었다.

'책임과 윤리를 위한 워싱턴시민들'이라는 단체에 따르면 폴리의 이메일을 받았던 10대 사환은 같은 사무실의 한 동료에게 "폴리의 이메일이 나를 무섭게 한다"고 말했으며 사진을 보내달라는 폴리의 요구에 대해서도 "역겹다"고 13번이나 말했다고 한다.

폴리 의원은 의회내 '미아 및 학대 당하는 아동위원회' 의장으로 아동성학대 보호법안에 앞장서는 등 아동보호자를 자처해 왔다. 그는 지난 7월 인터넷에서 성인에 의해 착취받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과거에 그는 성범죄자를 '동물'로 지칭했으며, 클린턴의 르윈스키 추문을 가리켜 "섹스중독으로 모든 것을 망친 슬픈 일"라고 비난했었다.

ABC-TV의 웹사이트는 3일 폴리가 2명의 미성년자 사환에게 보낸 52개의 즉석 이메일 메시지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ABC-TV는 이메일 중 하나는 2003년 하원 투표 도중 성행위를 묘사한 그래픽을 폴리와 사환이 교환한 내용이 들어있었고, 또다른 이메일은 폴리가 자신의 집에 그 사환을 초대해 술을 마시도록 한 내용이었다고 보도했다.

▲ 마크 폴리 스캔들 뉴스로 도배한 3일자 야후뉴스.
사건 은폐 의혹도... 공화당, 잇단 악재에 대혼란

한편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라크전 책임론 등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공화당은 중진의원의 아동 성추문까지 겹쳐 곤혹스런 상태에 빠져 있다.

더구나 해스터트 공화당 하원의장이 이번 사건의 은폐에 관련됐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어 공화당은 내분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존 보너 하원 원내대표에 이어 공화당 선거대책위원장인 토머스 레이놀즈 의원은 "지난해 가을 해스터트 하원의장에게 폴리 의원 사건을 알리고 조처를 요구한 적이 있다"며 사전에 이를 방지하지 못한 해스터트 의장에게 화살을 돌렸다.

30일 테러수감자법 등 공화당 발의 법안 통과를 자축하는 회동에 참석했던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은 몰려든 기자들에게 "우리들 중 누구도 그 일로 행복해하지 않는다"며 행사를 서둘러 종료했다. 해스터트 하원의장은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1일 법무부 장관에게 무제한 수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그러나 그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해스터트가 여론의 사임 압력을 견디지 못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워싱턴 정가에 팽배해 있다.

<워싱턴 타임스>는 3일 '사임하라, 미스터 의장'이라는 타이틀의 사설에서 "그는 (사실을 알고서도) 충분한 경고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재빠른 조사를 지시하지 않았으며, 지난주의 폭로에 이르기까지 그 사건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면서 "그는 이번 사건이 잠시 들끓다가 사라질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며 그의 즉각 사임을 요구했다.

이밖에도 2일과 3일 미국 주요 신문들의 사설 제목들을 보면 폴리 스캔들에 대한 미국 여론의 반응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원칙없는 정당', <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지는 '의회여 부끄러운줄 알라',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는 '공화당은 돌로 쌓은 벽인가', <시카고 트리뷴>은 '위선의 도시 안의 위선',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는 '의회여 스로로가 경찰이 되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 모두가 해스터트의 사임 또는 공화당의 일대 반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3일 캘리포니아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부시는 기자들에게 처음으로 이번 사건을 직접 언급하면서 "하원의원 폴리의 용납할 수 없는 행동에 충격을 받았고 우울하다"면서 "그를 뽑아준 지역민들의 신뢰를 배반한 것에 대해 혐오스럽고 실망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는 해스터트 의장의 사임과 관련하여 "그는 수사당국으로 하여금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시키도록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해스터트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날 해스터트 자신도 당내 보수주의 의원들과 여론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그래도 아슬아슬한데... 이번 선거에선 공화당 패배?

이번에 튀쳐 나온 섹스 채팅 스캔들은 악재에 지친 공화당과 부시 행정부를 거의 그로기 상태에 빠트리고 있다. 공화당과 부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여파가 고스란히 중간선거에까지 이어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화당 소장의원들 뿐 아니라 지도부 일각에서 해스터트 의장의 빠른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역구에서 간발의 차이로 민주당을 따돌리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이번 사건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되고 있다.

그렇찮아도 '이라크전 실패'와 관련하여 워싱턴 정가에서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이라크전 책임과 관련하여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사임해야 한다는 주요 언론의 논객들과 전직 고위 장성들의 목소리가 급부상하고 있는 터였다.

플로리다 마이애미 북부의 포트 피어스 해변에서 열대성 폭풍으로 시작된 마크 폴리 스캔들은 워싱턴 정가에 초강력 허리케인이 되어 상륙했고, 수성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공화당을 대 혼란에 빠트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러야 '허리케인 폴리'의 강도가 약화될지는 쉽게 장담할 수 없지만 11월 중간선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예측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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