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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오클리닉을 이끌고 있는 신시아 마웅 박사.
ⓒ 나정숙
방문 2일째인 14일 오후 버마 난민들의 정신적인 지주로 불리는 신시아 마웅(Cynthia Maung) 박사가 운영하는 메타오 클리닉을 찾았다. 메타오 클리닉은 메솟 지역의 버마 난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또 신변 안전이 보장되는 유일한 의료시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병원이다. 병원장을 맡고 있는 신시아 박사는 이러한 공로로 2002년 8월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몬 막사이사이상(지역사회지도자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메솟 난민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시설의 하나는 의료시설인데 메솟 시내에 꽤 규모가 크고 시설이 좋아 보이는 시립 병원이 있었지만, 난민 신분인데다 돈이 없는 이들은 이용할 수가 없다. 때문에 이들은 메타오 클리닉을 찾을 수밖에 없다.

메타오 클리닉은 버마인들의 대규모 항쟁이 있었던 1988년 응급 구호활동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다음해인 1989년 정식 개원했다. 지금까지 이용자는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도 1천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병원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병원의 전체 규모나 범위는 자료를 얻지 못해 알 수 없었다. 클리닉은 외관상으로는 그저 대문이 좀 큰 가정집 같아 보였는데, 병원 안으로 들어서자 건물을 사이에 두고 긴 마당이 만들어져 있었고 주변에는 화초들과 여러 마리의 개들이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있었다.

ⓒ 나정숙
이 병원에는 환자들만 오는 병원이 아니라 환자 가족들이 모두 따라와 아예 이곳에서 생활한단다. 때문에 이곳은 난민들을 치료하는 의료시설이면서 피난처, 또 연락장소로 이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곳의 이용자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국적 없이 떠도는 난민들은 의료보호 등록이 되지 않아 의료보호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멀리서 이 병원을 찾아와 아예 눌러 앉아버리는 경우도 하다. 그러나 병원이 무료로 이용되지만 차비가 없어 이곳을 찾아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국제개발기구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등 전 세계 20여 개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메타오 클리닉은 현재 난민 숫자 파악을 위한 시스템을 비롯해 사회보장과 의료제도 등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여러 인권단체에서 프로젝트를 맡아 시작만 하고 끝을 내지 못한 채 돌아가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신시아 박사는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메타오 클리닉의 2005년도 연례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05년 한 해 접수된 후원금은 모두 591만4476바트(한화 약 13억3985만5천원)로 이중 4822만2837바트(한화 약 12억692만2100원)를 지출했다. 현재 의료진을 비롯해 병원에 근무하는 인원은 200여 명, 침상은 120개로 턱없이 부족하다. 의료요원은 1년에 20∼40명씩 배출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 병원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출생등록이 가능해 성장해서 의료요원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시아 박사의 설명을 듣고 병원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종합병원인 이곳은 소아과를 비롯해 산부인과, 정형외과, 말라리아 예방접종 등 모든 의료서비스를 하고 있었는데 밖에서나 안에서나 병원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처음에 들어간 소아과 병동에선 깡마른 아이들이 엄마 품에 안겨 치료를 받거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더위와 질병에 이미 지쳐버렸는지, 악을 쓰며 울어대는 아이나 칭얼대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웃음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커다란 눈 속에는 아픔조차 상실한 무표정한 눈빛만 다가왔다.

ⓒ 나정숙
산부인과 병동에 들어서자 분만실 입구에서 인큐베이터 기능은 없어 보이는 작은 기구 안에 뉘어 있는 아기를 만났다. 태어난 지 한 달이 안 된 것 같은 아기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누워 있었다. 그 옆에서 아기 엄마 역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듯 그저 들여다 보고 있었다.

아기 엄마는 초등학생 정도로 작고 어려보여 설마 엄마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간호사의 설명에 의하면 아기 엄마는 19살이고, 아기는 조산아라고 했다.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 할 아기를 더위와 불결한 공기 속에 놓아둔 채 아기 혼자의 힘으로 살아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의 얼굴이 매우 안돼 보였다.

▲ 산부인과 병실
ⓒ 나정숙
옆에 붙어 있는 산부인과 입원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환자용 침대에는 누워있어야 할 부인과(婦人科) 환자들 대신 남자들이 침대를 차지하고 있거나 부부로 보이는 남·여가 함께 누워 있는 등 병원인지 여관인지 구분도 잘 안됐다.

이 병원에는 에이즈환자를 비롯해 HIV에 감염된 어린이, 에이즈에 대한 캠페인, 성교육, 성폭력 여성 지원, 그리고 지뢰로 신체 일부를 상실한 사람 등 각양각색의 환자가 모여들었다. 그러나 흰 가운을 입은 의사도, 간호사도 찾기 어려워 누가 의료진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 앰뷸런스
ⓒ 나정숙
그때 앰뷸런스 1대가 급하게 병원 안쪽으로 달려왔다. 일하다 다쳤다는 것 같다. 의료진들이 달려나와 환자를 응급실로 데려갔다. 이곳의 앰뷸런스는 밴 자동차를 고쳐 만든 것으로 산소통 등의 기본적인 응급조치 장비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마치 트럭에 환자를 실은 것처럼 보였다. 단순히 운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운반까지 돕고 있는 운전기사는 가운도 입지 않은 평상복의 젊은 여성이었다. 응급환자를 병원에 내려주고 차량을 여기저기 살피고 다시금 출동할 채비를 갖추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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