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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의 <나의 소원> 수업하기

국어교과서(상)에 실려 있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을 수업하였다. 이 단원을 수업할 때마다 당시 김구 선생의 자주독립과 문화에 대한 열정과 신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제껏 이러한 일을 한 겨레가 없으니 우리가 하자'는 김구 선생의 말씀은 나를 이끄는 힘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7차 교육과정에 들어와서는 이 단원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 문장의 짜임새이다. <나의 소원>을 바탕글로 하여 홑문장과 겹문장을, 또 안은 문장과 이어진 문장을 가르쳐야 한다. <나의 소원>에서 홑문장과 겹문장을, 안은 문장과 이어진 문장을 따져 보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한지 나는 아직도 이해를 못 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글의 핵심은 김구 선생이 왜 이러한 소원을 가지게 되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그 시대를 더듬어 보고 앞으로의 우리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물음도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학습활동으로 주어져 있다.

"이 글이 쓰일 당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여 필자가 왜 그런 소원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말해 보자."(국어교과서(상) 79쪽)

하지만 이것은 학습활동 일곱 가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문장의 짜임새에 관한 물음이 세 개이고, 효과적인 내용 전달에 대한 물음이 두 개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개가 단순한 이 글의 내용 파악과 관련되어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러한 본질적인 물음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수업을 하기 위해 먼저 <나의 소원>의 내용을 아이들 스스로 정리하게 하고 또 왜 그런 소원을 가지게 되었는지 시대 상황에 맞춰 아이들에게 묻는다.

문장의 짜임새는 교육과정에 제시되어 있는 만큼 피할 수 없으니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최소화하여 가르친다. 그리고 아이들의 삶과 생각을 드러내 보이는 표현 중심의 수업을 한다. 현재 상황을 고려하여 아이들에게 '나의 소원'을 말하여 보도록 한다.

표현 중심 수업을 하면

표현 중심의 수업을 하면 좋은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아이들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를 알 수 있어 그것을 메워주고 기워줄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아이들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보며 내 자신을 되돌아 볼 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쳐야 하는 나에게 이 두 가지는 놓칠 수 없는 두 축이다. <나의 소원> 수업을 하면서 나는 또 하나를 깨우쳤다.

아이들에게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여 <나의 소원>을 말해 보게 하니 생각하였던 대로 다가올 중간고사와 대학 진학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반에서 전교에서 몇 등, 어느 대학 무슨 학과 등등으로 아주 구체적이다. 그리고 지금 이런 모습으로서 자기 꿈을 달성할 수 없으니 앞으로 공부에 더욱더 전념하겠다고 한다.

고등학교 학생으로서 현실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 그래 알고 있으면 되었다. 앞으로 조금 더 열심히 하자. 하지만 아이들에게 패기와 도전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없어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하다.

가정이 어려운 아이들 몇 명은 경제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길 바라거나 아버지, 어머니의 건강을 기원하기도 하였다. 그들의 생각이 대견스럽고 아이들이 이러한 걱정을 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에 마음이 상한다. 마음속으로 그들에게 기운을 불어넣는다. 조금 더 힘을 내자며.

한데 한 아이가 자기의 소원은 꿈을 가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자기는 현재 꿈을 잃어 가고 있는 자신에 대해 많은 실망을 느끼며 꿈을 가지는 것이 자기의 소원이라 한다.

흔히들 인생에서 가장 꿈 많다고 하는 고등학교 시절에 우리 아이들은 현실에 주눅이 들어 스스로 꿈을 잃어 가고 있다. 교사라 하는 나는 부끄럽게도 그들에게 현실을 바꿀 패기도 도전도 불어넣어 주지 못하고 오히려 거대한 현실에 순응하도록 지금까지 가르쳐 왔다.

신영복 선생님은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나는 그들에게 현실을 이야기하며 꿈을 앗았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을 북돋워 줄 수 있을까?

표현 중심의 수업도 그 하나의 방안이 되리라 믿는다. 아이들의 삶을 생각을 밖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들은 현실 앞에 주눅이 들지 않고 당당히 현실과 맞서며 그리고 자기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과 부딪칠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 대한 믿음과 기다림이 중요하리라. 늘 느끼는 일지만 성급하게 아이들을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에게 끊임없이 가능성을 열어 주어야 한다. 스스로 꿈을 잃어 가는 것을 애달파 하는 아이의 글을 그대로 옮겨 본다.

김혜지가 말하는 나의 소원

나의 소원은 꿈을 꾸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매일매일 상상하고 기대하던 꿈들을 하나씩 잃기 시작하였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조금씩 커갈수록 어린 날 꿈꾸던 마냥 순수하고 따뜻했던 꿈을 꿀 수 없게 되었다.

꿈을 꿀 수 없다는 건 미래를 생각할 수 없고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그려 볼 수 없다는 것인데. 꿈을 꾸지 않음에 미래의 내 삶에 조금씩 겁이 나고 불안해진다. 왜 꿈을 가질 수 없는 걸까? 아마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지면서 꿈꾸는 모든 것들을 나 스스로 거부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어릴 적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난 대통령이 될 거야'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크면서 그건 결코 쉽지도 그리고 나에게도 어울리지도 않다는 걸 알게 되어 헛된 꿈이라 여겨 포기했다.

물론 커간다는 건 생각이 커지고 현실을 깨닫는 과정이기에 꿈의 현실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서 난 버리는 법만 깨달았지 거기에서 또 다른 꿈을 가지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내게 가장 힘든 일은 하루종일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것도 아니다. 내게 가장 힘든 일은 내가 원하는 꿈을 마음껏 가지고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다시 꿈을 꾸고 싶다. 그것은 어쩌면 지금뿐 아니라 평생의 내가 지녀야 할 나의 소원일지 모른다. (대덕여고 1학년 8반 김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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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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