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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는 모든 것을 걸었고 모든 것을 잃었다."

황우석 박사가 자신의 '최고 독일 친구'라고 소개한 독일 줄기세포 연구가 한스 쇨러 교수(독일 뮌스터 의대)가 입을 열었다.

막스플랑크연구소 분자생물의학 분과장이자 줄기세포 연구윤리위원회 대표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쇨러 교수는 지난 2004년 2월 미국 시애틀에서 황우석 박사를 처음 만난 이후 그의 연구에 관심을 갖고 황 박사와 꾸준한 교류를 가져왔다.

▲ 한스 쇨러 박사.
ⓒ 막스플랑크연구소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 관련, 국내외의 의혹이 제기될 때 마다 황우석 박사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해 왔던 쇨러 박사는 지난 12월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사건의 실체가 발표되자 "수도원에 다녀와야 겠다"라는 반응을 보일 만큼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 2005년 여름 한국을 방문하는 등 황 박사와의 협력연구를 고려하기도 했던 쇨러 교수는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황우석 박사에 대한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황우석 박사가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점과 환자들에게 근거 없는 희망을 제시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 자신 또한 황우석 박사에 의해 이용당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쇨러 교수는 "황 박사에 대해서는 정말 실망했지만 그것이 내가 이전부터 갖고 있는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바꾸지는 않았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한국 출신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팀에 계속 오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쇨러 교수와 몇 차례에 걸쳐 이뤄진 이메일 인터뷰 내용이다.

"황 교수를 믿었는데 그것은 완벽에 가까운 '연기'였다"

- 황우석 박사는 지난해 독일 방문 시 공개석상에서 당신을 최고의 독일친구라고 소개한 바 있다. 논문조작사건을 접했을 때 심정이 어땠나.
"오랫동안 황우석 박사를 알고 있었고 보증할 수 있을 정도로 그를 완전히 믿었다. 황우석 박사 사건이 터졌나왔을 때 그것은 나를 완전히 혼돈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황 박사에게 완전히 실망했고 그 충격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황 박사는 너무 많은 것을 걸었고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왜 그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특히 실망스러운 것은 어떻게 황 박사가 수많은 환자들의 희망을 이용했는가 하는 것이다. 황 박사는 기본적 근거도 없이 사람들의 희망을 부추겼다. 황 박사의 이러한 완벽에 가까운 '연기'는 연구자로의 나의 삶에서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나마 위안은 황 박사 주변에 이런 거짓된 조작을 제보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 논문조작사건이 밝혀지기 전까지 독일에서 황우석 팀의 연구 성과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서울대조사위 발표에 따르면 스너피는 복제개가 확실하다. 황 박사가 복제배반포(Clone Blastozysten)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것은 틀림없다. 이는 지금까지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관련분야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연구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줄기세포주를 생성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황우석 박사를 지켜봤던 외국학자로서 황우석 박사는 어떠한 사람이었나. 왜 황우석 박사가 이런 행동을 했다고 보는지.
"나는 종종 황 박사가 '카리스마'를 소유한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곤 했는데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그 부분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어쨌든, 그런 것은 내가 수많은 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황 박사의 조작과 속임수에 빠져들게 했을 뿐이다. 그 카리스마는 속이는 데만 사용되어졌다.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황 박사는 자신이 세운 계획에 부담을 느껴 그런 일을 벌였을 것이다.

이번 사건이 드러남에 따라 그가 이미 연구 초기부터 데이터를 조작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가능한데, 그간 조작이 드러나지 않았었기 때문에 점점 과감해진 게 아닌가 싶다. 한국과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 그리고 학문적 진보를 위해 자신이 대단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자기 확신의 망상적 결과가 이런 일을 나은 것 아니겠나."

"자신의 명성과 업적 걸고 세계를 상대로 도박...놀라워"

-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관련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연구자가 연구 자료를 외형상 확신을 줄 수 있도록 조작했다는 것이다. 황 박사 같은 저명한 학자가 자신의 명성과 업적을 걸고 세계를 속이는 도박을 감행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앞에 놓여 있는 데이터가 진짜여야 한다는 것은 학자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부분이다. 이번 경우처럼 신뢰를 상실했을 경우 더 이상 학계에 몸담기 어렵다는 것은 연구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 이번 논문조작사건이 향후 줄기세포 연구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는가.
"그가 맞춤 줄기세포 수립에 성공했다면 이는 질병을 배양접시에서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는 모델을 얻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거짓 성공은 학계에서의 관련 연구를 현저히 지체시켰다. 한 예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바이스만은 난자를 이용한 연구를 애초부터 시작하지 않았다. 이미 엄청난 성과를 거둔 한국 연구자와의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나 또한 나의 독자적 연구를 통해 그것이 성공을 거둔다고 하더라도, 황 박사의 연구와 경쟁하기에 너무 늦었다고 전부터 생각해 왔다. 줄기세포의 임상활용을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은 환자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황 박사의 연구 성과에 따라 연구자들은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판단했다. 이 문제 해결에 관해 우리는 다시 첫 단계에 서 있으며 다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황 박사에게 이용당한 느낌이다. 황 박사는 그의 연구에 대한 나의 학문적 인정을 통해 학계를 비롯한 세계를 더욱 확실하게 속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그렇게 속이는 것에 성공했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다. 그의 연구 성과에 근거해 나는 독일에서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적극 강조해 왔다."

- 난자를 이용한 연구는 윤리 문제 등과 관련해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연인 쇨러로서 개인적 의견을 말하고 싶다. 나는 어디에서 연구하든 불법 제공된 난자사용을 거부한다. 연구를 위한 난자사용과 관련, 한 사람의 시민이자 인간으로서 나는 사회적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황 박사 사건의 경우와 같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원으로부터 제공된 난자의 경우, 나에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설사 그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그것은 나에게는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다."

"'황우석 우표' 아닌 기초연구과정 강조하는 우표 나왔어야"

- 조작까지는 아니더라도 과학계에서 연구결과 부풀리기가 어느 정도 일반화되어 있다는 견해도 존재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 나아가 자기 스스로를 '과장'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자 자신의 명예가 아닌 연구 그 자체다."

- 연구결과에 대한 검증체제의 부재가 황 박사 사건을 낳은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시각이 있는데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나.
"이런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연구자들이 스스로 그러한 사건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평가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잘 작동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기본적으로 데이터 조작만 이뤄지지 않는다면. 톱저널에 대해서는 심사과정을 통과한 논문을 웹상에 올려 학계의 공개 검증을 받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의가 있다면 저널에 바로 제기하면 되고 이를 통해 신뢰성, 허위성 여부를 보장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일정 기간 (예를 들어 6개월) 거친 후 출판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황 박사 사건에서 보듯 박사후 연구생, 젊은 연구자들이 갖고 있는 잠재역량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정상급연구자들이 갖고 있는 수준의 명성, 권위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젊은 연구자들이 갖고 있는 잠재역량이 이용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심사과정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널들은 새로운 전문가를 발견하는 소득을 거둘 수도 있다. 물론 연구결과가 출판되기까지 몇 개월을 더 기다리는 것이 연구자로서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사이언스>나 <네이처> 같은 저널에 출판하기 위한 것이라면 기꺼이 감수하겠다. 이러한 과정은 톱저널간에 합의만 이뤄지면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 황우석 박사 사건이 한국사회와 학계에 주는 교훈은 뭐라고 생각하나.
"작년 여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황우석 박사는 나에게 황우석 기념우표를 선물했다. 나를 위한 헌정우표가 만들어진다면 전혀 기뻐하지 않을 것이지만 나는 황우석 박사 우표를 그의 연구에 거는 기대에 대한 표현으로 이해하고 수긍했다. 그렇지만 그런 개인을 위한 우표보다는 그와 관련된 탄탄한 기초연구과정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우표가 나왔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희망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줄기세포 연구는 많은 시간과 비용과 인내가 들어가는 장기 연구과정을 필요로 한다. 또한 무엇보다 착실하고 탄탄한 기초연구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초연구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일반인에게는 연구자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부탁하고 싶다. 기본연구 결과가 임상에서 활용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연구과정은 정말 험난한 길 그 자체다. 학계에 기적이란 없다. 줄기세포 연구 선구자이자 한국의 영웅인 황우석 박사의 조작 사건은 이러한 사실을 아주 슬픈 방법으로 보여줬다. 연구자의 과도한 공명심과 연구 결과에 대한 성급한 기대 또한 연구자와 환자를 모두 망치게 하는 요소다. 나는 연구자, 환자 양측이 이러한 점을 깨닫게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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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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