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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테스트란?

피자테스트(Program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회원국 및 일부 비회원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 문제해결능력 등 네 가지 영역의 능력을 측정, 비교하는 기초학력 조사. 지난 2000년 첫 회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된 2003년 테스트에는 OECD 회원국 30개와 비회원국 11개 등 총 41개 나라가 참여해 15세 학생 25만여 명의 기초학력을 비교분석했다. 2003년 4월 테스트가 실시된 후 2004년말에 각국 비교 결과가 발표됐으며 독일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1월에 독일 내 평과결과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70여 년간 이어져온 독일 교육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11월 공개된 세계 41개국 15세 학생의 기초 학력을 측정한 2003년 피자테스트(Program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독일 내 평가보고서를 놓고 독일의 교육체제가 교육기회의 공정한 분배를 통해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커지고 있는 것.

부잣집 아이들에게 쏠린 김나지움 진학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 경제적으로 상위 25% 출신의 학생 가운데 61%가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인문계 고등학교(김나지움)에 진학하는 반면, 하위 25% 계층 출신 학생은 8%만이 김나지움에 진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일에서 가장 우수한 피자테스트 성적을 기록한 남부 바이에른 주의 경우 고학력자 부모를 둔 학생이 노동자 계층의 부모를 둔 학생들보다 김나지움에 들어갈 확률이 10배가량 높았다. 사회경제적 배경과 성취능력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평가에서도 상하위 계층간의 성취도가 수학, 독해능력 등 각 분야에서 100포인트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50포인트의 차이는 1년, 즉 한 학년 이상 낮은 수준).

▲ 작업복 차림으로 직업교육을 받으러 가는 학생들.
ⓒ 강구섭
무엇보다 큰 문제는 동일한 학업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노동자, 외국계 이민자 등 하위계층 출신 학생이 김나지움에 진학할 확률이 상위계층 출신 학생보다 평균 4배 이상 낮다는 것. 이는 김나지움 진학→대학 입학을 통한 사회적 기회 선택의 폭이 제도적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해 교육기회 불평등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바이에른 주의 경우, 교육기회불평등 측면에서도 독일 내에서 큰 격차(6배)를 보여 피자테스트 성적 우수 지역이라는 자랑을 무색케 했다.

10~12세에 장래 결정하는 독일 교육제도

'독일교육학술노조'는 동일한 성취도를 갖고 있는 학생이 출신계층에 따라 교육기회를 차별받는 가장 큰 이유로 학업성취도에 따라 학생을 일찌감치 동질집단으로 분리해 교육하는 독일의 현 교육제도를 지적했다.

각 주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독일의 학제는 초등학교인 그룬트슐레(Grundschule) 4년(일부 주는 6년) 과정 후 학생의 성취도에 따라 최상위 집단은 김나지움(Gymnasium, 대학진학 준비하는 인문계학교)에 배치하고, 차상위 집단은 중급직업인 양성을 위한 레알슐레(Realschule), 나머지 하위그룹은 기술기능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에 배치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세 형태의 학교에 학생들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성취도에 따른 공정 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또 10~12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학생의 장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학교의 형태가 정해진다는 것 자체도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독일어권의 공교육제도를 연구하는 헬무트 팬트 박사(취리히 대학 교수)는 "독일 중등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절반 남짓한 비율만이 자신의 실력에 맞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이번 피자테스트 수학실력 분석 결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레알슐레 학생의 3분의 2, 하우프트슐레 학생의 4분의 1이 김나지움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의 성취도를 보였다.

하위계층 자녀는 공부 잘 해도 직업학교 권해

▲ 지난 5월, 베를린에서 열린 반전평화행사에 참여한 학생들. 연구결과 사회 경제적으로 상위 25% 출신의 학생 61%가 대학진학을 위한 김나지움에 진학하는 반면, 하위 25% 계층 학생은 8%만이 김나지움에 진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강구섭
이른 시기에 학생을 상이한 학교에 배치하는 현 학제도 문제지만 학생들의 상급학교 배치과정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이 상급학교 형태를 결정하는 과정에 성취도 보다 다른 요인들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교육학술노조의 학교분과 연구위원 슈메어는 "일부 교사들이 학생의 학업성취도 이외에 다른 상황을 고려해 학교를 권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노동자, 이민자 계층 등 하위출신의 학생이 당장 좋은 학업성취도를 보여 김나지움 진학이 가능하더라도 앞으로의 학업과정에서 부모의 적절한 지원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레알슐레를 권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

슈메어는 "하위계층, 특히 외국계 이민자 부모들도 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자녀를 제대로 지원해줄 수 없다는 두려움 등으로 실력보다 낮은 학교로 보내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학생 스스로 기존의 또래 집단이 아닌 다른 집단에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김나지움에 가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불붙은 독일 학제 논란

피자테스트 독일 연구결과를 발표한 독일 '각 주 문화장관회의'는 "사회 경제적 배경에 따른 성취도 차이의 문제를 완화 시키는 것이 독일 교육이 직면해 있는 심각한 과제의 하나"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독일교육학술노조를 비롯한 일부 학자들은 모든 학생이 동일한 학제 내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하게 하는 9-10년 과정 단일 학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현 교육 체제가 교육기회의 평등 분배라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러한 단일학제에 대한 주장은 정치권 일각에서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으며 일부 주에서는 지방선거 의제로 다뤄지기도 했다.

반면 피자테스트 독일 평가연구 책임자 프렌젤 박사(킬 대학 교수)는 일간지 <타게스슈피겔> 11월 4일자 인터뷰에서 "기회 평등 문제는 가급적 많은 학생을 김나지움에 보내거나 좋은 직업 자격을 획득하게 하는 것과 관련된 문제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맞는 적절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관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 베를린의 한 김나지움 풍경.
ⓒ 강구섭
독일 김나지움교사 단체 <필로겐페어반트(Phiologenverband)> 대표 마이딩어도 "사회 경제적 배경과 학업성취도 간의 상관관계가 보여주는 교육기회불평등 문제는 단일 학제를 갖고 있는 다른 국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문제"라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바이에른 주에서는 하위 계층 학생 또한 좋은 성취도를 보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중부독일방송 'WDR'은 피자테스트 연구결과가 발표된 11월 초부터 인터넷 판 토론방을 통해 '현 교육 체제를 새로운 체제로 대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네티즌들의 의견도 찬반으로 나뉘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10세에 학교 형태를 결정짓는 것은 너무 이르다"라며 단일학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동독 출신 네티즌은 "10년제 단일 학제를 갖고 있던 구동독 교육 체제가 좋았다, 학생을 조기에 동질집단으로 구분하는 것은 정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의 네티즌은 "독일의 모든 축구팀이 독일 1부 리그에서 뛰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김나지움에 가야하는 것은 아니다" "레알슐레, 하우프트슐레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많이 하락됐는데 적극적 관심과 투자를 통해 현 체제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레알슐레, 특히 하우푸트슐레가 학업성취도가 저조한 하위권 학생이 가는 학교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현 체제를 지지했다.

한편, 산고 끝에 지난 11월 20일 출범한 기민/기사연합-사민 연립정부는 새 학제 논의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표했으나 '하위계층 출신 학생, 특히 외국계 이민자 학생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0세 때의 선택... 인문계 고등학교냐, 직업학교냐
독일 학제, 현행 조기구분제에 대한 비판 왜 나오나

지방자치제라는 기본 틀 속에서 교육 문화 등의 분야를 각 주의 관할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는 독일은 각 주마다 약간씩 다른 학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체로 6~9세의 4년제 초등학교(일부 6년) 이후 학업성취도에 따라 차별화된 교육을 실시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초등학교 과정을 마친 10세에 이후 진학할 상급학교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 10세 가량이면 학생이 현재 갖고 있는 수학능력, 성취도를 바탕으로 장래의 성취도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 △ 이러한 수학능력은 일반적으로 10년 이상 계속 동일하게 유지된다 △ 일반적으로 학생의 성취도는 전 과목에서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라는 세 가지 전제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를 마친 10세(12세)에 학생을 성취도에 따라 동질집단으로 나눠 각각 김나지움(Gymnasium), 레알슐레(Realschule),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에 분산 배치한다.

김나지움은 9-10년 과정의 대학 진학을 위한 인문계 고등학교로 학생들은 13학년에 치러지는 졸업시험 아비투어(Abitur)를 통해 대학입학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레알슐레는 4–6년 과정으로 이뤄져 있는데 졸업과 함께 '중급' 직업인력 양성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게 되며 레알슐레 졸업자는 보충과정을 거쳐 김나지움에 진학할 수도 있다.

4–6년 과정의 하우프트슐레는 주로 직업 현장에서 직접 이용이 가능한 실제적 기술능력을 습득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졸업과 함께 현장 기능,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직업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며 레알슐레 졸업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충 과정을 거쳐 레알슐레에 진학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세 형태의 학교 체제가 갖고 있는 상호 비호환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세 형태의 학교가 동시에 존재하는 종합학교 게잠트슐레(Gesamtschule)가 있는데 여기서는 일정 학년까지 다양한 수준의 학생을 한 학급으로 편성해 수업을 진행한다. 2005년 현재 전체 중고등학교의 10%가 게잠트슐레다. / 강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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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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