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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주말에 따로 짬을 내서 가볼 만한 맛집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는 반면, 점심 때 부담 없으면서도 맛있고 푸짐하게 한 끼를 해결할 식당을 소개하는 곳을 찾기는 힘들다. 외근을 주로 하는 직장인들이 들를 수 있는 기사식당을 위주로, 음식 사진까지 곁들인 음식점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기사화 하는 식당은, 최소한 필자가 5~6번 이상 방문하고 여러 가지 메뉴를 맛본 후에, 전체적인 음식평과 함께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그곳만의 메뉴를 중점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식성이 까다로운 반면 맛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기에, 또한 다년간의 요식업 운영으로 쌓여진 경험으로 찾은 맛집들이라 웬만한 분들의 입맛에 맞을 거라는 어설픈 기대를 해 본다. - <필자 주>

▲ 보글보글 맛있게 끓고 있는 김치찌개 안에서 잘 익어가는 라면사리와 부드러운 두부가 손짓하고 있다.
ⓒ 유영수

▲ 반찬 한 가지에도 주인장의 정성이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 유영수
평소 입맛이 양순하지 않은 필자에게 명절 음식은 솔직히 별로 반갑지 않다. 방금 부쳐 뜨끈뜨끈한 동태전과 푸르스름한 시금치가 방긋 웃는 잡채, 그리고 명절이면 어김없이 커다란 냄비에 들어가 가족들의 입맛 다시게 하는 어머님의 단골메뉴 해물섞어탕이 고작 내 젓가락에 의해 선택받는 행운을 누릴 뿐이다.

하지만 특별하게 필자의 입맛을 돋우고 심지어 너무 맛있어서 나중에 싸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충동을 일으키는 것이 있으니, 바로 '불고기'다. 조리사 출신의 숙모님에 의해 맛있게 양념되어진 소불고기는 적당히 달콤하면서 전혀 느끼하지도 않을 뿐더러 '이게 바로 고기맛이야!'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사실 우리 같은 서민들은 평소에 소불고기를 접하기가 쉽진 않다. 가족끼리 외식을 할 때도 아무래도 저렴한 삼겹살이나 돼지갈비를 주로 먹게 되고, 직장에서의 회식 때도 남들 다 다른 고기 먹는데 홀로 목청 높여 '여기 불고기 따로 주세요'라고 외치기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 아담한 식당내부에 들어서면 마치 군대 갔다 온 아들을 반기는 듯한, 주인장의 정겨운 인사를 들을 수 있다. 부끄러우신지 한사코 얼굴은 외면하셨군요 ^^+
ⓒ 유영수
보통 고기집에서 1인분에 8천원 이상 하는 소불고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기사식당이 있다. 강서구 가양사거리에 있는 명성 기사식당이다. 같은 직장 선배의 추천을 받아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땐 약간 허름한 외관에 좀 주저하기도 했다.

그래도 워낙 맛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반갑게 주인장에게 인사를 하며 구들장이 깔려진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맛본 메뉴는 '김치찌개'였다. 조금은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 그래서 그렇게 맛있다고 느끼지는 못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은 열 번 가면 그 중 여섯 번은 김치찌개를 주문할 정도로 애호가가 됐지만 말이다.

반찬도 아주 훌륭하다고 할 정도로 맛깔스런 것이 아니었기에 썩 만족할 만한 점심식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갈 때마다 나오는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한 번 안면 트면 무한제공(?) 되는 공기밥 그리고 김치찌개에 넣는 라면사리가 공짜라는 것에 슬쩍 마음이 동한 것도 부인할 순 없다.

▲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면서 주의하실 점 한 가지. '삼겹살에 메밀한잔'은 술 이름일 뿐, 결코 단돈 4천원에 삼겹살과 메밀주 한 잔을 준다는 얘기가 아니다.
ⓒ 유영수
그렇다고 이쯤에서 이 식당에 대해 '여긴 별로인 거 같아' 하고 끝을 냈다면 '꼬투리'라는 닉네임이 부끄러웠을 것이다. 꾸준히 찾아가 갈치조림과 오징어볶음, 동태찌개에 뚝배기불고기와 고등어조림까지 거의 모든 메뉴들을 섭렵해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사람마다 입맛이 각자 다르기에 딱히 '이게 제일 낫다'고 단언하긴 쉽지 않지만, 필자와 동행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뚝배기불고기(이하 '뚝불')'를 단연 으뜸으로 꼽았다. '뚝불'은 이제까지 다른 어느 식당에서도 먹어보지 못했던 일품 맛이었다.

보통 6천원 내외의 여느 '뚝불'을 먹어보면 고기에 기름이 많이 섞여 있어 고기 맛을 제대로 느끼기는커녕, 약만 오른 채 식사를 끝내기 마련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질긴 것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곳의 '뚝불'은 살코기가 배부를 만큼 많이 들어있어, '아, 고기 한 번 먹었구나!'라는 기분이 들게 해 준다. 물론 육질도 그 가격을 감안한다면 무척 훌륭하다고 본다.

▲ 역시나 쉽지 않은 것이 음식사진이다. 부족한 내공을 탓하며 아쉬워할 수밖에...
ⓒ 유영수
고기도 고기지만 고기에서 우러나온 국물 맛은 시원하다는 느낌까지 들게 할 정도로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기름이 동동 떠 있는, 뚝배기 안의 뜨거운 국물 맛이 시원한 것은 어쩐지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왜 어느 음식점을 가나 '뚝불'에는 당면이 들어 있는 것일까. 누가 그렇게 하자고 협의를 한 것도 아닐텐데 으레 그렇다. 인이 박혀서인지 '뚝불'을 먹을 땐 고기 아래 숨겨진 당면을 젓가락으로 집어 뜨겁게 올라오는 김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맛이 쏠쏠하다. 부대찌개를 먹을 때 당연히 라면사리를 주문하는 것처럼 말이다.

▲ 육질 좋은 살코기와 신선한 팽이버섯에 시원한 국물이면, 금새 밥 한 공기 뚝딱 비우고 '여기 공기밥 추가요!'를 외치게 된다.
ⓒ 유영수
이곳을 찾아가서 식사를 주문한 후 인원 수보다 더 많이 나온 공기밥을 보고 부담갖지 마시라. 공기에 밥을 꾹꾹 눌러 담게 되면 밥맛이 제대로 안 살기에 '이게 뭐야?' 싶을 정도로 헐겁게 담아서 손님에게 살아있는 밥맛을 선사하고, 대신 사람 수보다 여유있게 공기밥을 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둘이 가서 다섯 공기까지 먹은 적도 있으니 여러분도 양껏 배부르게 드셔도 좋다.

한 가지 이채로운 게 있다면 아구탕을 1인분씩 따로 내놓는다는 것이다. 아구찜이던 아구탕이건 보통 이런 류의 메뉴는 혼자서는 먹을 수 없지만, 이곳에선 기사식당의 특성에 맞게 1인분씩도 팔고 있다. 심지어는 갑자기 삼겹살이 땡기는 날 혼자 1인분도 먹일 수 있다고 한다.

시나브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싸늘한 겨울날 이곳에 들러 뜨끈한 방구들에 몸을 녹이며, 시원한 '뚝불'이나 얼큰한 '김치찌개'의 맛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 왜 바람이 많은 날이나 비오는 날이면 가스버너 위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저 김치찌개가 그리워지는 걸까?
ⓒ 유영수

덧붙이는 글 | 강서구 가양사거리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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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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