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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현지시간) 독일 집권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왼쪽)와 기민당(CDU) 당수 앙겔라 메르켈이 각각 투표를 하고 있다. 두 당은 모두 과반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 AP/연합뉴스
지난 18일 실시된 독일연방의회 총선에서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사민당)과 기독민주당, 기독사회당 연합(기민·기사당) 모두 의회의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함에 따라 차기 정부 구성에 난항이 예상된다.

선거가 끝난 뒤 독일의 유력 여론조사 기관인 포르샤가 발표한 출구조사결과에 따르면, 기민·기사당은 이번 총선에서 당초 예상 득표율에 크게 못 미치는 35.2%(예상 의석수 226)를 기록해 연정이 예고된 자민당의 지지율(9.8.%, 예상 의석수 61석)을 합쳐도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집권당인 사민당과 녹색당 또한 34%, 8.2%(예상 의석수 각 222석, 51석)의 지지율의 얻는 데 그쳐 정권을 수성하는데 실패했다.

한편 구동독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신좌파 정당은 8.7%(예상 의석수 5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주요 야당세력으로 부상했다. 또 신좌파 정당을 제외한 다른 당이 공히 지지율 하락을 보인 반면 자민당은 2.5%의 지지율 상승으로 9.8%의 지지율을 획득해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수확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모두 과반의석 확보 실패... 그래도 '만족'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될 당시 24%의 지지율을 보이던 사민당은 지지율이 34%로 약 10%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온 이번 선거 결과에 크게 만족하는 분위기다. 사민당 대표 뮌터페링은 선거에 대한 평가에서 "선거가 공식 선언되었던 지난 5월 말 과반의 지지율을 보이던 메르켈의 지지율이 급락했다"며 "이는 기민·기사당의 반사회복지 정책에 대한 심판이자 사민당의 개혁정책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기민·기사당은 사민·녹색당의 재집권을 막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강조하며 기민·기사 연합이 선거의 승리자라고 자평했지만, 당초 기대보다 저조한 지지율이 나오자 실망하는 분위기다.

메르켈은 선거 결과에 대한 논평에서 "기민·기사당과 자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최다 지지율을 얻은 정당으로서 안정된 정부를 구성해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최초의 여성총리 후보로 관심을 모았던 메르켈이 기존의 연정 상대인 자민당 외에 다른 당과의 연정을 통해 여성총리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지만, 저조한 결과에 대해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8%대의 지지율을 획득한 신좌파정당은 명실상부 진정한 좌파가 드디어 연방의회에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 자축하는 분위기다. 신좌파정당은 "이번 선거결과는 기민·기사 연합의 반사회복지 정책뿐 아니라 사민·녹색의 개혁정책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는 유권자의 표심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하며 기존의 거대정당에 저항하는 좌파 야당으로 자리잡을 것임을 선언했다.

2.5%의 지지율 상승을 이뤘으나 기민·기사당과의 연정을 통한 과반의석 확보가 불투명해진 자민당과 역시 사민당과의 연정이 좌절된 녹색당은 대연정이 이뤄질 경우 야당으로서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새로운 형태의 짝짓기 불가피

▲ 총선결과 중계를 위해 연방의회 의사당 건물 옆 도로에 길게 늘어서 있는 중계차량들.
ⓒ 강구섭
거대 정당인 기민·기사당과 사민당 모두 어느 한 축을 중심으로 한 연정 구성에 실패함에 따라 대연정을 비롯한 새로운 형태의 짝짓기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후 논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민·기사당과 사민당간에 힘겨루기가 예상돼 정부 구성에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거 결과가 나온 뒤 독일 제2공영방송인 <체트데에프(ZDF)> 는 각 당의 대표인 메르켈과 슈뢰더 등이 참여한 열린 대토론회를 방송했다. 이 자리에서 메르켈 기민·기사당 총리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최대 지지율을 획득한 기민·기사당이 이후 협상 과정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며 "기민·기사당은 협상 주도권을 갖고 신좌파 정당을 제외한 어떤 정당과도 연정을 위한 대화의 문을 열 것"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녹색당에 관심을 표했다.

이와 관련 기민·기사당 연합 내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과 '기민·기사당뿐 아니라 자민당과도 현격한 정책차이를 보이고 있는 녹색당과의 연정은 매우 위험한 것'이란 견해가 분분한 상태다.

메르켈 총리 후보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녹색당 요시카 피셔(현 외무장관)는 "녹색당의 정책이 자민당, 기독민주당의 정책과는 큰 차이를 갖고 있어 연정을 이루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현재의 대단히 복잡한 정세 속에서 그러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유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민당에게 남은 카드는 대연정 뿐

▲ 슈뢰더, 메르켈의 대연정을 패러디한 라디오채널 광고. 양측 모두 과반 획득에 실패함에 따라 슈뢰더, 메르켈의 대연정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 강구섭
기민·기사당과 마찬가지로 신좌파 정당과 연정을 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사민당에게 현실적으로 남아있는 카드는 기민·기사당과의 대연정 뿐. 녹색당 외에 대화 상대인 자민당이 사민·녹색당의 연정에는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거운동 내내 크게 뒤처져 있던 기민·기사당과의 지지율 차이를 1% 내외로 끌어당긴 이번 결과에 큰 만족을 표시하고 있는 슈뢰더 현 총리는 "자신이 주도하에 이뤄지는 기민·기사당과의 대연정만이 현실적으로 성사 가능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며 계속 총리 자리를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자민당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사민·녹색당의 연정에 편입해 그들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기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민당은 녹색당을 포함한 기민·기사당의 연합에도 결코 동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신좌파 정당은 기존의 거대정당을 축으로 하는 연정의 어느 편에서도 서지 않고 야당으로 남아 기존 거대정당의 '반좌파적' 정책에 제동을 걸 것임을 선언하며 독자노선을 갈 것임을 명확히 했다.

기민·기사당이 줄곧 선두를 유지하긴 했지만 선거 막판까지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웠던 이번 총선의 결과가 '무승부'로 판명되면서 현지 언론들은 여러가지 연정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될 연정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체 6200만 유권자의 77.7%가 참여, 2002년의 총선의 79.1% 보다 약간 낮은 참여율을 보인 이번 선거의 최종 결과는 총선후보가 선거 직전 사망함에 따라 투표가 연기된 드레스덴의 한 지역구의 선거 결과가 발표되는 10월 2일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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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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