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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축구지역챔피언전 경기에 참석한 일반 축구팬들.
ⓒ 강구섭
2006 월드컵을 1년여 앞둔 독일이 훌리건 퇴치문제로 분주하다. 세계 축구팬들의 최대잔치가 달갑지 않은 손님, 훌리건들에게 점령당하지 않게 하자는 것.

특히 "훌리건들이 월드컵 기간동안 독일 월드컵 경기장 내외에서 그들만의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전해짐에 따라 독일 경찰, 강력범죄청, 국경수비대 등은 '훌리건과의 전쟁'을 위한 다단계 계획수립에 돌입한 상태다.

월드컵 조직위도 최근 이탈리아, 슬로베니아에서 각각 발생했던 훌리건의 난동을 주시하며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3월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독일-슬로베니아 전에서는 독일과 슬로베니아 훌리건 충돌사태가 벌어졌으며, 4월 이탈리아 국내리그 AC밀란-인터밀란 경기에서는 훌리건이 경기장으로 던진 불붙은 응원도구 때문에 경기가 중단된 바 있다.

독일 경찰의 훌리건 대처 핵심 콘셉트는 한마디로 '노 똘레랑스'다. 폭력과 난동을 수반한 훌리건에 대해서는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

연방내무장관 쉴리는 "법이 허락하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 훌리건의 난동을 막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한시적으로 국경에 대한 검문검색을 다시 실시해 훌리건의 독일 잠입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권침해 논란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치밀하게 추진 중인 독일경찰과 월드컵 조직위의 '훌리건과의 전쟁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월드컵 관람객들은 개인정보를 제공하시오

▲ 외국인뉴스서비스 도이체벨레(http://www.dw-world.de)에 실린 훌리건 난동 관련기사.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관람객의 나이, 성별, 여권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담긴 칩이 내장된 입장권이 도입된다. 뿐만 아니라 경기장에 설치된 첨단 멀티미디어 특수카메라는 100미터이상 떨어져 있는 건너편 관중석에서 응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관객의 모습까지 담아낼 예정이다.

카메라에 담긴 얼굴은 훌리건 데이터베이스 컴퓨터로 바로 보내져 수초 만에 동일인 여부가 확인된다. 카메라속의 얼굴이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인물과 동일할 경우 자동으로 경고음이 울리고 경찰이 출동하게 된다.

경기장뿐 아니다. 훌리건 출현이 예상되는 주요 거리나 장소에도 특수 카메라가 설치되며, 역시 잠깐 사이에 훌리건 여부가 가려진다. 가발을 쓰거나 변장을 해도 헛일. 휴대폰을 이용한 지문감식 장치까지 동원해 그야말로 물 샐 틈 없다.

연방내무부는 특수카메라 등 각종 장비를 설치, 운용하는데 총 1억 유로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각 연방차원에서 비용을 분담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보인권 침해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주최 측은 테러, 훌리건 등으로부터 월드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독일 내 6천여 훌리건 집중관리대상 목록에

▲ 프랑스 제16회 월드컵축구대회에서 프랑스 경찰들과 충돌을 일으켰던 독일 훌리건들.
ⓒ 연합뉴스/AP
서독일 뒤셀도르프지방 강력범죄청에는 1991년부터 훌리건 등 스포츠 관련 위험인물을 관리하는 정보센터가 설치돼 전국의 훌리건 정보가 종합 관리되고 있다. 현재 독일 전역에서 위험인물 리스트에 이름이 올려진 훌리건들은 6천여 명.

국제 경기가 열리면 정보센터는 각 지방 경찰과 연계해 훌리건 집중 관리에 들어간다. 실례로 작년 포르투갈에서 열렸던 축구 유럽챔피언전 기간 동안 200여 독일 훌리건들의 포르투갈행이 경찰에 의해 불허됐다. 또한 베를린에 있던 수명의 훌리건들은 챔피언전 기간 동안 매일 경찰에 연락해 자신들의 소재를 알려야 했다. 훌리건 전문 경찰들은 포르투갈에 파견돼 경기장, 숙박업소 일대를 돌아다니며 독일에서 온 훌리건을 색출하기도 했다.

노트라인베스트팔렌 지방내무부장관 베렌스는 "노트라인베스트팔렌 경찰은 독일 전체 경찰 가운데 축구경기 관련 작전에 가장 많이 투입된 경찰"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번 월드컵을 위한 훌리건 종합 대처 방안도 노트라인베스트팔렌 경찰에서 나왔다는 것. 실제 정보센터에서 관리하는 6000여 훌리건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2100여 명 훌리건이 노트라인베스트팔렌에 진을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간 공조...전세계 1만여 훌리건을 감시하라

지난 4월, 유럽 각국 등 35개국 70여명의 훌리건 전문가들은 독일에서 각국 훌리건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각국의 위험 훌리건들이 독일에 입국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 훌리건의 난동을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강경 발언이 공공연하게 쏟아졌다.

이를 통해 각국의 위험, 요주의 인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졌다. 내년 월드컵에서는 총 1만여 명의 세계 훌리건들의 독일 입국이 금지되며, 이들에 대한 집중관리를 위해 세계경찰 수백 명이 독일로 파견될 예정이다.

▲ 지난 3월 말 슬로베니아에서 열렸던 독일-슬로베니아 친선 경기에서 발생한 독일 훌리건 난동사건을 다룬 신문기사(http://www.dw-world.de)
또한 도르트문트, 겔젠키르헨, 쾰른 등 세 개의 구장에서 전체 월드컵 경기의 25%를 소화하는 노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는 올해 들어 세 차례에 걸쳐 독일, 네덜란드 경찰 합동으로 훌리건 대처 훈련이 실시됐다.

국가간 공조의 필요성은 지난 3월 말 슬로베니아에서 열렸던 독일-슬로베니아 친선 경기에서 발생한 독일 훌리건 난동사건으로 더욱 강조되고 있다.

당시 슬로베니아는 독일 훌리건이 슬로베니아로 향하고 있다는 독일 측의 정보를 과소평가하고 경찰을 파견하겠다는 독일에 소극적 태도를 나타냈다가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독일 훌리건 50여명, 슬로베니아 훌리건 20여명이 경찰에 붙잡혔고 그 가운데 25명이 경찰에 기소됐다.

'경기장내 알코올 금지'까지?

훌리건의 난동에 알코올이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견해가 힘을 얻으면서 일각에서는 월드컵 기간 동안 경기장 내의 알코올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프랑스 경찰이 독일훌리건의 폭력으로 중증장애를 입었던 사건을 상기하는 독일 경찰노조는 월드컵 경기장 내에서의 알코올 금지에 적극적이다.

알코올 금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모든 경기에 이를 적용하기는 어렵더라도 영국 대 네덜란드 전과 같은 '숙명의 한판'에는 알코올을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목소리가 제법 힘을 받으면서 대회 주최 측 또한 알코올을 완전히 금지 여부, 무알코올 맥주허용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알코올이 금지될 경우, 대회 공식 후원사인 미국의 안하우저 뿐만 아니라 독일대표팀의 공식 후원사 비트부르거 맥주 등의 반발을 피할 수 없기 때문.

한편 월드컵 기간 동안 10만여 명의 경찰이 훌리건 방지, 테러 대비를 위해 투입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경찰들 사이에서는 "월드컵 다 봤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월드컵이 개최되는 남부 바이에른 지방을 비롯한 독일 전역의 경찰들은 월드컵 기간동안 휴가가 제한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에 열린 월드컵 준비의 총 점검 성격의 대회인 컨페더레이션컵 대회에서 실전테스트를 거친 조직위는 큰 무리 없이 대회가 치러진 것에 일단 안도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2006년 독일월드컵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때까지 훌리건과의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축구경기장의 불청객' 훌리건, 그들은 누구인가
인터넷, 휴대전화, 팩스 등 통해 집결지 모의

▲ 훌리건 전용 용품 판매 웹사이트

훌리건은 운동경기장 내외에서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등의 경기장의 폭력, 난동꾼을 일컫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훌리건이라는 단어의 기원은 1898년 난동꾼으로 영국 경찰에 기록되어 있는 아이렌 패트릭 훌리건 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과 영국 아이슬링톤 지역에서 활동하던 불량배집단의 단체명 '훌리'에서 나온 것이라는 두가지 설이 존재한다. 아이스하키를 비롯한 다른 일부 경기에도 훌리건이 존재하지만 대체로 축구장 난동꾼을 일컫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일부 훌리건의 경우 특정 스포츠클럽의 회원인 경우도 있지만 순수 축구팬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상당수다. 흔히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경기에 졌을 경우 난동을 피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훌리건에게 경기 결과는 부차적 의미를 갖고 있으며 경기장 내외에서 상대팀 훌리건과 대결을 벌여 자신의 강함을 확인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이러한 기회를 얻기 위해 일부러 상대편 훌리건과 충돌할 '일'을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다른 훌리건과 시간을 정해 야외에서 '대전'을 치른 후 유유히 사라지기도 하며 반대로 다른 훌리건 그룹과 교류를 갖고 우정을 돈독히 하는 경우도 있다.

훌리건들은 왜 난동을 피우는가

훌리건들이 왜 난동을 피우는가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존재하는데 평상시 사회생활에서 외부로 표현할 수 없는 폭력이나 공격성을 분출하고자 하는 욕구, 폭력에 대한 재미,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경험을 하고 싶은 욕구 등이 주요한 동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독일 하노버 대학의 필츠 교수는 "훌리건들은 난동을 통해 번지점프 등의 스릴을 담고 있는 운동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쾌감을 경험한다"라는 분석을 제시한다. 평상시 잠재되어 있던 각종 욕구를 마음껏 발산하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 축구팬처럼 동일한 단체복장을 하지 않고 지극히 눈에 띄지 않는 복장을 한 채 불시에 한판을 치르고 조용히 사라지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훌리건 간의 '집단대련'에도 일정한 룰이 존재한다. △ 상대팀 훌리건 외에 경기를 관람하는 순수 관객은 절대로 공격하지 않는다 △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은 공격하지 않는다 △ 우산, 몽둥이, 병, 돌 등의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등의 훌리건 수칙 등이 그것. 그렇지만 실전에서 이러한 룰이 꼭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경찰의 의견이다.

평범한 시민들의 훌리건 변신도 많아

일부 극우주의 성향의 사람들이 묻어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특별한 이념적 성향 등을 요구하지 않으며 대체로 다양한 계층에 걸쳐 훌리건이 자리 잡고 있다. 한 예로 영국의 명문 캠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학술지를 편집하는 일을 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영국인 버포드는 주말마다 축구 경기장에서 훌리건 변신해 난동을 피웠던 자신의 이중적 모습에 대한 경험을 책으로 펴내 적지 않은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14~40세 사이의 노동자, 실업자, 사무직 종사자, 전문직 종사자, 전문연구원 등 다양한 직업 분포를 보이고 있는데 연방내무부는 연구결과에서 사회적으로 하위 계층에 훌리건이 집중 분포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인터넷, 휴대전화 팩스 등 다양한 연락 수단을 통해 어디에 집결할지 모의하는데 프랑스 월드컵 당시 훌리건들이 보여준 조직력과 기동력은 경찰도 놀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훌리건 희생자로 알려진 대표적 사례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독일 훌리건에 의해 폭력을 당했던 프랑스 경찰 다니엘 니벨. 독일 대 유고슬로비아 경기 후 훌리건과의 충돌에서 큰 머리부상을 당한 니벨은 6주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겨우 깨어났으나 중증의 장애를 입게 되었고 사건 피의자였던 4명의 독일 훌리건은 독일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 받았다.

또한 1985년 벨기에서 있었던 유럽컵 대회 이탈리아(Juventus Turin) 대 영국(FC Liverpool) 경기에서 발생했던 훌리건의 충돌로 39명이 사망한 사건은 사상 최악의 훌리건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 강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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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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