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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제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경기도 양주에 있는 중앙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원무과에서 일한다는 사람은 "외국 사람이 병원에 실려 왔는데, 말은 안 통하고,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화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원무과 직원에 의하면 자해인지, 상해인지 잘 모르지만 임금체불과 상관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 일로 <양주외국인노동자의집(이하 양주외노집)>에 전화를 걸어 사건 내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외노협 사무실에서는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이 있는 곳과 가장 가까운 외국인이주노동자 지원단체에 연락을 하게 됩니다. 오후 5시경 양주외노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중앙병원으로 그를 찾아갔지만 수술중이라 만나지 못했고, 우즈벡 사람 같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할 수 없이 그냥 돌아왔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계속 그 일이 신경 쓰였었는데 오늘 아침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수술은 잘 끝났고, 수술 받은 사람은 우즈벡 사람이 아닌 몽골인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45세이며 여자입니다. 귀국하기에 앞서 밀린 임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해 복부에 칼을 들이대는 자해를 했다고 합니다.

수술이 잘 끝났다고 하지만 지불해야 할 수술비만 해도 100만원이 넘게 나왔다고 합니다. 회사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소식을 접하다 보면 나서서 도와줄 능력이 없는 저의 처지만 한탄하게 되고, 걱정만 늘어납니다. ‘임금체불과 자해라니…’

극단적인 일을 저지른 몽골 아주머니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귀국하겠다는 사람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자해했다는 소식을 전해도 병원에 와 보지도 않는 업체 대표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임금체불이 원인이지만 자해로 인해 몽골 아주머니는 심신이 상처를 입었을 것입니다. 그분의 병원비나 귀국 준비는 어떻게 될 지 생각할수록 답답해집니다.

그 일을 누가 나서서 쉽게 도와줄 것도 같지 않은데 형편이 어려운 양주외노집에 떠맡기고 나니 미안합니다. 좋은 일을 안겨 주지 못하고 짐만 떠넘기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런 저의 생각과는 달리 양주 소장님은 “같은 짐을 지고 가는 사람들이 함께 짐을 조금씩 더는 것”이라고 괘념치 말라 합니다.

양주외노집을 책임지고 있는 소장님은 체구가 작고 숫기가 없을 뿐 아니라 평소 말수가 적어 어떻게 이런 힘든 일을 떠맡았는지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그분이 힘든 속내를 양주외노집 카페에 '양주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털어 논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임금체불과 그로 인한 자해, 이런 일들이 이 땅에서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을까요? 그런 날이 하루 속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날을 위해 함께 짐을 지고 가실 분들 어디 없나요?

양주풍경
양주외노집 카페에 실린 글

양주의 '신촌 사단앞'에서 32번 버스를 기다리며 그날 처리해야 될 일들을 그려본다. 쉬운 일부터, 비교적 간단한 일부터 시작해야 지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만 가끔은 복잡하면서도 시급한 일들이 있기에 아침부터 어깨가 무거워진다. 더구나 며칠째 손도 대지 못한 사건들은 중압감을 넘어서 고통이 되어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방성5리', '능안공단', '능안말', '진웅산업', '봉재레미콘'을 지나면서 버스 정류장 이름들에 대한 생각에 잠긴다. 어쩌면 그렇게 철저하게 우리 동네를 잘 그리고 있을까?

수도 서울의 위성도시 의정부, 그 의정부의 외곽 시. 양주가 시가 된 것은 작년 가을의 일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다른 시에 비해 땅이 넓은, 그러니까 땅값도 싸고 발전도 더딘 주변지역,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땅이다. 작은 공단들이 논과 밭에 뒤섞여 뒹굴며 살아가는...

더구나 군부대와 비행장이 있어 발전이 더딘 양주! 미선과 효순이가 미군 장갑차에 깔려 비참한 죽음의 길 갔던 한의 땅 양주, 오래오래 정착하려고 오는 땅이 아니라 잠시 동안만 거쳐가는 지역이라고 인식하며 들어오는 땅 양주! 의정부나 서울로 이사를 할 경우 사람들은 '드디어 탈출!'이라고 지칭한다.

'가래비주유소'에서 내리면 대한민국의 세계화를 실감시키는 거리에 서게 된다. 한국인보다 훨씬 더 많은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 한국인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대부분 중국 한족 사람들임을 알게 된다.

한국말에 능한 중국동포들과 외국인들이 서울과 그 주변도시에서 돈을 벌고 있다면 그 주변도시의 주변인 양주, 포천, 송우리 등에는 아직도 한국말에 서툴어 3D직종 중에서도 더욱3D직종에 종사하며 더욱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한국말에 능하지 못하여 당하는 고통은 더욱 크다. 의사소통의 문제를 넘어서 산업재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사회적응 훈련 프로그램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지역의 외국인 근로자는 7600여 명(양주시 지역경제과 집계)이며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단체는 겨우 두 곳뿐이다. 또한 불법체류자들은 집계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적응 훈련 프로그램과 의료 서비스 등의 실시, 아울러 쉼터 운영 등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실무자는 별로 없고 자원활동가마저 구하기 어려운 양주!

오늘도 책상 앞에는 해결을 기다리는 문제들이 쌓여 있는데, 어깨는 무겁고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지쳐 가는 스스로의 모습이 기막히다.

함께 짐을 지실 분들은 손가락 세웠으니 붙어주시기 바랍니다. / 양주외노집 김영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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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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