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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민주노동당은 탄핵에 대한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 12일 민주노동당 탄핵 가결 관련 공식 기자회견
ⓒ 진보누리
(전략) 민주노동당은 이번 탄핵정국의 책임이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에 있다”고 규정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차떼기 정국을 만회하려는 한나라당과 날로 떨어지는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민주당의 야합이 만들어낸 기획탄핵”이라고 규정하고 “또 탄핵을 빌미로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하여 극한 대결을 유도하는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선거 전략이 빚어낸 결과가 오늘의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이에 “국가적 위기상황을 더 이상 정치권에 맡길 수 없다”면서“이제는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하며 ‘보수정치권심판비상국민행동’ 구성”을 각계에 제안했다.

권영길 대표는 비상국민행동에 대해 “ 탄핵정국을 초래한 한, 민, 열이 정치를 수습한다는 것은 용납 못할 일로 이들 모두는 정치행동을 즉각 중단해야한다”면서 “국민행동은 오늘 이 시간부터 각계각층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략) -진보누리


민주노동당의 이 논평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말은 원론적이고 옳은 말이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한나라당과 민주당과 같은 수구세력과 뭉뚱거려 '보수정치'로 규정하고 규탄하는 것은 분명 옳지 않다.

이는 자칫 지금까지 과거정치와의 단절, 개혁을 추구해왔던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노력을 기존 수구세력과 동일시해 현 탄핵정국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특히 “탄핵을 빌미로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하여 극한 대결을 유도하는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선거 전략이 빚어낸 결과가 오늘의 사태를 초래했다” 부분은 한나라, 민주, 자민련이 내세우고 있는 탄핵의 명분이다. 탄핵규탄을 내세우면서 탄핵명분도 같이 지지하는 모순을 연출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그리고 이런 시각은 지금 한창 투쟁에 나서고 있는 국민들의 예봉도 꺾어놓는 일이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과 같은 '보수정치'라면 국민들이 노 대통령을 지킬 명분이 약화되고 만다. 이는 지금 정치권에서 싹을 겨우 틔우고 있는 개혁세력의 탄생의 고통을 부정하고 있으며 그것을 열심히 돕고 있는 국민들의 노력도 '보수'로 정의해 국민들의 사기도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문제다.

이런 민주노동당의 행보는 탄핵 철회와 보수정치권에 대한 압박을 함께 해나감에 있어 열린우리당과의 차이점을 명백히 하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전략은 틀렸다.

민주노동당은 지금 탄핵을 결의한 '수구' 세력이 '중도보수' 인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얼마나 '빨갱이'로 몰아세웠는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온건보수인 그들이 이렇게 색깔론에 휘말렸을진데 '진보'이자 '좌익'인 민주노동당에게는 앞으로 어떠하겠는가?

비록 지금은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의석도 없는 정당이라서 무시하고 있지만 민주노동당이 의석을 차지하고 나서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한나라-민주-자민련 수구세력들은 모든 것을 걸고 민주노동당을 '빨갱이'로 몰아갈 것이다. 이는 민주노동당에게 하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록 단기적으로는 지지도 하락과 원내 입성이 힘들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개혁의 기반이 강화되고 색깔론의 힘의 약해지며 여론의 다양성이 보장된 '중도보수'인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입지강화가 민주노동당에게는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에게 간곡히 부탁을 드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시국을 주도해나가기 말이다. 지금 개혁세력이 겪고 있는 엄청난 산고를 보고 있지 않은가? 이 개혁세력이 산고를 이기고 태어나지 못한다면 진보세력인 민주노동당이 겪어야 할 산고는 이보다 몇 배는 더할 것이다.

지금 국민은 탄핵을 막고 개혁세력의 출산을 돕는 것에 모든 것을 기울여야 할 때다. 비록 탄핵규탄을 외치고 있지만 이런 양비론적 시각은 현 탄핵정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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