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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은 시작되었다

마침내 전쟁이 발발하였다. 부시는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이라크가 알 카에다와 관련된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 UN 사찰단은 대량살상무기가 없다고 공언하였다. 모아브 등 핵무기에 버금가는 초현대식 대량살상무기로 무고한 민중을 학살하고 있는 자는 바로 미국이다. 9.11 테러를 이용해 권력을 강화하며 테러를 부추기고 있는 자는 바로 부시 자신이다.

이 전쟁은 일말의 도덕적 정당성이나 명분도 없이, UN과 인류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제법을 어기고 행해지는 야만이다. 다가오는 에너지 위기 시대에 대비하여 세계 2위의 석유 매장국을 성조기의 깃발 아래 두기 위하여, 중동, 더 나아가 잠재적인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에 대해서 미 제국의 확고하고 유일한 패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재고 무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무기를 실험하면서 미국의 매파들과 유착관계에 있는 군산복합체를 살찌게 하기 위하여, 공포를 더욱 조장해 미국민 다수가 이성을 잃어야만 재선에서 당선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여, 부시는 수백만이 죽고 미국과 전세계를 경제위기로 내모는 대학살극을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91년 걸프전 이후 미국의 경제봉쇄로 죽은 이라크인만 170만 명이다. 이번 전쟁으로 수십 만 명에서 수백만이 또 죽을 것이고 그들의 대부분은 연약한 어린이와 여성일 것이다. 인류의 찬란한 문화유산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적들 대부분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어머니의 젖줄,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이 품고 있는 중동 최고의 생태계가 철저히 파괴될 것이다.

이라크 침공은 제국 종말의 전주곡이다

부시는 빅브라더를 꿈꾸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부시가 석유나 무기판매보다 더 노리는 것은 새로운 국제 질서이다. 이번 전쟁으로 국가간 견제와 균형에 바탕을 둔 세계 질서는 무너질 것이다.

그간 인류사회는 강대국과 약소국간 차이가 있었지만 UN을 중심으로 국가간 민주주의를 누렸다. 그러나 이라크 침공으로 이 시대는 종말하고 미국이 모든 나라의 위에 서서 마음껏 전쟁과 학살, 무역규제, 도청과 고문을 일삼는 야만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였다.

지금 미국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무기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다. NSA는 에셜론 체제를 이용하여 전세계의 이메일과 팩스를 도, 감청하고 있다. CIA와 미군부는 테러 용의자 색출을 명분으로 많은 아랍인들을 영장 없이 구금하고 고문하고 때로는 암살하고 있다.

제3세계의 독재자들도 밝혀질 경우 정권에서 물러나야 할 정도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인류의 보편의 범죄가 고문과 학살, 그리고 도청 아닌가. 부시는 이 야만적인 범죄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행하고 있다. 이번 전쟁이 더 오래 지속되기 전에, 더 많은 어린이가 학살되기 전에 우리는 전범 부시를 권좌에서 끌어내고 세계 평화를 이루어야 한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선 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미국은 결국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이라크를 점령하고 친미 괴뢰정권을 세우는 데 성공할 것이다. 원하던 석유를 얻고 중동의 반미 경향에 쐐기를 박는 한편 석유를 무기로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 등 잠재적인 강대국을 자신의 발 아래 두는데, 미국이 이들 모든 나라를 지배하고 통제하는 유일한 초강대국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제국 종말의 시점이 될 것이다. 친미 괴뢰정권은 이라크와 아랍인의 끊이지 않는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부시의 이라크 침공은 도덕적 권위, 민주주의의 원칙, 인류 보편의 가치와 국제법을 저버린 행위이다.

아무리 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제국이라도 정당성을 상실하면 내부로부터 붕괴하였음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는 순간은 바로 그 지배 하에 있는 전세계 국가와 국민을 적으로 바꾸는 기점이다.

미국과 미국민은 전 세계에서 '평화의 적', '대량학살자', '인류 문명의 파괴자'로 지목되어 저항을 받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이라크 침공 → 유일한 초강대국 제국의 완성 → 제국의 내부 균열과 고립 → 제국의 종말→ 국가간 공존 공영의 시대'가 이후의 예약된 미래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국을 바로 잡기 위하여, 미국이 더 이상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범죄를 짓지 않도록, 국가 간 공존공영하는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부시의 야만에 강력히 저항해야 한다.

네 다리만 건너면 인류 모두는 이웃이다

전쟁과 학살을 단행한 부시 일당은 선과 악을 극단적 이분법으로 나누는 기독교 근본주의의 광신도들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지금 당장 옆에 있는 사람을 마주 보라. 똑바로 상대방을 바라보면 상대방의 눈동자에 내가 비춰진 것이 보일 것이다. 상대방의 눈동자에 맺힌 내 모습을 '눈부처'라 부른다. 내 모습 속에 숨어있는 부처가 상대방의 눈동자를 거울 삼아 비추어진 것이다. 그 눈부처를 바라보면서 상대방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레비나스는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서 신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하였다. 이슬람인에게도, 미국인에게도, 심지어 부시와 오사마 빈 라덴에게도 평화를 갈망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가엽게 여기는 마음, 곧 부처의 마음이 깃들여 있다. 서로 눈부처를 바라보면서 상대방이 증오의 씨를 거두고 평화의 싹을 틔울 수 있도록 상대방을 따스하게 포옹하고 사랑의 말을 건네자.

서양 속담에 "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다"라 한다. 사람이 대략 3000명의 사람을 소개받고 300여명과 가깝게 지낸다고 한다. 그러니 한 다리를 건너면 나는 300명을 알고 있으며, 여기서 한 다리를 건너면 내가 아는 300명에 각자 300명씩을 곱하게 되니, 9만명의 사람을 알게 되고, 또 한 다리를 건너면 2700만명의 사람을 알게 되고, 네 다리를 건너면 81억명을 알게 된다. 물론 여기에 지역과 문화의 제약을 상정하지 않은 것이지만, 산술적으로 볼 때 인류는 네 다리만 건너면 모두가 친구인 셈이다. 열 다리도 아니고 네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인데 종교나 이데올로기가 다르다고, 서로 피가 다르고 생활양식이 다르다고 으르렁거리고 서로 총을 겨누어야 할까?

바이오스피어2(Biosphere Ⅱ)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민은 현미경으로나 보이는 하찮은 박테리아가 지구 전체의 대기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미세한 먼지보다 작은 박테리아 한 마리가 다른 모든 생명의 조화와 균형에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세계가 인연의 비늘로 철저히 겹쳐있는데 홀로 존재한다 할 수도 없거니와 홀로 무엇이라 내세울 수도 없으며, 홀로 삶을 영위할 수는 더 더욱 없는 것이다. 나는 없다. 그러나 당신이 있어서 나는 있다. 우리는 홀로 남겨진 존재가 아니다. 인연의 사슬이 깊어 수천억 년 가운데 같은 시대에, 수조개의 별 가운데 같은 별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인이 있어서 백인이 있고 기독교가 있어서 이슬람교가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라크인의 고통은 미국인의 고통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미국 군인에게 형제를 학살당한 이라크인이 모든 미국민을 향해 증오와 복수의 절규를 할 때 선량한 미국민은 무엇이라 변명할 수 있겠는가?

아직 늦지 않았다. 진정으로 테러를 종식하고 미국민이 편안하게 중동의 고대 문명 유적지를 활보하고 미국민과 이라크인이 서로 웃으면서 축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있다. 테러를 막는 근본적인 길은 이라크에 폭탄 대신 구호식량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라크 인의 마음 속에 있는 부처들이 살아나서 잠재적인 후세인과 테러리스트들까지 쓸어버릴 것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300억 달러면 지구상의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며 기초 건강관리를 하며 교육을 받는 등 인간적인 존엄성을 유지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영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더도 덜도 말고 300억 달러면 전 인류가 기아에서 벗어나는데 그 서른 배에 달하는 9000억 달러를 이라크인을 살상하는 데 퍼붓는 것은 얼마나 야만이겠는가?

이제 전쟁을, 학살을 중지시켜야 한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평화와 공존의 21세기를 피와 살육의 광란으로 몰고 가는 야만적인 세력들에게 맞서야 한다. 미친놈이 총을 난사하여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면 사람들을 살리는 길은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미친놈에게서 총을 빼앗는 것이다.

부시와 언론에 조작 당한 미국민은 지금 이성을 잃고 70% 넘는 사람들이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 그들이 이성을 되찾도록 해야 한다. 미국이 도덕적 권위와 민주주의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회복하도록 우리는 도와야 한다. 그들의 가슴이 100% 악과 증오로 채워지기 전에 그들의 마음 속에 있는 선과 평화의 싹들을 키워내야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자. 상대방의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부처의 마음, 곧 평화와 사랑의 싹들을 틔우자. 이것이 인류를 살리는 길이자 애국심과 증오의 광기에서 미국 시민을 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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