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첫 방영된 ENA 채널 '찐팬구역 - 이글스라 행복합니다'의 한 장면.

지난 8일 첫 방영된 ENA 채널 '찐팬구역 - 이글스라 행복합니다'의 한 장면. ⓒ 스튜디오수파두파, 에그이즈커밍

 
TV 예능의 주요 소재 중 하나는 스포츠, 운동이다. 꾸준히 방영 중인 SBS <골 때리는 그녀들>(축구), JTBC <뭉쳐야 찬다>(야구) 등 구기 종목을 비롯해서 넷플릭스 <피지컬: 100> 등 체력 싸움을 보여주는 여러 프로그램이 TV, OTT 공간에서 사랑받고 있다.

​승부의 세계가 만드는 짜릿함, 한계에 도전하는 출연진들의 땀과 열정은 스포츠 경기 못잖은 쾌감을 선사하면서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조금은 색다른 스포츠 예능이 하나 등장했다. 지난 9일 케이블 채널 ENA와 유튜브 <채널 십오야>를 통해 동시 공개된 <찐팬구역>(스튜디오 수파두파-에그이즈커밍 공동 제작)이 그 주인공이다. 

이 프로그램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를 소재로 삼은 신작이다. 그런데 <찐팬구역>은 여타 스포츠 예능과는 차이가 있다. 직접 플레이어로 나선 출연진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하는 팬들의 희비를 핵심 내용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공을 던지고 치는 것 대신 관전 그 자체가 이 프로그램의 중심을 차지한다.  

만년 하위팀, 여전히 뜨거운 성원 보내는 독특한 팬덤​
 
 지난 8일 첫 방영된 ENA 채널 '찐팬구역 - 이글스라 행복합니다'의 한 장면.

지난 8일 첫 방영된 ENA 채널 '찐팬구역 - 이글스라 행복합니다'의 한 장면. ⓒ 스튜디오수파두파,에그이즈커밍


잘 알려진 것처럼 한화는 프로야구 만년 하위팀으로 각인되고 있다. 과거 1999년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 이후 25년이 지난 현재 두 번째 우승은 요원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2018년 정규시즌 2위를 제외하면 늘 9, 10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하며 다른 구단 팬들의 안쓰러움을 사는 팀이다.

그러나 잦은 연패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열정 만큼은 남 부럽지 않다. 어찌 보면 가장 특이한 성향의 팬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화 팬들의 희로애락이 연출자 박인석 PD에겐 좋은 아이템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마니아층을 탄탄하게 형성했던 KBS 예능 <홍김동전> 이후 KBS를 퇴사한 박 PD는 한화 팬덤의 독특한 캐릭터를 예능에 녹여내기 위해 조세호, 차태현을 중심으로 인교진, 이장원, 그리고 햔화의 레전드 타자 김태균까지 섭외해 프로그램의 틀을 완성했다.

아쉬운 개막전 패배... 그래도 희망을 본 한화팬들​
 
 지난 8일 첫 방영된 ENA 채널 '찐팬구역 - 이글스라 행복합니다'의 한 장면.

지난 8일 첫 방영된 ENA 채널 '찐팬구역 - 이글스라 행복합니다'의 한 장면. ⓒ 스튜디오수파두파, 에그이즈커밍

 
한화는 올 시즌 프로야구 판도에 돌풍을 일으킬 만한 다크호스로 손꼽힌다. 꾸준한 유망주 및 FA 선수 영입 등으로 전력 보강을 이룬 데다 메이저리거 류현진이 돌아오면서 어느 때 이상으로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전(3월 23일) 녹화 현장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차태현의 흥 넘치는 모습부터 요즘 한화 팬들의 분위기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차태현은 뒤이어 도착한 인교진과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이글스 팬'이라는 공통 분모 만으로 곧바로 하나가 되었다. 여러 구단을 전전하면서 시구와 응원을 하면서 '쓰리클럽맨'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MC 조세호를 비롯해 이날 경기의 상대팀이자 전년도 우승팀 LG트윈스 열성 팬인 초대손님 홍경민, 신소율 등이 모두 모이자 현장은 야구장 못잖게 열띤 응원전으로 가득 채워졌다.

경기의 주도권이 바뀔 때마다 목격되는 두 팀 팬들의 엇갈린 희비는 독특한 웃음과 재미를 선사했다. 뒤이어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를 섞어 뽑아내는 차태현, 인교진 등의 '셀프 디스' 입담까지 어우러져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비록 이날 한화는 아쉽게도 개막전 패배를 당했지만 다음날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기에 이를 바라본 팬들은 새로운 희망을 키울 수 있었다.

단순한 구성... 장기 방영 안착 가능할까?​
 
 지난 8일 첫 방영된 ENA 채널 '찐팬구역 - 이글스라 행복합니다'의 한 장면.

지난 8일 첫 방영된 ENA 채널 '찐팬구역 - 이글스라 행복합니다'의 한 장면. ⓒ 스튜디오수파두파, 에그이즈커밍

 
<찐팬구역>은 그동안 방송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던 야구 팬 문화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방영 이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특히 프로야구 응원 문화에서도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던 한화였기 때문에 이를 잘 다듬는다면 TV 예능의 확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더구나 프로야구가 없는 월요일 저녁 시간에 방송되는 <찐팬구역>은 한화 팬 뿐만 아니라 나머지 9개 구단 팬들도 흥미롭게 관전할 수 있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하위권 성적에 익숙해진 이글스 팬 특유의 자조 개그가 동반되면서 <찐팬구역>은 스포츠 예능의 또 다른 변주 가능성을 보여줬다.

본 방송을 한 주 앞둔 지난 2일 <채널 십오야>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한 차태현은 "5강에 못가면 폐지", "생각보다 상대팀 팬들 섭외가 쉽지 않다" 등 뒷이야기를 소개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당초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한화 팬 특유의 '짠내'가 이 예능의 중심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지만 류현진 합류, 시즌 초반 연승 등으로 인해 <찐팬구역>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고도 한다.  ​

다만 정규 편성되어 매주 방송된다고 해도 초반의 기세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응원이나 리액션 중심의 단순한 구성에서 매주 새로움을 뽑아냘 수 있을지도 우려스럽다.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다면 <찐팬구역>은 긴 호흡을 유지하며 야구와 함께 사랑받는 예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지 못할 경우 자칫 용두사미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 <찐팬구역>은 정말 한화와 함께 가을야구의 마지노선인 '5강' 진입에 성공하면서 행복하게 시즌을 마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찐팬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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