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결방된 MBC '복면가왕' 9주년 특집 예고편

갑작스럽게 결방된 MBC '복면가왕' 9주년 특집 예고편 ⓒ MBC

 
축하 받아야 할 MBC <복면가왕> 9주년이 갑작스럽게 정치권 정쟁의 중심에 섰다. 당초 지난 4월 7일은 매주 일요일마다 방영되는 <복면가왕>이 전파를 탔어야 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결방이 결정됐다. 더군다나 한주 전(3월 31일) '방송 9주년'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예고편까지 소개되었던 터라 해당 프로그램의 애청자들로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MBC는 6일 웹사이트를 통해 "4월 7일 일요일 방송 예정이었던 '복면가왕'은 제작 일정으로 인해 결방한다"며 "'복면가왕' 446회는 14일 방송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제작 일정이지만 속내는 달랐다. MBC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9주년 특집을 장식한 '9'라는 숫자가 10일 거행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에서 특정 정당의 기호를 연상시킬 수 있어 자체 판단으로 결방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송-연예계가 아닌, 정치권에서 <복면가왕>을 둘러싼 각종 설전을 벌이는 웃지 못할 광경이 지난 이틀간 펼쳐졌다. 음악 예능이 본의 아니게 총선 직전 치열한 정치 공방전의 소재가 된 것이다. 

9주년 특집 결방... MBC의 고육지책
 
 갑작스럽게 결방된 MBC '복면가왕' 9주년 특집 예고편

갑작스럽게 결방된 MBC '복면가왕' 9주년 특집 예고편 ⓒ MBC

 
이번 조치는 MBC의 '몸 사리기'에 가까운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당초 7일 방송 예정이었던 '복면가왕'은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  주제곡을 개사해 부르는 등 9주년을 강조하는 쪽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또한 예고편을 보면 화면 곳곳에 자막 '9'가 등장한다. 조금의 오해라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판단이 앞서던 모양이다.

앞서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월 27일 당일 미세먼지 농도가 '1'이었다고 전하면서 파란색 숫자 그래픽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더불어민주당을 연상케 한다며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관계자 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현재 MBC의 각종 TV, 라디오 프로그램 방영 내용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방위의 제재가 쉴새 없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보니 방송사 입장에선 <복면가왕> 9주년 특집을 그대로 방영할 경우, 숫자 9를 강조한 부분에 대한 추가 조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복면가왕> 9주년 방송은 한주 건너뛰고 총선이 끝난 후 14일에 방영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즐겨 봐왔던 시청자의 입장에선 허탈할 수밖에 없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상반된 반응 보인 시청자들
 
 최근 주요 방송사 보도 및 방송 내용에 대한 관련 심의 기관의 징계 조치가 쉴틈 없이 이뤄지고 있ㄷ.

최근 주요 방송사 보도 및 방송 내용에 대한 관련 심의 기관의 징계 조치가 쉴틈 없이 이뤄지고 있ㄷ. ⓒ MBC, SBS

 
<복면가왕> 결방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상반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방통위에서 압박 넣었나?", "MBC 계속 중징계 맞아서 또 징계 받으면 방송사 문 닫아야 될 수도 있으니까 몸 사리는 겁니다"(야당 지지 성향 유권자)
"일부러 논란 만든다", "또 MBC 선동하고 있네","MBC가 쏘아 올린 공이다. 뭣하러 미세먼지1을 해서"(여당 지지 성향 유권자)


표현의 자유 위에 군림하는 위원회와 기관의 징계가 요란스럽게 판을 벌이는 2024년의 현실을 보고 있자니 1970년대가 떠오른다. "사랑이 왜 이뤄지지 않느냐"라는 이유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금지곡이 되고, "불신풍조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거짓말이야'가 금지곡이 되던 그 때와 지금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이례적으로 각종 커뮤니티에서 방송에 대한 리뷰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자신의 정치 성향을 내보이며 설전해야 하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복면가왕' 9주년 특집 결방은 '블랙 코미디' 그 자체라는 생각이다.
복면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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