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

그룹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 ⓒ S2엔터테인먼트

 
​최근 케이팝 업계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개성 넘치는 중소 기획사 소속 걸그룹들의 약진이다. 아쉽게 좌초하긴 했지만 빌보드 및 글로벌 차트를 석권했던 피프티피프티를 비롯해서 가사의 힘이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한 하이키가 지난해 음악팬들의 귀를 사로 잡았다. 지난 3일 싱글 < Midas Touch >를 발표한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 벨-나띠-하늘-쥴리) 역시 실력파 멤버들을 앞세워 조금씩 팬층을 넓혀가는 팀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23년 데뷔 직후만 하더라도 가수 심신의 딸(벨),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나띠) 등 음악 외적인 요소에 더욱 관심이 모이는 듯했다. 그러나 두 장의 EP 음반을 발표하면서 보컬, 랩, 댄스 퍼포먼스 등을 모두 아우르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새롭게 주목 받기에 이른다. 

새 싱글의 타이틀 곡 'Midas Kiss'는 지난해 내놓았던 힙합 기반 음반들과는 다른 결의 소리를 담으면서 또 한번의 업그레이드를 이뤘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세계 음악 시장을 장악했던 브리트니 스피어스 스타일의 틴 팝 사운드, 1980~1990년대 초반 뉴잭스윙에서 들을 법한 비트를 적절히 배합하며 타 그룹과의 차별화를 도모한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재림?  Y2K 팝 사운드의 부활
 
 키스오브라이프 'Midas Touch'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키스오브라이프 'Midas Touch'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S2엔터테인먼트

 
싱글 음반이다보니 R&B 발라드 'Nothing'과 함께 단 2곡만 수록된 단출한 구성으로 짜여 있지만 동명의 머릿곡 하나만으로도 이번 신작은 더할 나위 없는 강렬함과 무게감을 선사한다. Y2K 시대를 전후해 팝음악계 거물 프로듀서로 자리 잡았던 '맥스 마틴(Max Martin, 브리트니 스피어스-백스트리트보이스 담당)이 한국 팀을 담당했다면 이런 음악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발칙한 상상을 해볼만큼 'Midas Kiss'는 20여 년 전의 향기를 물씬 뿜어낸다.

과거 < X맨 > <천생연분>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진행된 '댄스 신고식' 코너에서 어김없이 울려 퍼졌던 음악들의 재림처럼 느껴진다. 한때 1980년대식 신스팝 사운드가 케이팝 창작에 영향을 끼쳤다면 이젠 2000년대가 회고의 대상이 되었을 만큼 'Midas Touch'는 빠르게 시간이 흘렀음을 인식시켜준다. 

이효리, 보아 등 2000년대 초반을 대표하는 댄스 팝의 영향력을 짙게 담아낸 앨범은 요즘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적절한 재해석을 더했다. 여기에 키스오브라이프는 복고 한 스푼을 더 첨가한다. 곡의 역동성을 담당한 드럼 비트에선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을 장식했던 '뉴 잭 스윙'(New Jack Swing) 장르의 영향력을 감지할 수 있다.

보컬 vs. 랩 멤버 구분이 필요 없는 탄탄한 기량
 
 키스오브라이프 'Midas Touch'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키스오브라이프 'Midas Touch'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S2엔터테인먼트

 
두번째 수록곡 'Nothing'은 키스오브라이프 멤버들의 안정적인 기량을 맘껏 뽐내는 세련된 R&B 트랙이다. 보컬, 랩 등 각자 멤버들에게 역할이 부여되어 있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그러한 구분이 필요 없을 만큼 저마다의 실력을 거침 없이 발휘한다. 첫 곡의 강렬함을 살짝 중화시키면서 키스오브라이프만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할 만큼 수려한 멜로디로 대미를 멋지게 장식한다.

​지난해 선보였던 힙합의 요소가 상당부분 제거된 점이나, 연이은 EP 발표 대신 싱글 음반의 공개는 살짝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데뷔 2년 차에 접어든 키스오브라이프의 < Midas Touch >는 단순히 '실력파 신예'라는 틀에서 한 계단 성장했음을 증명해 보인다. 해보지 않았던 장르도 어려움 없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4인조 소수 정예의 이 그룹은 새롭게 주목해볼 팀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레트로, 중소 기획사 팀들의 생존 전략
 
 키스오브라이프 'Midas Touch'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키스오브라이프 'Midas Touch'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S2엔터테인먼트

 
그런데 이 과정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해 볼 점이 있다. 복고, 레트로라는 표현으로 귀결되는 예전 사운드와 스타일의 부활이다. 특히 중소 기획사 소속 그룹들의 음악에서 이러한 흐름이 강하게 감지된다. 2세대 걸그룹 사운드를 대거 채용했던 하이키, 1990년대 올드 스쿨 힙합과 서태지에 대한 오마주를 앞세운 영파씨, 이번 키스오브라이프의 신작 등은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방식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이러한 방향성은 일종의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무턱대고 트렌드만 따라가 이를 음악에 녹여낸다 한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초대형 기획사들과의 정면 대결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판단 때문에 프로듀싱의 방향성을 '복고'로 선회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생긴다. 틈새 전략을 통해 팀이 갖고 있는 능력을 케이팝 팬들에게 각인시키려는 나름의 복안인 셈이다.

그러나 요즘 아이돌 그룹들의 복고는 향수의 부활에만 얽매이지 않고 개성 넘치는 재해석을 첨가하면서 '꼭 들어볼만한 그룹, 관심있게 지켜볼만한 팀'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부각시킨다. 비록 오래 지속되진 않았지만 키스오브라이프의 'Midas Touch'는 데뷔 후 처음으로 굴지의 음원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는 성과도 거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 팀의 가능성이 결실을 맺을 시기가 이제 멀지 않아 보인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키스오브라이프 KISSOF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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