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인터넷 크리에이터부터 유명 연예인, 셀럽, 기업체 등 너나 할 것 없이 유튜브는 브랜드 홍보를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 활동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국내 지방자치단체 또한 유튜브를 통해 시정 소식과 지역을 널리 알리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재미 위주의 콘텐츠가 중심을 이루는 유튜브 세계에서 이들 지자체의 유튜브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많아 봤자 만 단위 정도부터 불과 몇천 명 수준의 구독자수에 머물 만큼 초라한 규모의 채널이 허다하다. 여타 정부기관 채널과 마찬가지로 공직 사회에서 만들다보니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의 내용물은 딱히 클릭과 재생을 유도할 만큼의 매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

그런데 충주시 유튜브 채널은 조금 달랐다. 요즘 젊은 세대 감각의 B급 정서 유머로 가득 채워진 5분 남짓 짧은 영상은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60만 명 이상의 구독자 수를 확보할 만큼 지자체 유튜브 중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섰다. 이 채널을 담당하고 있는 6급 공무원 김선태 주무관은 어느새 연예인 못잖은 유명세를 누리면서 <라디오스타>까지 입성하기에 이른다.  

자칭 '충주의 덱스'(?) 연예인 못잖은 입담
 
 지난 3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3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에 가수 겸 예능인 김종국, 헤어 디자이너 차홍, 배우 김요한 등과 함께 출연한 김선태 주무관은 최근 뉴스, 교양, 예능, 타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미디어에 등장할 만큼 가장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 중이다.  ​

얼마 전 방영된 <전지적 참견시점>에서 짠내 나는 유튜브 운영 공무원의 일상을 소개해 웃음을 선사한 데 이어 이번엔 <라스>에서 MC 김구라도 감탄할 만큼의 입담으로 즐거움을 안겨줬다. 스스로를 "충주의 덱스"라고 소개해 MC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대화를 이끌 만큼 유쾌한 성격으로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잠시 운영이 중단된 상태지만 <라디오스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라디오스타 마이너리그'에 출연했던 김 주무관은 일찌감치 김구라와 장도연을 감탄하게 만든 바 있다. 이어 본 방송에 입성하는 최초의 인물답게 그간 유튜브 운영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가감없이 전달해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충주시장도 관여하지 않는 '무결재' 파격 운영
 
 지난 3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여타 정부기관, 지자체 유튜브 채널과 마찬가지로 충주시 역시 처음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열심히 만들어 공개했는데 '조회수 없음'이 나올 만큼 처참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이때 방향을 바꾼 것이 재미를 강조한 영상물 제작이었다.  ​

장비 및 제작 인력 등 여러 면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만드는 약점을 역으로 장점으로 활용해 B급 유머를 가미한 내용으로 완성된 영상들은 점차 다양한 경로로 확산되었다. 이 과정에서 큰 힘이 되어 준 건 이른바 '무결재 시스템'이었다. 최상급자인 충주시장도 관여하지 않고 윗선의 결재를 거치지 않고 각종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김 주무관은 소개한다.  ​

보통 기관에서 이러한 영상을 제작한다면 일일히 결재 받고 때론 내용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보니 일반 시민들을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윗선 보여주기식 운영이 되곤 한다. 이런 기존 공직 사회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 운영은 딱딱하기만 한 지자체 유튜브 채널이 아닌,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재미 넘치는 채널로 탈바꿈할 수 있는 비결이 되었다. 기존 공직사회의 틀을 깬 것이다. 

유튜버 이전에 공무원... 그가 바라는 세상은?
 
 지난 3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충주시를 알리기 위한 일이라면 김 주무관은 어떠한 방송, 미디어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다. 뉴스부터 아침 교양 프로그램, 심지어 성인 잡지 표지 모델로도 등장한 김 주무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러 곳에서의 러브콜을 마다한 채 묵묵히 충주시를 지키고 있는 그에게도 고민과 걱정거리는 존재했다.  

때론 영상이 오해를 산 탓에 시청 앞에서 항의시위가 열려 시장이 직접 사과하는 아찔한 경험도 했다고 할 만큼 유튜브 운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근 들어선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일선 공무원들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선에 있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가장 무시를 받는 편이다"라고 말문은 연 그는 "악성 민원을 받다 보면 정상적인 민원을 처리하지 못하게 된다. 조금만 더 서로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면 좋겠다"라고 소신을 피력한다. 공무원으로 생각했던 바를 공개한 김 주무관의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을 자아냈다. ​

시스템의 개선, 과감한 기획 등 유튜브를 둘러싼 여러가지 변화의 과정은 어찌보면 공무원으로서 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통해 이뤄진 일이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본보기가 되는 대표 사례로 언급될 만큼 김 주무관이 유튜브를 통해 이룬 성과는 공직자로서의 사명감이 낳은 결과였던 것이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라디오스타 라스 충주맨 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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