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동작구 상도동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후보 지원 유세 중이던 이재명 대표 앞으로 국민의힘 장진영 후보의 유세차가 지나고 있다. 2024.3.28

28일 동작구 상도동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후보 지원 유세 중이던 이재명 대표 앞으로 국민의힘 장진영 후보의 유세차가 지나고 있다. 2024.3.28 ⓒ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4월 10일은 정권심판 날이다."
"퇴근 퇴근 퇴근 퇴근 하고 싶어요. 2번 2번 2번 너무 좋아요."


지난 주말, 거리마다 국회의원 후보들의 선거 '로고송'이 울려 퍼졌다. 3월 28일 밤 12시부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맞은 첫 주말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조국혁신당, 녹색정의당 등 여야 각 후보들은 총선 승리를 위한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돌입했다.

올해도 주요 후보들은 유세차에 올라 이목을 잡아끄는 로고송, 마이크, 확성기와 함께 민심 격전지인 수도권부터 전국 방방곡곡에서 거리 유세를 벌이고 있다. 특히 매 선거마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가사들로 탈바꿈한 '선거 로고송'은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핵심 선거전략 중 하나다. 지나가는 유권자들의 뇌리에 이름 석자라도 남기기 위해서는 신나는 멜로디, 간결한 메시지는 필수다. 

정치권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히트곡의 가사를 개사해서 서로를 비판하기도 하고, 정책을 소개하거나 인물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최근에는 트로트 열풍을 반영하듯, 선거 로고송 역시 트로트 곡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올해도 선거 로고송은 트로트 열풍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일 오후 대전 유성 침신대네거리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유성 살리기' 유세에서 지역구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4.2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일 오후 대전 유성 침신대네거리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유성 살리기' 유세에서 지역구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4.2 ⓒ 연합뉴스

 
여당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 선거운동에 쓸 정당 로고송으로 가수 김호중의 '너나나나'와 이이경의 '칼퇴근' 등 4곡을 선정했다. '너나나나' 속 "너나 나나 똑같은 인생, 나나 너나 똑같은 세상, 지지고 볶고 살아보아도 거기서 거기"라는 가사는 "너나 나나 국민의힘, 든든한 일꾼, 나나 너나 국민의 힘, 함께 가보자"로 바뀌었다.

이이경의 '칼퇴근' 속 "퇴근퇴근퇴근 하고 싶어요. 야근야근야근 너무 싫어요. 사장 부장 과장님 다 퇴근하세요. 눈치 보여요"라는 가사도 "퇴근퇴근퇴근퇴근 하고 싶어요. 2번 2번 2번 너무 좋아요. 국민의힘 이제 모두 다 바꿀게요. 더 좋은 세상 만들어가요"로 개사되었다. 

이외에도 후보자용 로고송으로는 장민호의 '풍악을 울려라', 노지훈의 '손가락하트', 진성의 '태클을 걸지마', '오키도키야', 나휘 '상한가', 박군 '한잔해', 자자의 '버스 안에서', 엄정화의 '페스티벌', 거북이의 '빙고', 유민준의 '날아올라', 티아라 '여성시대', 있지(ITZY)의 '달라달라' 등 12곡을 선정했다. 전체의 절반인 6곡이 트로트라는 점에서 트로트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정당 로고송으로는 지난 2017년 촛불집회에서 울려 퍼졌던 '헌법 제1조' 노래를 개사한 '정권 심판송', 민주당의 5대 국가비전을 담은 '5대 비전송', 민주당 공식 응원가 '더더더송' 등을 선정했지만 후보자용 로고송에는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 영탁의 '찐이야', 홍진영 '엄지 척', 박군 '한잔해' 등 트로트 히트곡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박군의 '한잔해'는 양당 모두 사용하는 곡으로 눈길을 모은다. 

실제로 이번 22대 총선은 역대 선거 중 유권자의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선거가 될 전망이다. 고령화 영향으로 60대 이상 고령층 유권자가 20대와 30대 유권자를 합친 것보다 사상 처음으로 많아졌다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25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총선 유권자 4438만여 명 중 60대 이상 고령층 비율은 31.4%로 2030 청년층(28.8%)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선거 로고송에 트로트의 비중이 높아진 것 역시 고령 인구를 겨냥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선거 로고송의 트로트 선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2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의 공식 선거 로고송은 가수 영탁의 '찐이야'였다. 이재명 후보 역시 트로트 곡인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를 선택했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는 당시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유산슬(유재석)의 '사랑의 재개발'이 선거 로고송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싹 다 갈아엎어주세요"로 시작하는 가사는 상대 정당에 대한 비판 등 메시지를 전하기에 특히 안성맞춤이었다. "무조건 무조건이야"라는 가사의 박상철의 '무조건'이나, "오빠 한번 믿어봐"를 외치는 박현빈의 '샤방샤방' 등도 쉬운 멜로디와 선거에 어울리는 가사로 매번 정치권의 사랑을 받는 트로트 노래들이다. 

"남녀노소 모두 친숙한 음악, 각인효과도 있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계양역 인근에서 유세차에 올라타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2024.3.28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계양역 인근에서 유세차에 올라타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2024.3.28 ⓒ 연합뉴스

 
한편 선거 로고송을 만들기 위해서는 저작권법 제46조(저작물의 이용허락)에 따라 원곡의 작곡가, 작사가로부터 사용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선거 로고송 사용 절차에 따라 심사를 거쳐 음악 사용료를 납부해야만 노래를 사용할 수 있다. 음악 사용료는 선거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 대통령 선거의 경우 곡당 200만 원, 광역단체장은 100만 원, 국회의원 선거는 50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지급하는 음악 사용료 이외에도 저작자에게 저작 인격권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억만금을 지급하더라도 원작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가왕' 조용필은 수많은 히트곡을 자랑하는 한국의 대표 가수이지만, 선거 로고송에서는 그의 노래를 거의 들을 수 없다(기자 주-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선거 로고송으로 쓰인 적이 있지만, 이는 조용필이 아닌 황선우가 작곡한 곡이다).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랑의 재개발'은 김이나 작사가와 조영수 작곡가가 만든 노래였지만, '합정역 5번 출구'의 경우 유재석이 직접 작사에 참여하면서 선거 로고송 사용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대중음악 장르 가운데 특히 트로트가 선거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트로트는 항상 선거의 중심에 있었던 대중음악 장르"라며 "한국인이라면 연령과 관계없이 누구나 쉽고 친숙하다고 느끼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다른 음악 장르에 비하면 개사도 쉬운 편이다. 후보자가 정책이나 자신을 알리기 위해 개사할 수 있는 여지도 많기에 트로트가 많은 주목을 받는 것 같다. 또한 최근 유권자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라고 짚었다. 

이어 정 평론가는 공약과 정책이 주목받지 못하는 최근의 선거 세태에 대해 언급하며 "선거가 그래선 안 되지만 유권자가 공약을 일일이 들여다보기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각인 효과가 중요하고, 여기엔 음악만 한 것이 없다. 무의식적인 측면까지 건드리는 음악의 효과를 선거 로고송들이 의도한다고 봐야 한다"며 "트로트는 그런 면에서 아주 적합한 장르다. 리듬, 박자, 가사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트로트를 평소에 잘 듣지 않는 젊은 세대들도 금방 따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22대총선 선거로고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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