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KBS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영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이인건 PD가 발언하는 모습

지난 2월??KBS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영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이인건 PD가 발언하는 모습 ⓒ MBC 스트레이트 갈무리

 
KBS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특집 다큐멘터리를 오는 18일에 방영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돌연 연기됐습니다.

3월 31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아래 <스트레이트>) '독재화하는 한국, 공영방송과 신보도지침' 편은 왜 다큐멘터리 방송이 연기됐는지 그 과정을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MBC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송을 두 달 앞둔 2월, 이제원 신임 KBS 제작1본부장이 담당 PD를 불러 "천안함 등 다른 참사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극복 사례와 묶어서 방송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 시기도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6월로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담당 PD가 "총선은 4월이고 방송은 8일 뒤인 4월 18일이니 무슨 영향을 줄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이 본부장은 "총선 전후로 한두 달은 영향권이라고 본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KBS PD들이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4월 방영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자 보수성향의 'KBS공영노조'는 "그날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것은 단순 해난 사건인데, 좌익세력들이 엉터리 음모론으로 정부와 대통령을 공격했다"는 내용의 맞대응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방송 연기를 지시한 이제원 제작본부장은 1월까지 'KBS공영노조'의 위원장이었습니다. 

KBS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2023년 12월 26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원팀 대한민국, 세계를 품다'

2023년 12월 26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원팀 대한민국, 세계를 품다' ⓒ MBC 스트레이트 갈무리

 
<스트레이트>는 다른 방송도 언급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6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원팀 대한민국, 세계를 품다' 편은 윤석열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를 다뤘습니다. 그런데 이 방송은 일선 PD가 아닌 시사제작부장이 직접 제작했습니다. KBS 내부 직원들은 예고가 나갈 때까지도 이런 방송이 제작되는지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해당 방송에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대통령 전용기에서 일하는 모습이 담긴 인터뷰도 있습니다. 이 영상은 대통령실이 직접 KBS에 전달해준 것입니다. 또한, 방송에서 8차례나 등장해 인터뷰를 했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방송 이틀 뒤에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임명됐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헌정 용비어천가라고 해도 뭐라고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정도이다. 최고 권력에 대한 어떤 심기를 위해서 그 양반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그런 식으로 포장을 했다는 건 매우 위험한 징조다. 어떤 숭배의 분위기가 나는 거다"
손관수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전 KBS 보도본부장) 

방송을 제작한 KBS 시사제작2부장은 "일방적 홍보나 찬양용으로 제작한 것은 아니다"라며 "생생한 외교 현장을 송년 기획으로 담았다"고 해명했습니다. 
 
 KBS 신년 특별 대담 방송에 나온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사진?

KBS 신년 특별 대담 방송에 나온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사진? ⓒ MBC 스트레이트 갈무리

 
지난 2월에 방송된 KBS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를 두고도 KBS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KBS 현직 PD는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에게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대통령실이 '이 사진을 넣자', '이 이야기를 넣자'고 자꾸 제안해 큐시트 원안이 여러 번 바뀌었다."

"대통령실이 설 명절용으로 제작한 노래 영상도 넣자고 해 제작진 한 명이 '현타가 왔다'며 도중에 그만뒀다."

대통령실은 KBS가 사전 녹화한 특별 대담이 사전 질문지도 답변지도 없이 촬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방송 내용은 대통령실 소개와 홍보로 도배됐고, 가장 민감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도 '조그마한 파우치'로 축소하는 등 작위적인 신년대담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스트레이트> 제작진이 입수한 대외비 문서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이 공개한 KBS 대외비 문건?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이 공개한 KBS 대외비 문건? ⓒ MBC 스트레이트 갈무리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이 입수한 대외비 문서를 보면 박민 사장이 취임 후 KBS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문건에는▲대국민 담화(사과) ▲사장 취임 후 임원, 센터장, 실국장 등 (우파 중심) 인사를 통한 조직 장악 ▲정원 축소 및 인력 감축 선언 등의 세부적인 사항들이 18페이지에 걸쳐 나열돼 있었습니다. 

실제로 박민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취임 당일 부사장과 본부장, 핵심 국장 등의 인사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문건에는 '임명동의 대상인 보도국장, 시사제작국장 등 5명은 사장 의지대로 임명하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임명동의제'는 언론사에서 보도와 제작 독립성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소속 직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국장을 임명할 수 있습니다. 문건을 보면 언론 독립과 공정성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임명동의제'를 공영방송인 KBS가 앞장서서 무너뜨리겠다는 충격적인 내용입니다. 

국정원이 만든 2010년 MBC 문건과 유사
 
 2010년 MBC 정상화 문건과 2023년 KBS 문건

2010년 MBC 정상화 문건과 2023년 KBS 문건 ⓒ MBC 스트레이트 갈무리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은 KBS의 대외비 문건이 2010년 국정원이 만든 MBC 문건과 유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문건을 보면 ▲정상화 ▲ 우파 중심 인사(좌편향 인물 퇴출) ▲단체협약 해지 ▲공영방송 민영화까지 매우 흡사했습니다. 

2017년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수사팀은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이 모두 체계적, 순차적으로 이행됐다"고 결론을 낸 바 있습니다. 당시 국정원 직원들이 배후로 지목한 인물은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었습니다.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은 이동관 전 수석을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했습니다. 

방송에서 강성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문건은) 완전히 KBS 하나하나를 다 컨트롤하겠다는 내용들을 담고 있지 않느냐"면서 "공영방송 자체를 누군가 접수하고 장악하겠다는 문건처럼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KBS 측 "전혀 관련 없다, 법적 대응 검토"

한편, 이와 관련 KBS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KBS 신관에서 설명회를 열어 "MBC <스트레이트>에서 방송된 KBS 관련 괴문서(대외비 문건)는 KBS와 전혀 관련이 없다. 그 내용 또한 대부분 허위"라며 "KBS는 근거없는 내용을 보도한 스트레이트 제작진과 괴문서를 작성하고 배포한 성명불상자를 상대로 법적 조치할 예정이다. 어제(1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기자회견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기자회견 내용 중 명백한 허위사실에 관해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앵커와 주요 프로그램 진행자 및 간부 70여 명 인사 교체에 대해서는 "인사 공정성 확립을 위한 조치로 법원도 인정했다. 역대 KBS 사장들은 취임 후 어김없이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기자와 아나운서 등 프로그램 진행자는 KBS 직원이다. 직원은 정당한 인사권에 따라 언제든지 다른 부서로 인사가 날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임명동의제 없이 국장 임명을 강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KBS는 교섭대표노조인 언론노조 KBS본부 측에 단체협약 보충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청하는 등 성실히 교섭에 임했다. 임명동의제는 방송법 위반 소지와 함께 사용자의 인사권을 박탈하는 수준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아니며, KBS 이사회에 보고와 심의 의결을 거치지 않아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 건과 관련해 언론노조 KBS본부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낸 가처분도 각하됐다"고 반박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MBC 탐사기획스트레이트 박민 KBS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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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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