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가 부부의 연을 맺기 위해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역시 두 사람의 '사랑'이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당사자뿐 아니라 양쪽 집안이 가족이 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양쪽 집안, 더 정확히는 양가 부모님의 의사 또한 매우 중요하다. 물론 교제하는 과정에서 일찌감치 서로의 부모님과 친분을 쌓는 경우도 있지만 적지 않은 연인들이 양가 부모님에게 연인을 소개하는 과정을 매우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연인들이 부모님의 반대로 결혼에 큰 어려움을 겪고 심할 경우 결혼이 무산되기도 한다. 종교에 예민한 집안에서는 종교 문제로 결혼을 반대하기도 하고 상대의 직업이나 수입을 문제 삼을 때도 있다. 사실 부모 입장에서는 귀하게 키운 자식이 좋은 상대, 좋은 집안과 백년가약을 맺기를 원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금전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상대와 결혼하길 원치 않는 것은 부모로서 지극히 당연한 마음이다.

그리고 일부 보수적인 부모의 경우 국제결혼을 반대하며 상대의 국적을 문제 삼기도 한다. 대표적인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는 인종문제 때문에 부모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05년 케빈 로드니 설리번 감독이 연출하고 버니 맥과 애쉬튼 커쳐, 조 샐다나가 주연을 맡은 <게스 후?>는 흑인여성과 사귀는 백인남성이 장인어른이 될 여성의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버니 맥과 애쉬튼 커쳐 주연의 <게스 후?>는 세계 흥행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선전했다.

버니 맥과 애쉬튼 커쳐 주연의 <게스 후?>는 세계 흥행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선전했다. ⓒ 이십세기폭스필름코퍼레이션

 
데미 무어 전 남편으로 유명한 로맨스 전문배우

1978년 아이오와주에서 태어난 커쳐는 어린 시절부터 연예인을 꿈꾸다가 대학을 중퇴하고 모델활동을 시작했다. 1998년 인기시트콤 <요절복통 70쇼>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린 커쳐는 떠오르는 젊은 배우로 서서히 이름을 알리다가 2003년 갑자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바로 지난 2000년 브루스 윌리스와의 결혼생활을 마감한 데미 무어와의 열애소식이 알려진 것이다(할리우드 커플 중에도 여성이 15살 연상인 경우는 흔치 않다).

공교롭게도 커쳐는 데미 무어와의 열애소식이 알려진 후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와 <나비효과> <우리, 사랑일까요?>에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데미 무어와는 2005년에 결혼해 2013년까지 결혼생활을 이어갔지만 슬하에 자식은 없었다). 그리고 커쳐는 2005년 3월에 개봉(북미기준)한 <게스 후?>에서 예비장인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이몬 그린 역을 맡아 1억 300만 달러 흥행을 견인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순박한 로맨스 배우 이미지가 강한 커쳐는 2006년 케빈 코스트너와 호흡을 맞춘 액션영화 <가디언>을 통해 변신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결국 커쳐는 자신의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2008년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스타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던 옴니버스 영화 <발렌타인데이> <그레이 아나토미>로 유명한 캐서린 헤이글과 호흡을 맞춘 <킬러스>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로맨스 영화 위주로 출연했다.

커쳐는 2011년 나탈리 포트만이 기획과 주연으로 참여하고 <고스트 버스터즈>를 만들었던 고 아이반 라이트만 감독이 연출한 <친구와 연인사이>를 통해 제작비의 6배에 가까운 흥행을 이끌었다. 2013년엔 2011년에 사망한 고 스티브 잡스의 전기영화 <잡스>에서 스티브 잡스를 연기하며 또 다시 변신을 시도했다. 러지만 <잡스>는 제작비 대비 나쁘지 않은 흥행성적을 기록하고도 영화의 완성도에서는 만족스런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13년 데미 무어와의 결혼생활을 마친 커쳐는 2년 후 과거 <요절복통 70쇼>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밀라 쿠니스와 재혼했다. 재혼 후 1녀 1남의 아버지가 된 커쳐는 2022년 리즈 위더스푼과 넷플릭스 영화 <유어 플레이스 오어 마인>에 출연했다. 커쳐는 <나비효과> 등 젊은 시절부터 좋은 연기를 보여준 유망주였지만 데미 무어와의 열애와 결혼 후 로맨스 전문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대성할 기회를 놓친 다소 불운한 배우로 꼽힌다.

로맨틱 코미디 속 가볍게 다룬 흑백문제
 
 <게스 후>는 예비장인과 예비사위의 갈등과 관계개선을 다룬 영화다.

<게스 후>는 예비장인과 예비사위의 갈등과 관계개선을 다룬 영화다. ⓒ 이십세기필름코퍼레이션

 
은행의 대출업무파트에서 일하는 퍼시(버니 맥 분)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스런 딸 테레사(조 샐다나 분)가 있다. 하지만 테레사가 결혼할 사람이라며 데리고 온 남자친구가 부실해 보이는 백인청년 사이몬(애쉬튼 커쳐 분)이라는 사실에 분노한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쫓아내고 싶지만 그러기엔 테레사가 사이몬이라는 녀석에게 너무 깊게 빠져 있었다. 결국 퍼시는 예비사위랍시고 찾아온 사이몬을 내쫓기 위한 작전에 들어간다.

사실 사이몬은 백인이라는 사실 외에도 사윗감으로서 퍼시의 눈에 차지 않는 점이 많았다. 특히 대기업에 다니고 그곳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테레사의 자랑과 달리 사이몬은 직장에서 퇴사하고 새 직장을 구하기 전에 예비장인을 만나러 온, 한 마디로 '백수'였다. 여기에 재취업을 하기 전까지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지인에게 돈을 빌리려 하는 모습까지 퍼시에게 들키면서 테레사와의 사이까지 멀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퍼시와 부부싸움을 한 아내 마릴린(주디스 스콧 분)과 사이몬에게 실망한 테레사가 친척집으로 떠나고 집안에 퍼시와 사이몬만 남게 되자 두 사람은 비로소 서로에게 진심을 털어 놓았다. 사이몬은 예비장인에게 테레사를 향한 진심을 이야기했고 퍼시는 사이몬으로부터 탱고를 배웠다. 그렇게 서로에게 도움을 받아 퍼시와 마릴린, 사이몬과 테레사의 관계가 회복되고 두 사람은 인종의 차이를 뛰어넘는 사이 좋은 장인과 사위가 됐다.

<게스 후?>는 미국사회의 오랜 고민인 인종차별문제를 흑백을 바꿔 '흑인 집안에 인사하러 간 백인 사위'라는 설정으로 만든 영화다. 하지만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너무 가볍게 다뤘다는 비판 속에 <게스 후?>는 N포털사이트 네티즌 평점 7.42점, 미국 영화평론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도 신선도 41%, 관객점수 49%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다만 가벼운 코미디 영화를 너무 진지한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게스 후?>를 연출한 케빈 로드니 설리반 감독은 1998년 안젤라 바셋과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레게파티>를 연출하며 데뷔했다. 하지만 2004년에 개봉했던 <우리 동네 이발소에 무슨 일이2>와 <게스 후?> 정도를 제외하면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은 많지 않다. 최근엔 2018년에 방영된 드라마 <리버데일> 시즌3와 2020년 <굿 파이트> 시즌4를 연출했는데 역시 국내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다.

20억 달러 흥행 영화 4편 보유한 여성배우
 
 할리우드에서 20억 달러 이상의 흥행영화를 4편 보유한 여성배우는 조 샐다나가 유일하다.

할리우드에서 20억 달러 이상의 흥행영화를 4편 보유한 여성배우는 조 샐다나가 유일하다. ⓒ 이십세기필름코퍼레이션

 
<게스 후?>에서 까탈스러운 사이몬의 예비장인 퍼시 존스를 연기한 버니 맥은 <오션스> 시리즈에서 정보수집에 능한 전직 카지노딜러 프랭크를 연기했던 배우로 유명하다. 버니 맥은 2007년에도 <트랜스포머>에서 샘(샤이아 라보프 분)에게 범블비를 파는 중고차 판매원으로 출연한 바 있다. 사이몬에 대해 극구 반대하던 퍼시가 서서히 사이몬과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는 것은 <게스 후?>의 가장 큰 재미다. 

애쉬튼 커쳐도 데미 무어의 연인이자 남편으로 많은 유명세를 탔지만 역시 <게스 후?>가 낳은 최고의 스타는 <스타트렉> 리부트 3부작의 니오타 우후라, <아바타> 시리즈의 네이티리, <어벤저스>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가모라로 유명한 조 샐다나다. <스타트렉>과 <아바타>의 성공 이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한 샐다나는 할리우드 여성 배우 중 유일하게 세계흥행 20억 달러가 넘는 영화를 네 편이나 보유하고 있다.

샐다나는 <게스 후?>에서 퍼시의 딸이자 백인남성 사이몬과 교제하는 테레사 존스를 연기했다. 테레사는 직장을 그만 뒀다는 말을 하지 않은 사이몬에게 실망하지만 그의 진심을 들은 후 다시 사이몬의 마음을 받아줬다. <아바타>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분장을 하고 나오는 것과 달리 <게스 후?>에서는 20대 시절 샐다나의 귀여운 외모와 매력을 볼 수 있다.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영화 게스후 케빈로드니설리반감독 애쉬튼커쳐 버니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