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수 태연이 출연한 유튜브 채널 '동해물과 백두은혁' 의 한 장면

최근 가수 태연이 출연한 유튜브 채널 '동해물과 백두은혁' 의 한 장면 ⓒ 동해물과 백두은혁

 
최근 TV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 대한 가수 태연(소녀시대)의 쓴소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얼마 전 선배가수 슈퍼주니어 D&E(동해, 은혁)이 개설한 유튜브 채널 <동해물과 백두은혁>에는 전 소속사 후배 태연이 첫 번째 초대손님으로 출연했다.  

​SM에서 독립해 직접 기획사를 설립한 선배들에게 힘을 모아주기 위해 등장한 태연은 다채로운 이야기로 구독자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런데 해당 동영상에서 태연이 작심하고 내던진 이야기가 제법 큰 파장을 일으켰다. 흔히 '순위 프로그램, 음방'으로 불리는 TV 음악 방송에 대한 본인의 소신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

지난해 11월 발표된 태연의 솔로 미니 5집 < To. X - The 5th Mini Album >과 타이틀곡 'To X'는 음악팬들의 성원 속에 4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각종 음원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여타 가수들이 음악 방송에 나가 무대를 꾸미고 홍보 활동을 펼친 것과 다르게 태연은 일체의 음방 출연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부 팬들은 아쉬움을 피력하기도 했지만 여기엔 자신만의 소신, 이유가 있었다.  

새벽부터 준비해야 하는 체력 싸움
 
 최근 가수 태연이 출연한 유튜브 채널 '동해물과 백두은혁' 의 한 장면

최근 가수 태연이 출연한 유튜브 채널 '동해물과 백두은혁' 의 한 장면 ⓒ 동해물과 백두은혁

 
지난주 새 음반 < 606 >을 내놓은 슈퍼주니어 D&E 멤버 은혁과 동해는 태연과 음방 활동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은혁이 "음악방송을 왜 안 했냐"고 묻자 태연은 "음악방송 안 했다"며 "음악방송의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답을 내놓았다.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새벽시간에 노래를 해야 되는 것도 사실 조금 너무 배려가 없지 않나?" (태연)
"제작비, 환경도 있고 여러 가수가 사전 녹화도 해야 하고 어쩔 수 없다." (은혁)


​물론 해당 영상은 현재의 음방 환경을 비판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니었기에 태연의 쓴소리는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상당수 케이팝 팬들은 이번 태연의 의견에 상당수 공감을 표하고 있다. 현재의 지상파 및 케이블 음방은 해당 가수 및 팬덤을 무척 피곤하게 만드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방송사마다 오후 시간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 준비를 위해 가수들은 새벽부터 메이크업, 의상 준비를 끝내기가 무섭게 드라이 리허설, 카메라 리허설, 사전 녹화 혹은 생방송 출연 등의 과정을 거치곤 한다. 자연히 하루종일 해당 프로그램에만 매달려야 하는 일종의 '체력전'이 음방 출연 있는 날마다 진행된다. 

뿐만 아니라 각종 '챌린지 영상'을 촬영하는 공간으로 방송국 내부가 적극 활용된다. 덕분에 생방송이 있는 날이면 스튜디오 안 복도는 여러 가수들의 챌린지 촬영으로 북새통을 이루곤 한다. 가수만 일찍 방송국으로 나가야 하는 게 아니다. 해당 가수의 팬들도 덩달아 이른 아침부터 방송국에 집결해 사전 녹화에 참석, 응원을 펼쳐야 한다. 덕분에 화요일(SBS MTV <더쇼>), 목요일(엠넷 <엠카운트다운>), 토요일 (MBC <쇼 음악중심>) 여러 방송사가 몰려 있는 상암 DMC 주변은 오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루는 게 다반사다.  

1%에도 못 미치는 시청률... 그래도 출연해야 하는 이유는?
 
 엠넷 '엠카운트다운'이 별도로 촬영한 그룹 데이식스의 각종 직캠 화면. 각종 음방에선 본 무대 영상 외애 각종 영상을 추가적으로 생산해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다.

엠넷 '엠카운트다운'이 별도로 촬영한 그룹 데이식스의 각종 직캠 화면. 각종 음방에선 본 무대 영상 외애 각종 영상을 추가적으로 생산해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다. ⓒ CJ ENM

 
태연처럼 음방 출연 없이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가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른바 인기 정상의 위치에 있는 케이팝 업계 몇몇 톱스타들은 신곡을 내놓을 때마다 고정 팬덤 및 일반 음악 팬들의 든든한 지원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굳이 음방에 나가지 않더라도 몇몇 유튜브 채널 출연 등으로 이를 대체하고 자체 콘텐츠 제작을 거치면서 신작 발표와 동시에 각종 음원 순위를 석권하곤 한다. ​

하지만 이제 막 데뷔했거나 한창 입지를 다져야 하는 상당수 가수, 그룹들에겐 이와 같은 방식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최소 2주~4주 정도 각종 음악 방송을 누비면서 자신들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아한 사실이 목격된다. 현재 지상파 3사 및 케이블 음방의 시청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미미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가수들이 줄지어 등장한다는 점이다.  

본 방송 자체의 위상은 과거 1980~1990년대에 비교해 바닥까지 떨어진 지 오래다. 하지만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동영상 및 숏폼 SNS 환경에선 전혀 다르다. 각 가수 공식 채널의 조회수 만큼은 아니더라도 해당 음방에서 생산된 각종 동영상은 국내를 넘어 세계 케이팝 팬들에게 전파되면서 글로벌 인기를 모을 수 있는 도구로도 활용된다.  

​단순히 방송 개별 영상 뿐만 아니라 멤버별 직캠, 리허설 캠 등 각양 각색으로 생산된 수많은 동영상은 각 방송국마다 운영중인 복수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 경로로 소개되기에 수만~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다. 이를 생각한다면 신곡을 내놓은 가수, 특히 해외 시장까지 겨냥해야 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이들 음방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상인 것이다.   

현재의 음방 제작 방식, 개선책은 없을까?
 
 엠넷 '엠카운트다운'(사진 맨위), MBC '쇼 음악중심'의 한 장면

엠넷 '엠카운트다운'(사진 맨위), MBC '쇼 음악중심'의 한 장면 ⓒ CJ ENM, MBC

 
입장을 바꿔 방송사 입장에서 시청률 0%대 음방을 폐지하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가수들 출연 덕분에 생산된 각종 동영상은 복수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중인 방송국에겐 적잖은 수입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연말 진행되는 각종 특별 방송 제작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주기도 한다.  

각 음악 방송에 출연한 케이팝 가수들은 적은 비용(출연료)만 받고 방송국 주최 다양한 행사의 출연진으로 활용된다. 엠넷, KBS가 해외 각지에서 케이팝 콘서트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수익 사업을 펼칠 때 이들 가수들이 대거 동원되곤 한다. 올해엔 MBC도 이 대열에 합류해 <음악중심> 상반기 결산을 일본 돔투어 형식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어찌보면 현재의 음방은 케이팝 가수들의 '저비용 고효율'(?) 노고 속에 운영되는 셈이기도 하다. 홍보의 수단이자 팬들과의 만남을 갖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면서 많은 가수들은 힘든 여건에서도 묵묵히 새벽부터 강행군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한다. 그렇다손 쳐도 지금의 음방 제작 방식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다. 언제까지 매주 새벽부터 진을 다 빼야 하는 과정을 거쳐 방송을 만들 순 없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음악방송 음방 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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