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에서 대학에 4번이나 떨어진 백수 기우(최우식 분)는 명문대생이라고 속여 박 사장(이선균 분)의 첫째 딸 다혜(정지소 분)의 과외선생이 된다. 기우를 시작으로 동생 기정(박소담 분)이 일리노이 주립대 응용미술학과 학생으로 다송(정현준 분)의 미술선생, 아버지 기택(송강호 분)이 박 사장의 운전기사, 어머니 충숙(장혜진 분)이 박 사장 집의 입주가정부가 된다. 기택의 일가가 모두 박 사장 집으로 '기생'에 성공한 것이다.

<기생충>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라도 사람들은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위한 불순한 목적인 경우도 있고 배달음식점 주인이 항의전화를 한 손님에게 "방금 출발했어요"라고 하는 것처럼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경우일 때도 있다. 물론 부모님이 공부를 하지 않는 자식들에게 자주 하는 "대학만 가면 여자친구는 금방 사귈 수 있어"처럼 자식의 미래를 위한 착한(?) 거짓말도 있다.

의뢰인의 승소를 위해 법정에서 판사와 배심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변호사들은 직업적 특성상 언제나 진실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본의 아닌 거짓말이라 해도 변호사의 가족들은 그가 거짓보다는 진실을 이야기하기를 바랄 것이다. 1997년에 개봉한 짐 캐리 주연의 영화 <라이어 라이어>는 아들의 생일 소원으로 하루 동안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변호사의 좌충우돌을 그린, 명절에 보기에도 좋은 가족영화다.
 
 <라이어 라이어>는 4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3억 원이 넘는 흥행수익을 올렸다.

<라이어 라이어>는 4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3억 원이 넘는 흥행수익을 올렸다. ⓒ (주)하명중 영화제작소

 
짐 캐리와 환상의 호흡 자랑하는 코미디 전문 감독

UCLA에서 영화학을 전공한 톰 새디악 감독은 대학 시절이던 1991년 <영 몬스터>를 연출하며 재능을 인정 받았다. 그리고 1994년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의 배우 짐 캐리를 만나 그의 출세작이자 1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1억 7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에이스 벤추라>를 연출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코미디 전문 감독으로서 새디악 감독의 능력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새디악 감독은 1996년 <제이제이> <비버리힐즈캅3> <브룩클린의 뱀파이어> 등 출연하는 영화가 연속으로 흥행에 실패하며 슬럼프에 빠져 있던 에디 머피를 캐스팅해 <너티 프로페서>를 만들었다. 에디 머피의 1인 다역 연기가 돋보인 <너티 프로페서>는 세계적으로 2억 7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슬럼프에 빠진 에디 머피를 부활시켰고 새디악 감독의 명성도 더욱 올라갔다.

세디악 감독은 1997년 <에이스 벤추라> 이후 <마스크> <덤앤더머> <베트맨 포에버> <케이블 가이> 등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가장 비싼 몸이 된 짐 캐리와 재회해 <라이어 라이어>를 만들었다. <라이어 라이어>는 짐 캐리가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들에 비하면 웃음의 크기는 다소 약했지만 관객들에게 소소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동시에 안겨주며 세계적으로 3억 2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새디악 감독은 1998년에도 고 로빈 윌리엄스가 출연한 <패치 아담스>를 통해 제작비(9000만 달러)의 2배가 넘는 2억 2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상업영화 감독 데뷔 후 4편 연속 흥행을 기록했다. 2002년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던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드래곤플라이>가 흥행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2003년 <브루스 올마이티>로 4억 8400만 달러의 성적을 올리며 짐 캐리와 또 한 번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다.

하지만 새디악 감독은 2007년 주인공이 짐 캐리에서 스티브 카렐로 바뀐 <브루스 올마이티>의 외전격인 <에반 올마이티>가 제작비조차 회수하지 못하며 흥행 감독의 명성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 다큐 영화 <아이 엠>을 연출했던 새디악 감독은 2018년 강간죄로 5년 형을 받았다가 힘든 법정 싸움 끝에 무죄를 선고 받은 미식축구 선수의 실화를 영화화한 <브라이언 뱅크스>를 만들었다.

명절에도 어울릴 법한 착한 가족영화
 
 <라이어라이어>는 악역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착한 영화다.

<라이어라이어>는 악역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착한 영화다. ⓒ (주)하명중 영화제작소

 
<에이스 벤추라1,2>와 <마스크> <덤앤더머> 등 초창기 짐 캐리의 영화들은 짐 캐리 특유의 현란한 안면근육 연기를 앞세워 오직 '웃음'이라는 목표 하나를 향해 질주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짐 캐리는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웃음과 함께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거나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에 많이 출연했다. 따라서 <라이어 라이어>는 '짐 캐리 연기인생 2막'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송을 승리로 이끄는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 플레처(짐 캐리 분)는 바쁜 일정 때문에 하나 밖에 없는 아들 맥스(저스틴 쿠퍼 분)와의 약속도 어기기 일쑤였다. 이에 맥스는 생일날 아빠가 하루 동안 거짓말을 할 수 없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고 맥스의 소원이 이루어져 플레처는 정말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다. 온갖 거짓말을 통해 유능한 변호사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플레처의 삶이 엉망진창이 된 것이다.

플레처는 자신이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이유가 아들 맥스의 소원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맥스를 찾아가 소원을 취소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맥스는 진심이 담기지 않은 소원은 빌 수 없다고 말한다. 플레처는 이혼한 전 부인 오드리(마우라 티어니 분)에게 맥스에 대한 자신의 사랑과 진심을 이야기하지만 오드리는 이미 맥스를 데리고 새 남자친구 제리(캐리 웰위스 분)와 함께 보스턴으로 떠나기로 했다.

플레처는 소송을 마무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법정으로 돌아온다. 거짓말을 할 수 없어 고전하던 플레처는 콜 부인(제니퍼 틸리 분)이 17세 때 결혼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진실의 힘'으로 승소를 따낸다. 재판이 끝나고 공항으로 달려간 플레처는 "엄마랑 보스턴에 간다니까 깨달았어. 이젠 널 보고 안고 싶어도 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걸. 그럼 아빠는 살 수 없을 거야. 널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니까"라는 진심을 맥스에게 전한다.

<라이어 라이어>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악역이 거의 없는 '착한 영화'라는 점이다. 7번이나 외도를 했으면서도 남편의 재산 절반을 노리는 플레처의 의뢰인 콜 부인 정도를 제외하면 <라이어 라이어>에 심성이 나쁜 사람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플레처의 연적이자 맥스의 새 아버지가 되려 하는 제리조차 플레처가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된 후 여자친구인 오드리를 쿨하게 포기한다.

'세븐' 한 단어로 관객 웃기는 신스틸러
 
 제니퍼 틸리가 연기한 콜 부인은 극 중 유일한 악역이면서도 영화 속에서 많은 웃음지분을 책임진다.

제니퍼 틸리가 연기한 콜 부인은 극 중 유일한 악역이면서도 영화 속에서 많은 웃음지분을 책임진다. ⓒ (주)하명중 영화제작소

 
마우라 티어니가 연기한 플레처의 전 부인 오드리는 전 남편과 아들의 특별한 관계를 알기에 플레처를 멀리하지 않는다. 1년 후 다시 찾아온 맥스의 생일에 불을 끄고 어두어진 틈을 타 플레처와 달콤한 키스를 나누며 재회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드리를 연기한 마우라 티어니는 2016년 드라마 <디 어페어>에 출연해 2016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라이어 라이어>의 '신스틸러'는 따로 영어교육을 받지 않은 초등학생도 알 법한 영어 숫자 'SEVEN' 한 단어를 가지고 관객들에게 여러 차례 웃음을 안겨준 사만다 콜 부인 역의 제니퍼 틸리였다. 바쁜 남편 때문에 외로움에 지쳐 7번의 외도를 했다가 이혼을 결심하고 플레처의 로펌을 찾아온 콜 부인은 착한 사람들만 잔뜩 나오는 <라이어 라이어>에서 유일하게 돈욕심이 가득한 악역 캐릭터였다.

1994년 우디 알렌 감독의 <브로드웨이를 쏴라>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던 틸리는 <라이어 라이어> 이후에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동을 이어갔다. 또한 개성 있고 독특한 음색을 앞세워 <스튜어트 리틀>과 <몬스터 주식회사3D> <사탄의 인형5-처키,사탄의 씨앗> 등 여러 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 목소리 연기를 했다.

플레처의 이혼한 아내 로드리의 새 남자친구 제리를 연기했던 캐리 웰위스는 1980년대 중반부터 활동했던 중견배우다. 공포스릴러의 명작 <쏘우>의 닥터 고든으로 유명한 웰위스는 <라이어 라이어>에서 아빠와 특별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맥스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다정한 성격을 가진 인물을 연기했다. 하지만 맥스를 향한 플레처의 진실된 사랑 앞에 항복을 선언하고 홀로 보스턴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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