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플레이의 정규 9집 'Music Of The Spheres'

콜드플레이의 정규 9집 'Music Of The Spheres' ⓒ 워너뮤직코리아

 
최근 콜드플레이(크리스 마틴, 조니 버클랜드, 가이 베리먼, 윌 챔피언)는 한 인터뷰에서 신인 시절 U2의 보노의 집에 초대받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기타리스트 조니 버클랜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당시 그들은 '막 대학에서 졸업한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그 어린 학생들은 당시의 U2가 그랬듯 전설의 위치에 서 있다. 전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수만 명을 춤추게 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되었다. 빌리 아일리시의 오빠이자 프로듀서인 피네스가 콜드플레이와 함께 'Fix You'를 부른 것을 두고 비현실적인 경험이라고 말한 것이 보여주듯, 이제 콜드플레이는 누군가의 꿈이 된 것이다.

야망에 비해 아쉬움 남기는 앨범

서울에서 10만 관객을 움직인 2017년에 이어, 2021년은 콜드플레이가 한국과의 친밀감을 더욱 강화한 해였다. 한국의 댄스 공동체인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Higher Power'에서 협업했고, 뮤직비디오에도 서울의 풍경이 감각적으로 구현되었다. 방탄소년단과 함께 부른 'My Universe'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콜드플레이의 정규 9집 <Music Of The Spheres>가 나왔다. 내면적이었던 앨범인 8집 < Everyday Life > 이후 2년 만이다.

선공개곡 'Higher Power', 그리고 'My Universe'에서 연이어 크리스 마틴은 희망과 위로를 노래한다. 마틴이 설파하는 무해한 메시지, 그리고 이 시대 최고의 팝 프로듀서인 맥스 마틴과 팝스타(방탄소년단, 셀레나 고메즈)의 참여는 신보의 지향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크리스 마틴은 이 앨범을 두고 '우리 마음속에 있는 우주비행사를 찾는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밴드가 우주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콜드플레이는 수록곡 'Higher Power'를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비행사 토마 페스케(Thomas Pesquet))에게 선공개했고, 새 앨범을 홍보하는 과정에서도 우주와 외계인 등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곡의 제목에도 천체를 표현한 이모티콘이 쓰였다.
 
 9집 'Music Of The Spheres'를 발표한 콜드플레이

9집 'Music Of The Spheres'를 발표한 콜드플레이 ⓒ 워너뮤직코리아

 

우주로 뻗어 나가는 신선한 프로모션에 비해, 정작 본 앨범에서 신선한 음악적 순간은 많지 않다. 물론 콜드플레이는 최대한 밴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U2의 기타리스트 디 에지를 연상시키는 'Humankind에서는 스타디움 록밴드의 스케일을 과시한다. 전작에서 보여준 내향적이고 따뜻한 가스펠 역시 'Human Heart'에서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뮤즈(Muse) 특유의 디스토션을 들려주는 'People Of The Pride'는 오랜만에 강렬한 록의 분위기를 가져온 곡이다. 콘서트에서는 광란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겠으나, 앨범에서는 분위기 전환 정도의 의의를 넘어서지 못하고 붕 뜬다.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 부른 'Let Somebody Go'는 콜드플레이의 기존 발라드 명곡과 비교했을 때 특장점을 가지지 못한다. 일렉트로닉 뮤지션 존 홉킨스가 참여한 '∞ (Infinity sign)' 등 앨범의 3분의 1을 차지한 연주곡 역시 트랙 간의 응집력을 만들지 못한다. < A Head Full Of Dreams >(2015)처럼 다양한 음악적 요소가 녹아있지만, 신선한 컨셉만 남은 중구난방이라는 인상을 감추기 어렵다.

그래도 보여줄 것이 많다
 
 콜드플레이와 방탄소년단 (James Marcus Haney x Heo Jae Young x Kim So Jung)

콜드플레이와 방탄소년단 (James Marcus Haney x Heo Jae Young x Kim So Jung) ⓒ 워너뮤직코리아

 
아쉬움 가운데에도 성취는 있다. 우선 영롱한 사운드다. < Mylo Xyloto >(2011) 이후 줄곧 보여주었던, 공간감을 강조하는 입체적인 소리가 빛을 발한다. 앨범을 마무리하는 10분의 대곡 'Coloratura'의 인상도 진하다. 이 곡은 콜드플레이의 지난 음악세계를 집대성하고 있다.우주의 장대함을 사랑이라는 개인적 영역으로 연결시킨 이 곡은 'Fix You'처럼 애수에 젖은 멜로디가 빛나는 동시에, 다양한 사운드가 층을 쌓은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완성된다. (총괄 프로듀서 맥스 마틴 대신 크리스 마틴이 주도한 곡이라고 한다.)

콜드플레이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창작력을 증명했다. 앨범의 산만한 구성이 남기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향후 예고된 < Music Of The Spheres >의 새로운 시리즈에 기대를 걸어볼 만한 이유가 이 곡에 있다.

"And up there in the heavens Galileo saw reflections of us too
저 높이 천국에서 갈릴레이 갈릴레오도 우리를 지켜 보았겠죠.
Pluribus unum, unus mundus All the satellites imbue
여럿이 하나로 모이는, 모두가 하나가 된 세상 모든 위성들이 하나로."
- 'Coloratura' 중


한편 신보 못지않게 흥미로운 소식이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개막과 함께, 콜드플레이가 2022년 월드투어 재개 소식을 알린 것이다. 콜드플레이는 이미 미국에서 대면 공연을 시작했고, 내년 3월 코스타리카를 시작으로 'Music Of The Spheres' 투어의 서막을 알린다. 콜드플레이는 2019년 8집 발표 당시, 환경 보호 의제에 공감하는 차원에서 월드투어의 중단을 선언했던 바 있다. 아티스트가 월드 투어를 진행할 때마다 너무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콜드플레이는 'A Head Full Of Dreams' 투어를 2년에 걸쳐 총 122회의 공연에 걸쳐 진행했다.)

밴드의 본분인 라이브 공연을 영원히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 대신 콜드플레이는 탄소 중립성의 실현을 위해 고민했다. 곡의 전환에 맞춰 점멸하는 손목 밴드 '자이로 밴드'는 콜드플레이의 공연을 상징하는 소품이다. 이 소품은 밴드의 공연을 일체화된 체험으로 만드는 공신이다. 다가오는 투어에서 이 손목 밴드는 퇴비화가 가능한 재료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공연장에 휘날리는 색종이 역시 분해가 가능한 재질로 만들어지며, 공연장 바닥에서 팬들이 뛰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시스템 역시 고안하고 있다. 결성 25년 차, 콜드플레이는 여전히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있는 밴드임이 분명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