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홈팀인 롯데는 초반 대량 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5-8로 패하고 말았다. 홈구장을 찾은 어린이 팬들 앞에서 연패의 사슬을 끊어내지 못하며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날 7회까지 0-8로 뒤지며 패색이 짙던 롯데는 7회말 터진 한동희의 2점 홈런을 계기로 추격에 나섰다. 마지막 9회에는 선두타자 안치홍이 안타로 출루해 역전의 불씨를 살렸다.

그러나 이어 나온 2번타자 손아섭이 클린업 트리오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평소 적극적인 스윙을 하는 손아섭답지 않게 루킹 삼진을 당하며 물러섰다. 뛰어난 배트 스피드를 바탕으로 패스트볼 공략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손아섭이 제구가 흔들리던 KIA 셋업맨 장현식이 스트라이크존 복판에 구사한 패스트볼을 지켜보기만 하다 힘없이 물러섰다. 

비단 5일 경기 뿐 아니라 올 시즌 손아섭은 예년에 비해 상당히 부진하다. 밀고 당겨치는 타격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데다 발까진 빠르기 때문에, 수비 쉬프트나 약점 공략으로 대응하기도 어려워 롯데 타선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로 꼽혔던 손아섭이었지만, 올시즌은 사정이 사뭇 다르다.

※ 2021시즌 규정타석 OPS 순위 하위권(5/5 기준)
   
올시즌 현재 손아섭의 OPS(출루율+장타율)는 0.597이다. 현재 리그에서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OPS가 0.6에 미치지 않는 이는 손아섭 뿐이다. 당연히 KBO리그 최하위다. 롯데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였던 손아섭은 올 시즌 현재까지 팀에서 가장 생산력이 떨어지는 타격을 하고 있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역시 -0.44로 마이너스 수치다.

현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손아섭의 타순이다. 시즌 초반 타격 컨디션이 나쁠 수는 있지만, 손아섭이 주로 나서는 타순이 2번이기 때문이다. '강한 2번'을 내세우는 KBO 다수 팀들이 타격 생산력이 좋은 강타자를 2번에 배치하고 있다. 롯데 역시 이런 흐름을 받아들여 지난해 OPS가 0.908이었던 손아섭을 2번에 기용한 것이다.

이만큼 중요한 타순이 2번인데, 올시즌 현재 손아섭의 OPS는 리그 최하위다. 공격의 흐름이 수시로 끊기기 때문에, 대량 득점을 하기 힘들다. 마운드도 문제가 있지만, 롯데가 최근 득점력이 떨어지며 연패를 당한 것에는 손아섭의 책임이 적지 않다.

눈 앞의 1승이 급한 1군에서 마냥 기다리는 것은 현명한 해법이 아닐 수 있다. 지난 시즌 롯데 벤치는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진 베테랑 민병헌의 부활을 시즌 막판까지 기다렸지만 결국 슬럼프 탈출에 실패하며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더구나 올시즌 롯데는 정훈이나 전준우처럼 주력과 생산력을 겸비한 2번 타순의 대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코너 외야수를 볼 수 있는 유망주 추재현은 개막 이후 매서운 타격감을 보였지만 좀체 선발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다 6일 2군으로 내려갔다. 보유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만하다.
   
최근 5연패를 당한 최하위 롯데는 1위 삼성과 6.5경기, 5위권과는 3경기로 벌어지는 등 초반 순위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분위기를 잘 타는 팀의 특성 상 하락세가 길어지면, 지난 2019시즌처럼 일찌감치 하위권에 고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해법 모색이 시급한 롯데 벤치로서는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6일 경기에도 2번 타자로 나설 예정인 손아섭이 긴 부진에서 탈출하며 롯데의 연패 탈출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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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KBO기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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