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은 신인 케이팝 그룹의 등장이 대폭 줄어들었다. 케이팝+아이돌 음악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집계에 따르면 2020년 데뷔 그룹은 34팀으로 2019년 96팀에 비해 1/3 수준으로 급락했다. 물론 초대형 기획사가 선보인 트레저(YG), 엔하이픈(CJ+빅히트 합작), 에스파(SM) 등은 등장과 동시에 놀라운 음반 판매량과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기성 선배 그룹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지만 중견 업체 혹은 소규모 기획사 쪽에선 데뷔를 늦추거나 기획 자체를 보류하는 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목격되었다.  

​여기엔 또 한번 언급되는 '코로나19' 직격탄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일찌감치 해외 케이팝 팬들이 눈여겨보는 대형 기획사 쪽 팀들은 데뷔 전부터 팬덤이 형성될 만큼 막강한 지지 기반을 마련하면서 비대면 환경에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인기를 높여갔다. 반면 밑바닥부터 한계단씩 올라가야 할 소규모 업체들은 오프라인 활동의 발이 묶이면서 과거 신인들에 비해 행동반경이 대폭 축소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프로듀스101> 시리즈가 투표 조작 사건으로 더 이상 열리지 않게 되자 해당  프로그램 출전을 통해 이름 알리기 등 후광효과를 노렸던 영세 기획사들은 홍보 경로가 축소되는 난관에 직면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래의 케이팝 주역을 노리는 신예들은 매년 착실하게 등장하고 있다. 초대형 기획사의 야심작부터 유명 프로듀싱팀이 선보인 신인 그룹과 아직 멤버조차 확정되지 않은 미상의 팀까지 2021년 케이팝 시장을 뜨겁게 달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눈도장을 받거나 올해 새롭게 수직상승을 노리는 신예(총7팀)를 소개해본다(순서 : 정식 데뷔일 기준).

1. 크래비티, 폭발하는 젊음의 이미지 
 
 지난 19일 미니3집 음반 'HIDEOUT: BE OUR VOICE - SEASON 3'를 발표한 크래비티

지난 19일 미니3집 음반 'HIDEOUT: BE OUR VOICE - SEASON 3'를 발표한 크래비티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멤버] 세림, 앨런, 정모, 우빈, 원진, 민희, 형준, 태영, 성민 
[데뷔일] 2020년 4월14일 
[데뷔곡] 'Break all the Rules'
[특이사항] <프로듀스X101> 및 그룹 '엑스원' 출신 멤버 다수 포함


​트레저, 엔하이픈과 더불어 지난해 신인 보이그룹 빅3로 손꼽힐 만한 9인조 크래비티(CRAVITY)는 스타쉽 엔터테인먼트가 몬스타엑스에 이어 5년만에 선보이는 팀으로 데뷔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한 해 전 민희, 형준(이상 엑스원 멤버), 정모, 원진 등 절반 가량의 인원이 <프로듀스X101> 참가로 눈도장을 받다보니 대형 기획사에 견줄만한 개별 멤버 팬덤도 확실히 확보하면서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내딛는다.  

​두차례에 걸친 < HIDEOUT > 연작 음반의 타이특곡들인 'Break all the Rules', 'Flame' 등의 곡을 통해 강렬한 비트와 퍼포먼스, 한계를 뚫기 위해 질주하는 청춘 등 최근 보이그룹들이 추구하는 요소를 모두 반영하고 있다. 이어진 후속곡 'Cloud 9', 'Ohh Ahh' 등에선 힘을 살짝 뺀 부드러운 멜로디 라인을 추구하는 등 신인답지 않은 적절한 강약 조절도 수월하게 소화해낸다.

19일 발표한 미니 3집 < HIDEOUT: BE OUR VOICE - SEASON 3. > 역시 전작들의 노선에 충실하면서도 한단계 성숙해진 음악들로 채우는 등 발 빠른 변화에도 소홀함을 보이지 않는다. 라이언 전(공동작곡), 우주소녀 엑시(단독 작사) 등 새로운 제작진들이 참여한 'My Turn'에선 농구와 레이싱이라는 2개의 상징물을 배치하고 폭발하는 젊음의 이미지를 여기에 녹여낸다. 매번 자신감 넘치는 음악들로 틀에 얽메이지 않고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는 점에선 올해 또는 그 이후가 더욱 기대되는 팀이다. 

2. 위클리, 빌보드가 지목한 차세대 유망주​
 
 위클리

위클리 ⓒ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멤버] 이수진, 신지윤, 먼데이, 박소은, 이재희, 지한, 조아
[데뷔일] 2020년 6월30일
[데뷔곡] 'Tag Me(@Me)'
[특이사항] 미국 빌보드 비평가 선정 '올해의 케이팝 싱글 20' 선정 ('Tag Me')​


카카오 산하 플레이엠이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등장시킨 7인조 위클리(WEEKLY)는 요즘 걸그룹들의 성향과는 사뭇 다른 음악, 컨셉트로 차별화를 도모한다. 해외 케이팝 팬들의 취향에 맞춘, 보이그룹 못잖게 강렬하고 어두운 이미지를 드리운 최근 팀들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미국 사립학교 교복을 연상케 하는 의상, 밝은 색조의 2장의 미니 음반 표지부터 뮤직비디오 전반에 걸쳐 명랑한 느낌을 내세우는 점은 우리가 알고 있던 전형적인 걸그룹의 그것과 사뭇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WE)"라는 집단 속에서 언제나 당당한 나를 추구하는 가사 ("사전 속에 한 단어를 / 나라곤 도저히 정의 못해 / 음 그래도 굳이 날 설명한다면 Well / 고유명사?(Tag Me 중에서)", 경쾌한 록 기타 사운드에 기반을 둔 속도감 있는 음악은 역설적으로 위클리만의 독자성을 강조해준다. 이러한 시도는 외국 팬들의 눈에도 제법 특별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매년 연말 미국 빌보드 매거진이 선정하는 케이팝 결산에서 '올해의 케이팝 싱글 20곡'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데뷔곡 'Tag Me(@Me)'는 신인 그룹으론 가장 높은 9위를 차지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기에 이른다. 이어진 두번째 타이틀곡 'Zig Zag'에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롤러코스터 같은 Z세대의 자유분방함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 팀 내 리드보컬을 담당한 신지윤이 여러 곡의 작곡에도 참여한다는 점은 위클리가 향후 셀프 프로듀싱팀으로서의 발전 가능성도 지녔음을 짐작게 한다. 

3. 스테이씨, 국내 최정상 작곡팀의 야심작​
 
 스테이씨

스테이씨 ⓒ 하이업엔터테인먼트

 
[멤버] 수민, 시은, 아이사, 세은, 윤, 재이
[데뷔일] 2020년 11월 12일
[데뷔곡] 'SO BAD'
[특이사항] 블랙아이드필승이 제작한 신예 그룹


스테이씨(StayC)는 씨스타, 트와이스, 에이핑크 등 최고 인기팀들과 협업하면서 케이팝 대표 프로듀서로 자리잡은 블랙아이드필승이 야심차게 선보인 신예그룹이다.  2곡만 수록된 싱글 < Star To A Young Culture >은 그동안 걸그룹 중심 작곡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를 아낌 없이 쏟아부었음을 짐작게 하는 작품이다. 요즘 아이돌 팀이라면 필수적으로 부유해야만 했던 '세계관'은 뒤로 미룬채 철저히 음악·퍼포먼스에만 집중하면서 개개인의 역량을 극대화시킨다.  

특히 데뷔곡 'SO BAD', 최근 화제가 되었던 KBS <뮤직뱅크> '힘 내'(소녀시대 원곡) 커버곡 무대처럼 AR 사운드를 최소화한 채 라이브 보컬을 극대화하는 무대 연출은 신인 다운 패기, 혹은 신인 답지 않은 노련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당초 등장 시점에선 인기가수 박남정의 딸이자 각종 가족 예능과 드라마 출연으로 인지도를 얻었던 시은(메인보컬) 한명에게 홍보의 초점이 맞춰졌지만 정식 활동 돌입 이후엔 다른 멤버들의 능력도 함께 부각되는 등 조금씩 대중들의 호감도를 키워 나간다는 점은 긍정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4. 에스파, 아바타 세계관·SM 변화의 신호탄?​
 
 에스파

에스파 ⓒ SM엔터테인먼트

 
[멤버] 카리나, 지젤, 윈터, 닝닝
[데뷔일] 2020년 11월24일 데뷔
[데뷔곡]  'Black Mamba'
[특이사항] '레드벨벳 이후 6년만에 등장한 SM 걸그룹,  '아바타' 컨셉트​


단 한곡만 발표했을 뿐이지만 에스파(aespa)는 대형 기획사의 신인 답게 등장과 동시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현실 속 멤버와 가상 현실 속 '아바타' 멤버가 공존한다는 이색적인 컨셉트를 들고 나오면서 기존 SMP로 대표되던 SM표 그룹의 변화를 극대화시킨다. 다인원 구성이 일반화되는 요즘, 단 4명의 단촐한 인적 구성을 내세운 점은 소수 인원만으로도 확실하게 무대를 장악할 수 있다는 SM의 자신감으로 봐도 무방하다. 

​"참신하다" vs "오히려 진부하다"라는 양 극단의 평가가 나올 만큼 데뷔곡 'Black Mamba'는 완성본이라기 보단 정상 궤도로 돌입하기 직전에 선보이는 '프로토타입' 의 성격을 내포했지만 뮤직비디오 조회수 1억뷰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해외 케이팝 팬들에겐 흥미로움을 안겨주는데 일단 성공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옮겨갔던 선배팀 f(X), 레드벨벳의 전례에 비춰보면 에스파 역시 향후 공개할 음악 역시 이에 못잖게 호기심을 키워줄 것으로 기대감을 모은다.  

5. 퍼플키스, 마마무 뒤를 잇는 기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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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플키스

퍼플키스 ⓒ RBW

 
[멤버] 박지은, 나고은, 도시, 이레, 유키, 채인, 수안
[데뷔일] 2021년 상반기 예정
[데뷔곡] 'MY HEART SKIP A BEAT' (2020년 11월26일 프리데뷔싱글)
[특이사항] 마마무 이후 7년만에 선보이는 RBW표 걸그룹​


아직 정식 데뷔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퍼플키스(Purple Kiss)를 눈여겨볼 이유는 몇 가지가 존재한다. 3년 넘는 장시간의 준비 기간, 그리고 유명 작곡가 김도훈이 이끄는 RBW의 새로운 야심작이라는 점이다. 2018년 '356 Practice'라는 이름으로 연습생들을 훈련시키면서 모여진 퍼플키스는 보컬과 댄스 퍼포먼스 모두에 능통한 올라운드 플레이어형 그룹을 지향한다. 국내외 인기곡들의 보컬 커버부터 방탄소년단 같은 남자팀의 강렬한 댄스 등도 큰 어려움 없이 소화할 만큼 탄탄한 기본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이 그룹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프리 데뷔 형식으로 지난해 11월 발표한 싱글곡  'MY HEART SKIP A BEAT'은 향후 퍼플키스가 지향하는 목표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록밴드 구성의 반주에 맞춰진 보컬 및 퍼포먼스는 기존 마마무, 원위, 원어스 등 RBW표 그룹들이 지닌 강점을 자신 만의 것으로 재빨리 흡수했음을 증명한다. <프로듀스48>, <K팝스타3>, <믹스나인> 등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친 다수의 멤버를 중심으로 느리지만 착실한 준비 과정을 거쳤음을 고려한다면 정식 데뷔에 대해선 충분히 기대감을 갖고 지켜볼 만 하다.  

6. 7. 박진영·싸이가 만드는 SBS <라우드> 2개팀
 
 SBS는 올해 상반기 아이돌 경연 오디션 프로그램 '라우드'를 방영한다.  박진영, 싸이의 참여를 통해 양측 회사 소속 각 2팀을 데뷔시키는게 특징이다.

SBS는 올해 상반기 아이돌 경연 오디션 프로그램 '라우드'를 방영한다. 박진영, 싸이의 참여를 통해 양측 회사 소속 각 2팀을 데뷔시키는게 특징이다. ⓒ SBS

 
[데뷔일] 2021년 하반기~ 2022년 예상
[특이사항] JYP(박진영), 피네이션(싸이)소속 그룹 총 2개팀 멤버 발탁


"또 아이돌 오디션이냐?"라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경연 프로그램을 통한 신인 그룹 발굴은 계속 진행된다. < K팝스타 >(2011~2017), <더 팬>(2017~2018)가 솔로 가수 발굴에 중점을 뒀던데 반해  SBS가 올해 상반기 방영할 <라우드(LOUD)>는 기존 엠넷표 아이돌 오디션 프로에 더 가까운 형식을 취한다. 지원자들을 모집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몇단계의 과정을 거쳐 인원을 추려 최종 합격자들로 신인 그룹을 데뷔 시키는 건 익숙하면서도 가장 보편적 방법이기도 하다.  
<프로듀스101> 시리즈 같은 프로젝트 그룹 뿐만 아니라 <보석함>, <아이랜드> 등 특정 기획사 신인 발굴에서 이미 활용된 방식이지만 <라우드>는 여기에 하나를 더 첨가시킨다. 2개 회사가 이번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들의 차기 보이 그룹 총 2팀을 발굴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엠넷 <식스틴>으로 트와이스를 결성시킨 경험이 있는 JYP, '원조 월드스타' 싸이의 피네이션이 경쟁자이자 협력자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아이돌 오디션은 최근 들어 국내 시청자들에겐 저조한 관심(낮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해외 케이팝 팬들에겐 절대적인 지지를 얻으며 트레저, 엔하이픈 등의 성공적인 안착을 유도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라우드>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게 아니냐는 예상을 낳고 있다. 더군다나 JYP라는 브랜드 만으로도 해외 팬들에겐 2PM, 갓세븐, 스트레이키즈 이후 차세대 그룹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함께 이끌어낸다. 여기에 독자적인 회사를 설립하고 지난해 제시('눈누난나')의 성공을 통해 제작자로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싸이의 등장은 2팀 동시 결성이라는 독특한 발상과 맞물려 일부에선 기존 아이돌 오디션과의 차별화를 예상하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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