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리얼 나르코스 리포트>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리얼 나르코스 리포트> 포스터. ⓒ ?넷플릭스


<브레이킹 배드>는 미국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화학 교사가 남겨질 가족들의 앞날을 위해 졸업한 제자와 함께 마약을 제조·판매한다는 이 이야기는 자타공인 마약을 소재로 한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다섯 시즌 동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평단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한테도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 인기는 프리퀄 스핀오프 <베터 콜 사울>로 이어져, 2015년부터 2021년까지 6시즌 동안 이어져 큰 인기를 끌며 종영될 예정이다. 속편 영화 <엘 카미노>도 나왔다. 

2015년, 또 하나의 걸출한 마약 콘텐츠가 나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르코스>. 콜롬비아의 악명 높은 전설적인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일대기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물이다. 시즌 3까지 이어졌고, 시즌 4부턴 <나르코스: 멕시코>로 바뀌어 올해 두 번째까지 나왔다. 멕시코 카르텔의 창시자 '미겔 앙헬 펠릭스 가야르도' 이야기를 다룬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의 대대적인 인기를 발판 삼아 마약 관련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도전했다. 이후 넷플릭스에서 마약 콘텐츠가 쏟아져 나와 하나 같이 괜찮은 반응을 얻는다. 

넷플릭스의 마약 콘텐츠 중 하나가 <리얼 나르코스 리포트>이다. 세계 마약 산업의 핵심이자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멕시코와 콜롬비아와 페루의 카르텔 내부와 마약 제조 및 판매 현장을 직접 들여다본 다큐멘터리다. 영국 특수부대 출신으로 10년간 아프카니스탄 마약왕을 추적했던 '제이슨 폭스'라는 사람이 연출하고 또 주연으로 분했다. 2018년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되었으니, <나르코스>의 인기에 힘입은 결과라 아니할 수 없겠다. 목숨 걸고 실제를 들여다본 결과는 어떨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마약 제국' 멕시코를 가다

1화는, '마약 제국'이라는 부제가 붙여진 멕시코. 카르텔 내부에 연락책이 있는 현지 기자를 통해 카메라는 시날로아 카르텔의 근거지인 쿨리아칸으로 향한다.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카르텔로, 그들 덕분에(?) 쿨리아칸은 멕시코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경찰 수보다도 많은 10만 명 가량의 사람들이 마약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일면 아주 잘 통제되어 있지만 또 아주 위험하기도 하단다. 

폭스는 그곳에서 시날로아 카르텔 경계를 지키는 현지 사령관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이어 '게로'로 통하는 가장 무자비한 암살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무사히 살아서 나온 그는, 조직원을 통해 마약 밀매의 현실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텍사스 교도소로 가 전직 청부살인업자를 만나기도 한다. 카르텔이 어떻게 조직원을 살인자로 키우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다. 밤중엔 DEA(마약단속국) 요원을 따라 카르텔 간의 전쟁으로 사지가 절단된 채 길가에 버려진 시신을 대면하기도 한다. 

많은 돈을 벌고 화려한 삶을 사는 마약상들을 우러러 보는 수많은 이들이 조직원이 되고자 한다고 한다. 하지만 마약 조직원들은 언제 잡혀 가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삶을 살기도 한다. 실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한편으론, 매일같이 이상할 것도 놀랄 것도 없는 '미친 짓'이 일어나는 그곳을 당국이 제재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기에 멕시코 마약 단속은 요원해 보인다.

'마약 수출항' 콜롬비아를 가다

2화에서는 '마약 수출항'이라는 부제가 붙여진 콜롬비아로 향했다. 콜롬비아 최대의 항구 도시인 부에나벤투라 항은 콜롬비아에서 나오는 코카인의 절반 이상이 밀수되어 전 세계로 향하는 곳이다. 카르텔 내부에 연락책이 있는 현지 기자를 통해 부에나벤투라 항과 콜롬비아 카르텔의 근거지인 메데인으로 갔다. 콜롬비아는 전 세계 마약 산업이 시작되는 곳으로, 지상 최대의 코카인 거래소이기도 하단다. 

폭스는 마약 밀수업자의 밀수 현장을 밀착 취재한다. 그런가 하면, 한 청부살인업자를 만나 함께 '청부 살인하는 법'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의 속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도 되지 않고 공감도 되지 않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다. 카르텔의 명령 때문에,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죽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콜롬비아 말라가 해군 사령관을 만났다. 말라가 사령관은 카르텔이 마약을 밀수하기 위해 사용하는 특별한 방법을 보여줬다. 그건 다름 아닌 '잠수함'이었다. 

마지막으로 폭스는 메데인으로 향했다.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함께 콜롬비아 메데인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마약 조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일명 '뽀빠이'를 만난다. 그는 경찰에 붙잡혀 23년간 복역하고 나온 직후였지만, 여전히 동네에서 인기가 많았다. 가난에 찌들고 위험했던 동네를 부유하고 위험한 동네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보기에 그곳과 그는 공포와 폭력과 위험의 대상일 뿐이지만, 내부에서 그는 통제를 통해 동네를 안전하고 부유하게 만든 은인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도 지금도 카르텔은 가진 것 없고 기댈 곳 없는 이들을 포섭한다. 군말 없이 충실하게 목숨을 바쳐서라도 임무를 수행할 이들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반문할지 모른다. 왜 죽음을 무릅쓰느냐고 말이다. 가난하더라도 죽음과 눈 맞추며 살아가지 않는 게 낫지 않느냐고. 그들은 가난도 가난이지만 지금 이대로의 삶도 충분히 위험하다고 답한다. 똑같이 위험하다면, 이왕이면 가난보다 부유한 삶이 낫지 않겠냐고.

'마약 실험실' 페루를 가다

3화에서는 '마약 실험실'이라는 부제가 붙여진 페루를 다룬다. 이들은 현지 기자를 통해 페루 내 모든 코카인의 공급처인 '브라엠'으로 향했다. 브라엠은 안데스 산맥에 있는 골짜기에 위치한다. 페루는 세계 최대의 마약 생산지로, 대부분이 영국으로 밀수된다고 한다. 그 공급망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 삶을 들여다본다. 그들이 재배하고 가공하면 카르텔이 전 세계로 수출한다고 한다. <리얼 나르코스 리포트>를 통해 제이슨 폭스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 메시지에 가장 맞닿아 있는 곳이었다. 지난 두 편을 통해 자극적인 마약시장의 실상을 들여다보고자 했다면, 이번으로 보다 궁극적인 실체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폭스는 태반이 마약의 원료로 쓰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코카 잎을 재배하는 농부들을 만나보고 그렇게 재배된 코카잎을 코카인으로 가공하는 현장에 함께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하나같이 들려오는 말은 '어쩔 수 없다.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없다'였다. 틀린 말이기도 하지만, 일면 맞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그들은 거대하고도 거대한 카르텔 마약 산업의 한없이 밑바닥에 위치한 사람들이다. 그곳에서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일밖에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어 폭스가 찾아간 곳은 샌프란시스코 외곽의 군사 기지였다. 브라엠 지역 마약 퇴치를 전담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실제 작전을 따라가 보는데, 허접하기 짝이 없는 작전 상황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그리고 이어진 하나마나한 작전, 엄청나다고도 할 수 있는 부대를 이끌고 덮친 곳은 수없이 널린 조그마한 마약 제조 기지였다. 폭스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마약 산업과 카르텔 일망타진은 허망한 꿈으로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걸 몸소 보여준 허무맹랑한 작전이었다. 

마약과의 전쟁, 잘못된 방향성

폭스는 말한다. 마약과의 전쟁은 '방향성'이 잘못되었다고. 엄청나게 많은 돈을 무기와 군대에 쏟아붓지만, 사실 진짜 마약과의 전쟁은 '빈곤'과의 전쟁이다. 마약 산업에 일조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난'하기 때문에 일하는 것이다. 이들에겐 달리 선택권이 없다. 희망이 없으니 그냥 눈앞에 있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게 카르텔을 위해 일하는 것이고, 카르텔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폭스의 당찬 주장을 100% 받아들일 순 없지만 확실히 궁금한 건 있다. '방향성'이라는 것 말이다. 그럼 정부 당국은 무엇을 원하고 또 하고 있는가? 분명 많은 돈과 인력과 공력을 쏟아부어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을 것이다. 그런데 왜 마약 산업은 나날이 번창하고 있을까. 마약 산업이 번창한 곳은 정부의 통제권이 닿지 못하고, 그곳의 사람들을 더욱 가난해질 것이다. 또다시 자연스레 마약 산업으로 이끌리게 될 것이다. 마약 산업이 계속 번창하고 당국이 점점 더 손을 쓸 수 없게 되는 이유이다. 

여기서 마약 산업을 근절하는 궁극적이고도 근본적인 방법론을 제시할 순 없다. 대신, 이 작품을 통해 어느 정도의 문제 제기는 달성했다고 본다. 가짜 아닌 진짜를 내부에서 들여다보며 실상과 실체를 대면했으니, 문제제기를 받아들이는 데 도움도 되었을 것이다. 마약과의 전쟁은 카르텔과의 전쟁이 아니라 빈곤과의 전쟁이어야 한다는 점, 우리도 함께 생각해 볼 문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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