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인삼공사 오지영(왼쪽)-염혜선 선수

KGC인삼공사 오지영(왼쪽)-염혜선 선수 ⓒ 박진철 기자

 
최근 여자배구 IBK기업은행과 현대건설의 트레이드가 큰 화제였다. 두 구단이 6일 공식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신연경(26세·리베로)과 심미옥(20세·센터)을 IBK기업은행에 보내고, IBK기업은행은 이나연(28세·세터)과 전하리(19세·레프트)를 현대건설에 내주는 2 대 2 트레이드였다.

논란은 발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IBK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이해할 수 없는 트레이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부 IBK기업은행 팬들도 "아쉬운 쪽은 우리가 아닌데, 퍼주기 트레이드를 강행했다"며 원망하기도 한다.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은 5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이번 트레이드를 제안한 이유에 대해 "조송화와 이나연이 각각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투 세터 체제로 운영하면 더 좋겠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리베로 공백도 심각한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 트레이드의 시발점은 KGC인삼공사와 오지영(32세·170cm) 리베로였다. KGC인삼공사가 올해 FA(자유계약선수)가 된 국가대표 리베로 오지영 쟁탈전에서 승리해 잔류시켰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과 KGC인삼공사 관계자들이 기자에게 밝힌 설명에 따르면, 한 편의 전쟁이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4월 1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2020-2021시즌 FA 시장에서 취약 포지션인 리베로와 세터 부분의 보강을 위해 '외부 FA 선수' 영입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흥국생명 주전 세터인 조송화를 영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KGC인삼공사 주전 리베로 오지영 영입은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에 좌절됐다. KGC인삼공사도 오지영 잔류에 총력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 승자는 KGC인삼공사였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리베로 보강이 시급해졌다. 그 연장선에서 IBK기업은행-현대건설의 트레이드가 진행된 것이다.

'짠돌이 구단'은 잊어라... FA 시장 '큰손'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단연 KGC인삼공사의 행보였다. 과거 같으면 주축 선수 몇 명은 다른 팀으로 빼앗겼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만큼 올해 여자배구 FA 영입전이 치열했다.

더군다나 상대는 IBK기업은행이었다. IBK기업은행은 2011년에 공식 창단된 막내 구단이지만, 여자배구 투자에 적극적이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또한 팀 성적과 여자배구 전체 발전에 기여한 측면에서도 신생팀 창단의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배구 유망주들이 경기를 뛸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IBK기업은행이 배구단에 적극 투자를 하면서 그동안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기존 구단에게 자극을 준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KGC인삼공사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FA 시장에서도 KGC인삼공사의 공격적 행보는 배구계를 놀라게 했다. 사실 KGC인삼공사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은 구단이었다. 특히 여자배구에서 대표적으로 배구단 투자에 인색한 '짠돌이 구단', 국내 스타가 적고 외국인 선수 몰빵 배구에 의존하는 '비인기 구단', '만년 하위권' 등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KGC인삼공사가 FA 시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달랐다. 여자배구 프로구단의 진정한 '큰손'은 KGC인삼공사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실제로 KGC인삼공사의 영입 공세 때문에 이득을 본 선수도 많았다.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선수들은 시장 평가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게 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홍보 중요성 커지고, 여자배구 인기 폭등 '시너지'
 
 KGC인삼공사 선수들 경기 모습... 2019-2020시즌 V리그

KGC인삼공사 선수들 경기 모습... 2019-2020시즌 V리그 ⓒ 박진철 기자

 
KGC인삼공사는 왜 그렇게 돌변했을까. 몇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맞아떨어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선 구단주인 KGC인삼공사 사장에 여자배구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 등장했다. 김재수(56세) 현 KGC인삼공사 사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 여자배구 팀을 프로다운 구단으로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김 사장은 여자배구단을 향해 "왜 돈을 쓰고도 욕을 먹느냐. 돈을 쓸려면 제대로 써라"고 강조해 왔다고 한다. 역대 KGC인삼공사 사장 중 여자배구 경기장에 가장 많은 직관을 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또한 KGC인삼공사가 여자배구 팀에 적극적 투자로 전환한 데는 회사 경영 측면에서도 광고·홍보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고, 여자배구가 프로야구 못지않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이 서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KGC인삼공사는 현재 홍삼, 건강 식품, 동인비 화장품 등이 주력 상품이 되면서 광고·홍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실제로 백화점, 오프라인 매장 등을 통해 광고·홍보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여자배구 인기가 폭등하면서 '투자비용 대비 광고·홍보 효과의 가성비'가 매우 높아졌다. 실제로 2019-2020시즌 V리그 여자배구의 '1경기당 케이블TV 평균시청률'은 1.05%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프로야구를 넘어섰다. 그러면서 평균시청률 부문에서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배구, 프로농구 등 국내 프로 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관련기사 : '찬밥 신세'였던 여자배구, 시청률 대박난 이유).

또한 여자배구 경기는 TV 중계와 언론 노출도 측면에서도 프로야구 못지않다. 최근 스포츠 전문 채널들의 방송 패턴을 보더라도 거의 매일 축구 손흥민 경기와 여자배구 경기만 보일 정도로 재방송 횟수가 엄청나다. 여자배구의 최근 인기는 한국 프로 스포츠 현실에서 가히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KGC인삼공사도 '성적이 좋은 인기 팀'으로 만들 필요성이 커졌다. KGC인삼공사 구단 관계자도 "회사에서 여자배구단을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본사 브랜드 쪽과 스포츠 쪽하고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했다. 지금은 여자배구단을 통해서 홍보를 하려고 협업 프로그램도 많아졌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여자배구단을 단순히 운영·관리하는 측면이 강했다면, 지금은 적극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회사를 홍보하고 팬들을 우리 고객화하려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가동하려고 한다"며 "새로 오신 스포츠단 단장도 스포츠 마케팅 쪽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팀-인기 구단' 목표... 최고 연봉 제시 '자신감'

KGC인삼공사의 변화는 이번 FA 시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올해 FA 자격을 획득한 소속팀 선수 4명을 모두 붙잡는 데 그치지 않고, 공격적인 외부 영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일찌감치 흥국생명 잔류가 확정된 이재영(연봉 총액 6억 원)을 제외하고도, 일부 특급 선수 영입을 위해 여자배구 1인 연봉 최고 상한선인 '연봉 총액 7억 원'까지 제시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영입전을 펼쳤다. 2년 전까지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은 여자배구단에 그 정도 투자를 해도, KGC인삼공사가 '성적이 좋고 인기 팀'이 될 경우 회사 측의 광고·홍보 효과는 수백 배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지금도 특급 선수 영입을 성사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선수단 운동 시설도 크게 개선했다. KGC인삼공사 선수들은 5일 저녁 휴가를 마치고 복귀했다. 구단은 휴가 기간 동안 대전 신탄진에 있는 선수단 숙소, 팀 훈련장, 웨이트 트레이닝 센터, 물리치료실, 락카 룸 등의 공간을 전반적으로 확장하고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실시했다. 조만간 최신 훈련 기구도 도착하고, 훈련장의 LED 조명 공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라바리니 대표팀 차출 협조도 '큰 복'... 마케팅 강화 주목

KGC인삼공사의 변화 노력이 계속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도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여자배구 인기 급등의 기폭제가 된 대표팀의 차출에도 매우 협조적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대표팀에서 뜻밖의 변수가 발생해 소속팀 선수가 갑자기 차출됐을 때도 구단이 나서서 "빨리 진천선수촌으로 가라"고 재촉할 정도였다. 그 결과는 KGC인삼공사에게 '큰 복'으로 돌아왔다. 

팀의 주축 선수인 염혜선, 한송이, 오지영이 라바리니 감독이 지도하는 대표팀에 다녀 온 후 기량과 자신감이 눈에 띄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염혜선은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배구 세트 부문에서 대표팀 주전 세터인 이다영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한송이는 36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핵심인 양효진과 함께 V리그 베스트 센터상을 수상했다. 한송이는 언론 인터뷰에서 "라바리니 감독의 지도력은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 많은 걸 새롭게 배웠다"고 말한 바 있다.

KGC인삼공사가 적극적 투자와 마케팅 부분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여자배구 전체 발전에도 의미가 자못 크다. 프로구단들이 선수들의 연봉 인상을 뛰어넘어 내실을 다지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배구는 지금이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는 최적기이고, 성공 가능성도 높다. 최근 인기 급등과 더불어 팬층의 충성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에는 프로 스포츠 흥행의 최대 발판인 올림픽 출전까지 앞두고 있다.

더 나아가 여자배구의 숙원인 신생팀 창단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들에게도 자극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기존 구단들이 투자비용 대비 광고· 홍보의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일회성 변화가 아니라,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KGC인삼공사의 앞으로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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