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을 앞두고 두산 이적에 성공한 정상호

2020시즌을 앞두고 두산 이적에 성공한 정상호 ⓒ 두산 베어스

 
2020시즌을 준비하는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는 에이스 린드블럼이 메이저리그로 떠나긴 했지만 국내 선수진 구성에는 큰 변동이 없다. FA로 이적하거나 영입한 선수가 없고, 트레이드를 통해 굵직한 선수 이동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다만 주전 포수 박세혁의 뒤를 지킬 백업 포수는 지난해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양의지가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 다행히 백업포수 박세혁이 공수에서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이며 양의지의 이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후유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세혁이 주전으로 자리잡은 후 그 뒤를 받쳐줄 백업포수가 사라진 것이다. 그 때문에 박세혁은 체력 부담이 큰 포수임에도 지난해 144경기 중 137경기에나 출장해야 했다. 박세혁이 2019시즌 소화한 수비 이닝은 1071.2이닝으로 리그 포수 중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장기적으로 볼 때 과부하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박세혁은 전체 2위인 SK 이재원이 기록한 1041.0이닝과 비교해서 약 30이닝 이상 많은 이닝 수를 소화했다. 무릎과 허리 등 여러 부위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는 포수의 수비 이닝 관리는 투수의 이닝 관리만큼이나 중요한 항목이다.

▲두산 정상호의 최근 6시즌 주요기록
 
 두산 정상호의 최근 6시즌 주요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두산 정상호의 최근 6시즌 주요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그래서일까? 두산 구단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베테랑 포수 정상호를 영입했다. LG트윈스와의 FA 계약이 모두 종료되고 방출되어 자유의 몸이 된 정상호에게 두산이 손을 내민 것이다.

영입 당시 초반 반응은 썩 호의적이지 않았다. 두산은 이흥련이나 장승현 같은 창창한 백업 포수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은퇴를 앞둔 노장인 정상호를 영입하는 것은 젊은 포수들의 출장 기회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정상호 영입은 베테랑의 가치를 높이 보고 선수단을 운영하는 두산 김태형 감독의 성향과 지난 시즌 베테랑 투수 배영수가 한국시리즈 최종전 승리를 지키며 유종의 미를 거둔 기억을 가지고 있는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두산이 영입한 배영수의 사례는 올시즌 정상호와 많은 부분이 겹친다. 오랜 기간 리그에서 활동하고 은퇴를 앞두고 있던 황혼의 베테랑을 영입했다는 점, 그간 커리어 내내 두산과 전혀 관계없는 여러 팀에서 활약했다는 점, 영입 당시의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는 점 등 여러 부분이 닮았다.
 
 두산 우승에 기여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배영수

두산 우승에 기여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배영수 ⓒ 두산 베어스

 
배영수 역시 지난해 처음 입단 소식이 들려왔을 때에는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겠냐는 반대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배영수는 시즌 내내 두산 마운드에서 궂은 일을 처리하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 시절 여러 번의 우승을 거머쥔 경험을 앞세워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그가 두산으로 이적했을 당시만 해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결정 짓는 순간 배영수가 마운드를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배영수를 통해 좋은 기억을 만든 두산은 베테랑 정상호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민 것이다. 특히 정상호가 맡아야 할 백업 포수 역할은 두산에서 꼭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이었다.

현역 선수로 황혼기에 접어든 정상호 역시 은퇴를 앞두고 유종의 미를 준비하고 있다. SK 시절 우승을 경험하는 등 좋은 시기를 보냈던 그는 FA를 통해 LG로 이적한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기대했던 주전 포수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한 채 부상과 부진에 빠졌고 '먹튀'라는 평가를 들어야만 했다.
 
 두산 이적 효과가 기대되는 정상호(출처: KBO야매카툰/엠스플뉴스)

두산 이적 효과가 기대되는 정상호(출처: KBO야매카툰/엠스플뉴스) ⓒ 케이비리포트 야구카툰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정상호는 은퇴를 결정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팀을 옮겨 다시 도전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정상호는 미야자키 캠프 연습경기서부터 홈런을 터뜨리는 등 타격 감각을 끌어올리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시즌을 준비하는 정상호를 보며 그가 주전급으로 활약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명예 회복을 위해 두산으로 이적한 베테랑 정상호가 2019시즌 배영수가 그랬던 것처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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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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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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