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위로받기 보다는 위로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아이유의 'Love Poem'을 듣고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이 기도 구절이 떠올랐다. 피아노만으로 시작해 기타와 드럼이 합류하는 최소한의 악기를 썼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곡 전체로부터 거대한 느낌을 받은 건, 가사 때문이었다. 위로받기 보다는 위로하는 사랑을 노래하는 이 가사는 어떤 형태의 사랑 노래보다 웅장했다.  
 
 아이유 'Love Poem'

아이유 'Love Poem'ⓒ 카카오M

 
이 가사를 쓴 아이유의 사랑은, 조심스레 짐작해보건대, 점점 성숙해져 가는 모습이다. 좋아해서 벅차고 헤어져서 힘든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 노래들과 달리 'Love Poem'은 '나'를 다 뺐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너'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나를 위한 노래가 아니라 너를 위한 노래인 것이다.

"누구를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나 봐/ 숨죽여 쓴 사랑시가/ 낮게 들리는 듯해/ 너에게로 선명히 날아가/ 늦지 않게 자리에 닿기를

I'll be there 홀로 걷는 너의 뒤에/ Singing till the end 그치지 않을 이 노래/ 아주 잠시만 귀 기울여 봐/ 유난히 긴 밤을 걷는 널 위해 부를게"


내 기쁨과 슬픔이 아닌 상대방의 행복과 아픔을 생각하고 온통 염려하는 사랑. 어쩌면 그게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싶으면서도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아가페적 사랑이기에 가장 힘든 사랑 같기도 하다. 이 노래로부터 내가 느낀 그러한 경건함은 노랫말 안에 깊이 밴 희생적인 사랑에서 비롯된 듯했다.

화자는 시종일관 너의 '뒤'에 있다. 너에게로 선명히 날아가 늦지 않게 닿은 그 자리는 바로 '홀로 걷는 너의 뒤'였다. 앞에서 끌어주는 사랑도, 옆에서 함께 걸어가는 사랑도 아닌, 보이지 않는 뒤에서 그 사람 모르게 헌신하는 사랑은 보다 겸손하고 완전해 보인다. 뒤에서 걷는 사랑이 옆에서 함께 걷는 사랑보다 더 진실해 보이는 건, 사람과 사람이 함께 나란히 걷더라도 한 개인의 외로움이나 고통은 오롯이 그 사람의 몫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뽐내지 않는 사랑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인지 이 곡을 통해 나는 새삼 알게 됐다. 상대 모르게 묵묵히 전하는 위로는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기에 섭섭함에서 피어나는 미움도, 되받을 마음에서 피어나는 기대도 없다. 이 곡을 들을 때 나는 마음이 텅 빈 것처럼 되는데 아마도 나를 채워줄 무엇을 바라지 않는, 오직 내어주는 사랑에서만 전해지는 순수함 때문일 것이다. 그 텅 빔은 빈곤하고 쓸쓸한 마음이 아니라 외려 비워내서 가득 찬 따뜻한 마음이다. 
 
 아이유 'Love Poem'

아이유 'Love Poem'ⓒ 카카오M

 
"또 한 번 너의 세상에/ 별이 지고 있나 봐/ 숨죽여 삼킨 눈물이/ 여기 흐르는 듯해/ 할 말을 잃어 고요한 마음에/ 기억처럼 들려오는 목소리

...(중략)... 아주 커다란 숨을 쉬어 봐/ 소리 내 우는 법을 잊은 널 위해 부를게"


'Love Poem'을 듣고 개인적으로 '밤편지'와 참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노래 전반에 깔린 밤의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이유이기도 했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라고 시작하는 '밤편지'의 가사처럼, '또 한 번 너의 세상에/ 별이 지고 있나 봐/ 숨죽여 삼킨 눈물이/ 여기 흐르는 듯해'라는 가사는 지금 함께 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치 마법처럼 멀리 있는 그 사람의 상태를 느끼기도 하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하는 '먼 곳에서 가까이 하는' 사랑을 보여준다. 첫 소절의 '숨죽여 쓴 사랑시가/ 낮게 들리는 듯해/ 너에게로 선명히 날아가/ 늦지 않게 자리에 닿기를'에서도 반딧불이가 날아가 당신의 창가에 닿듯 멀리서 보내는 마음을 볼 수 있다.

"Here i am 지켜봐 나를, 난 절대/ Singing till the end 멈추지 않아 이 노래/ 너의 긴 밤이 끝나는 그날/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곳에 있을게" 

이보다 더 위로가 되는 말이 또 있을까. '너의 긴 밤이 끝나는 그날'까지 뒤에서 널 위한 노래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너의 긴 밤이 끝나는 그날' 그곳에 있을 거라는 말은 연결해보면 결국 언제나 너와 함께 할 거라는 약속이다. 그렇기에 코러스를 통해 울려 퍼지는 노랫말처럼 '다시 걸어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약속이다.
 
'누구를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나봐.' 이 첫 마디처럼 고요한 마음으로 누군가가 누군가를 위해 하는 기도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갖게 된다면, 무한히 섬세한 그런 마음을 갖게 된다면 나 역시 누군가의 유난히 긴 밤의 길을 밝혀주는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이 노래를 통해 위로받은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를 위로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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