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락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투릴리/리오네 랩소디'

강원락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투릴리/리오네 랩소디'ⓒ 강원락페스티벌


"이번주에도 락페 가. 강원도 인제로."
"인제에서도 그런 걸 해?"

 
지인들에게 '강원 락 페스티벌'에 간다고 했을 때의 반응은 대부분 위와 같았다.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키워드를 던졌을 때, 강원도 인제는 가장 먼저 떠오를 수 있는 답안이 아니다. 올해 첫 문을 연 '강원 락 페스티벌'은 '진짜 락 페스티벌'을 모토로 삼았다.

2013년처럼 록 페스티벌이 난립하던 해도 있었지만, 그 이후 록 페스티벌은 점점 줄어들었다. '강원 락 페스티벌'은 이러한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K-ROCK'의 부흥을 추구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그 뿐만 아니라, 다른 페스티벌에서 찾아보기 힘든 메탈, 하드코어, 펑크 밴드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17일 토요일 낮에 도착한 현장은 독특한 조합, 생경한 풍경의 연속이었다. 잔디구장에는 '인제군민의 건강한 삶! 인제군체육회가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이 적혀 있었다. 동시에 맞은편에는 밴드들의 이름이 새겨진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산과 숲을 배경으로 놓은 채, 부산 밴드 'End These Days'가 전달하는 강력한 음압이 관객들을 맞이했다.

심포닉 메탈의 대표 주자인 이탈리아 밴드 '랩소디(Rhapsody)'는 많은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팀의 원년 멤버인 루카스 투릴리와 메인 보컬 파비오 리오네가 다시 뭉쳤기 때문이다. 많은 팬이 앙코르 곡으로 요청했던 불후의 명곡 'Emerarld Sword'는 연주되지 않았지만, 열정적인 라이브만으로도 충분했다. 성악 창법과 메탈 보컬을 자유롭게 오가는 리오네의 목소리는 관객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뒤이어 등장한 이날의 헤드라이너 전인권에 대한 이야기 역시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노래들을 들려주다 보니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전인권은 "우리는 그런 거 신경 안 쓰죠"라며 여유있는 농담을 던졌다. 한국 록의 영원한 거장은 또 다른 거장 신중현의 명곡 '미인',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고 무대를 떠났다.

관객들과 어울리며 슬램... 연대의 현장
 
 강원락페스티벌에 휘날렸던 깃발들

강원락페스티벌에 휘날렸던 깃발들ⓒ 강원락페스티벌

 
'강원 락 페스티벌'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아티스트와 록팬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었다. 특히 스카 펑크 밴드인 헤이 스미스(Hey-Smith)의 공연에서 이러한 순간이 빛났다. 헤이 스미스의 리더 이가리 슈헤이는 공연 도중 '한국어와 일본어를 모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윽고 한 관객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헤이 스미스 멤버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해줄 통역사를 구한 것이다. 급하게 구해진 통역사(?)의 입을 빌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록 씬은 비록 작을지 몰라도, 오늘부터 XX 커질 것이다!"

한편 실내 공연장 역시 야외 공연장만큼 뜨거웠다. 소닉스톤즈의 리더 이용원은 공연을 이어 가던 도중 관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과 함께 어울리며 슬램을 했다. 심지어 팬이 준 고무 튜브를 몸에 두른 채 관객 위를 떠 다니는 명장면도 연출했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광란의 현장이자, 연대의 현장이었다.
 
'강원 락 페스티벌'의 뚝심에 박수를 보낸다

아마 '강원 락 페스티벌'은 올해 내가 경험한 수많은 뮤직 페스티벌을 통틀어 가장 관객이 적은 곳이었을 것이다. 헤드라이너가 공연하는 시간에도 넓은 경기장의 3분의 1조차 채워지지 않았다. 헤비니스 음악의 현주소일 수도 있고, 수도권으로부터 멀다는 것이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도전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관객의 수보다, 그 관객이 어떤 시간을 보냈느냐다. 록 음악을 위한 판을 만들고자 하는 주최측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고, 다른 것을 제쳐놓고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고자 하는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들끼리 원을 형성해서, 그 안에서 전력 질주를 하는 관객들이 있었으며, 부모와 함께 록 사운드에 머리를 흔들고 춤췄던 꼬마 아이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강원 락 페스티벌'에 인스타그램을 수놓는 화려한 인플루언서들은 없었다. 그 대신 기타 디스토션과 샤우팅, 둔중한 드럼 소리가 인제를 가득 채웠다. 즐길 거리와 먹을 거리의 부족 등은 아쉬웠지만, 공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기능만큼은 확실했다. '진짜 락 페스티벌을 만들겠다'는 강원 락 페스티벌의 도전이 과연 내년에는 어떤 모습의 결실을 이뤄낼까? 일부러 가시밭길을 걷는 '강원 락페'의 뚝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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