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주역들.

영화 <기생충>의 주역들.ⓒ CJ ENM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분명한 주제의식이 있었다. 화면 구석까지 녹아 있는 우리 사회의 어떤 상징들을 보고 있자면, 그의 영화들은 우리가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았던 한국의 모습이면서 동시에 보고 싶지 않았던 치부를 드러내고 있기도 했다.

그의 외도는 <옥자> 하나 정도로 볼 수 있다. 명징한 주제의식보다는 스타일이 더욱 앞서 있었던 <옥자>는 봉준호 감독 개성이 가장 희미하게 담긴 작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옥자> 이후 2년 만에 봉중호 감독을 칸영화제 경쟁 부문으로 불러들인 영화 <기생충>은 어떨까.

기생 가족의 탄생

짧은 외도를 마치고 돌아온 그가 반갑다. 아마 그의 전작을 사랑했던 팬이라면 이 표현에 동의할 것이다. 반지하 방에서 높은 언덕 위 저택 집의 대비를 그려 넣은 <기생충>은 코미디와 스릴러, 다소 과장되고 격앙된 감정이 한데 뒤엉킨 판타지 드라마이기도 했다.

남의 집 무선 인터넷을 훔쳐 쓰고, 근근이 일용 아르바이트를 하는 기택(송강호) 가족이 일찌감치 사회적 부를 장악하고 서울 도심에 깊이 뿌리를 내린 박 사장(이선균) 부부로 전이된다. '전이'라는 단어가 낯설지만 영화 제목에서 가늠할 수 있듯 기택, 기우(최우식), 기정(박소담), 그리고 충숙(장혜진)은 어떤 계기에 치밀한 계획을 보태 박 사장 저택으로 삶의 터전을 '거의 완벽하게' 옮기기 때문이다.

<기생충>의 갈등구조는 가족 대 가족이다. 다만 전이 방식이 흥미롭다. 딸의 과외 지도를 빌미로 기우를 끌어들이고, 막내아들의 미술선생으로 기정을 끌어들이며, 이어 박 사장의 운전기사, 가정부로 불러들이는 이가 바로 박 사장의 아내 연우(조여정)다.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기생충에 감염되면 그게 온 가족으로 퍼지듯 연우의 독특한 사고방식은 결국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서 정체를 감춘 채 숨죽이며 살아가던 기생 가족을 깨어나게 했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CJ ENM

  
극 중 기택 가족이 기생 가족일 수 있는 이유는 사람의 탈을 썼지만 가난한 일상에서 스스로 괴팍함을 선택한 뒤 어떤 상식과 염치를 버렸기 때문이다. 결코 동정할 순 없지만 그 괴이하고 치밀하기까지 한 이들의 행동은 영화 속에서 픽픽 웃음이 나오게 하기에 충분하다. 자본주의 시선으로 보면 기택 가족은 심각한 루저이며, 사회 부적응자다. 게다가 진심 어린 동정조차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도덕적으로도 구제 불능인 이들이다.  

박 사장 가정은 어떠한가. 현재 한국사회에서 인정받을 만큼의 부를 지녔고, 번개 파티를 해도 많은 사람들이 몰릴 만큼 명망이 높다. 종종 큰딸과 막내아들과 함께 캠핑을 갈 정도로 자상하기도 하다. 다만 이들은 자신의 자녀가 어떤 생각과 고민이 있는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다. 집 지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숙주와의 전쟁

결국 박 사장 가정의 무신경함과 소통의 부재는 살면서 결코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밑바닥 가족을 불러들이게 한 원인이 된다. 영화에선 이 구조를 일종의 경제 권력 계급으로 제시하며 얼마나 이들이 오랫동안 서로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살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기생충>은 단순히 천민자본주의의 폐해만 얘기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대체 왜 이런 기생 가족과 숙주 가족이 생겼는지를 생각해야만 한다. 하루 24시간을 내리써도 누구는 여전히 지하 방에서 피자 박스를 접고 있어야 하고, 누군가는 많은 사람을 부리며 단 몇 분 만에 '짜파구리' 요리를 요구할 수 있다. 

계급 간 이동이 거의 불가한 사회. 이는 한국을 넘어 비판과 성찰 없는 자본주의를 두 팔로 환영한 전 세계 여러 나라가 처한 현실이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괴이한 가족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실실 웃게 하면서, 뒤로는 몸서리치도록 만드는 셈이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CJ ENM

 
사실 이게 봉준호 감독의 장기이자 인장이다. <살인의 추억> <괴물> <플란다스의 개> 등에서 봉 감독 역시 코미디로 껍데기를 씌운 채 어떤 절망을 제시하곤 했다.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한 우리 세계에 깔린 절망을 그는 늘 포착해왔다. 그의 영화들이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재치 있지만 따뜻하진 않았던 이유다.

기생충의 운명은 기생이며, 이는 곧 숙주를 죽이는 것이다. 이 영화에 등장한 기생 가족의 운명은 어찌 될까. 중반부부터 또 다른 반전이 등장하니 긴장을 놓지 말자. 아니 긴장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평점 : ★★★★(4/5)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