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한 대중 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편집자말]
지난 11일(한국 시각), 제61회 그래미 어워즈가 열렸다. 오프닝에서부터, 이번 그래미가 어떤 방향으로 갈 지 알 수 있었다. 레이디 가가, 제디 핀케 스미스, 제니퍼 로페즈와 함께 오프닝 무대에 선 미셸 오바마 여사는 "모든 사람이 전달하는 모든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앞으로의 그래미가 그 어느 때보다 다양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선언과 같아 보였다.
 
올해 그래미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가 있다면 변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상의 향방을 좌우하는 선정위원에 900명이 추가되었다. 이 900명은 여성, 유색인종 혹은 39세 이하라는 조건을 하나 이상 충족시키고 있다. 변화의 취지를 인정했기 때문일까.

과거 그래미 어워드를 보이콧했던 드레이크가 최우수 랩 노래상('God's Plan')을 수상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음악은 NBA 같은 스포츠가 아니다", "사람들이 열심히 번 돈으로 당신에 공연에 가는 것 자체가 자랑스러운 일이다" 등 의미심장한 수상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은 올해에도 유효했다. 스스로를 '락스타'로 칭하는 래퍼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이 록의 전설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li Peppers)와 함께 무대를 꾸몄다. 판타지아, 안드라 데이 등이 작년에 작고한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을 추모하는 무대를 선보이며 전설에 대한 예우를 표하기도 했으며, 모타운을 상징하는 다이아나 로스(Diana Ross)는 칠순을 넘긴 나이가 무색할만큼 건재함을 과시했다.
 
한편 이번 그래미는 그 어느때보다 많은 한국 팬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보이 그룹으로 떠오른 방탄소년단(BTS)가 프레젠터(시상자)로 참석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베스트 알앤비 앨범상을 시상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공연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리더 RM은 "다시 돌아오겠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여성이 주인공 된 그래미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61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가수 두아 리파가 상을 받은 뒤 백스테이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61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가수 두아 리파가 상을 받은 뒤 백스테이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이번 그래미에서 여성의 비중은 그 어느때보다 컸다. 삶에 대한 간절한 위로를 보낸 브랜디 칼라일, <스타 이즈 본>의 레이디 가가, 흑인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드러낸 자넬 모네 등 다양한 색의 여성 뮤지션들이 공연을 펼쳤다. 이날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한 두아 리파(Dua Lipa)와 인디록 스타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의 조화도 새로웠다.

31명의 여성 아티스트들이 그래미 상을 수상했고, 이는 전년 대비 82% 증가한 수치다.  최우수 랩 앨범상은 카디비에게 돌아갔다. 여성 솔로 래퍼로서는 첫 번째 쾌거였다. 두아 리파는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훌륭한 여성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신인상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우리 여성들이 분발했다고 믿는다"라는 말을 했다. 지난해 "여성 뮤지션들이 환영받기 위해서는 분발해야 한다"고 말한 레코딩 아카데미(그래미 주최 측) 닐 포트나우 대표의 발언을 통렬히 비튼 것이었다.
 
메인 호스트를 맡은 앨리샤 키스(Alicia Keys)의 존재감도 컸다. 2005년 퀸 라티파 이후 14년 만의 흑인 여성 호스트다. '클럽 키스(Club Keys)라는 컨셉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준 음악들을 메들리로 불러 주었다. 냇 킹 콜의 'Unforgettable', 콜드플레이의 'Clocks', 로린 힐의 'Doo Wop(That Thing), 그리고 'Empire State Of Mind'까지, 자연스러운 멜로디의 연결은 음악 팬들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변화의 시점에 선 그래미
 
 올해의 노래상, 올해의 레코드상을 차지한 차일디시 감비노의 'This Is America'

올해의 노래상, 올해의 레코드상을 차지한 차일디시 감비노의 'This Is America'ⓒ Sony Music


올해의 앨범상은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Kacey Musgraves)의 < Golden Hour >에게 돌아갔다. < Golden Hour >는 컨트리의 관성에서 벗어나,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와의 조화를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인정받았다. 보수적인 선정위원과 젊은 선정위원들을 골고루 만족시킨 것이다. 

불참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된 인물도 있다. 바로 차일디시 감비노(Childish Gambino)다. 'This Is America'가 '올해의 노래상', '올해의 레코드상'을 모두 수상했기 때문이다. 'This Is America는 미국에 만연한 인종차별의 현실을 충격적인 문법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흑인 사회의 거대한 지지를 받았다. 지금까지 그래미에서 본상을 받은 곡 중에서 가장 뚜렷한 정치성을 지녔다.
 
물론 이번에도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과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차일디시 감비노에게 노래상, 레코드상을 모두 안겨준 것은 안일한 결과라고 말하는 여론도 없지 않다. 그러나 선정위원을 교체한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그래미다.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되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래미가 전통과 다양성을 겸비한 시상식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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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일곱. http://blog.naver.com/2hyun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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