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god 음반 자켓 이미지

▲ godgod 음반 자켓 이미지ⓒ sidus

  
god의 '길'은 골동품처럼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가치가 더해지는 노래 중 하나다. 내가 이 곡을 처음 들은 게 10대 때였는데, 그때도 좋았지만 오히려 시간이 가면서 더 좋아졌으니 신기하다. 살아가면서 '길'이 문득 다시 듣고 싶어질 때가 한 번씩 있었고, 언제 들어도 도입부의 웅장한 사운드는 특별한 울림을 줬다.
 
10대에는 진로를 정하지 못한 내 또래의 마음을 잘 담은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20대 때 들어도 똑같은 마음이었고 30대가 되어 들어도 '지금의' 내 마음을 담은 노래라고 느껴진다. 이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사실 '나의 길'에 대한 고민은 10대, 아니면 늦더라도 20대에는 다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더 모르겠다. 길 혹은 꿈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직업을 떠올렸던 예전과 달리 지금 내게 '길'의 비유는 '내가 원하는 삶' 혹은 '진정한 기쁨'으로 넓게 옮겨갔다. 그러니 '길'이란 노래는 특정 연령대에 국한된 게 아닌 듯하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싶은 마음은 늙어 죽을 때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 

지난 10일 발표한 god의 20주년 기념 앨범 < THEN & NOW >에 수록된 리메이크 버전의 '길'을 다시 만났을 때 반가웠다. 그리고 힘도 얻었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길' 리메이크 가창에는 아이유, 헨리, 조현아, 양다일 네 사람이 참여했는데(편곡: 멜로망스 정동환) 이들 모두 나이도 성별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개성도 다른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같이' 이 곡을 부른다는 것 자체가 '누구나 다 비슷한 고민을 갖고 산다'는 말을 건네는 듯했다.
 
 sidusHQ 공식 TV캐스트 영상에서 god '길' 리메이크에 참여하게 됐다고 알리는 아이유

sidusHQ 공식 TV캐스트 영상에서 god '길' 리메이크에 참여하게 됐다고 알리는 아이유ⓒ sidusHQ

 
가수 네 명의 목소리가 번갈아가며 들리는 게 마치 '나도 그래, 나도 그래' 하고 앞 다퉈 말하는 것 같다. 길 앞에서 긴가민가 하는 건 아이유도, 헨리도, 조현아도, 양다일도 마찬가지겠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랄까.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길'은 내가 어떤 상황일 때 듣느냐에 따라 와 닿는 가사의 부분이 다르다. 리메이크에서 아이유가 부른 위의 대목이 요즘은 가장 공감된다. 내가 무엇에 진정한 기쁨을 느끼는지 잘 모르겠는데, 헷갈린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돈을 따를 때도 있고 명예를 따를 때도 있었지만 결국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최종 목적지라는 생각은 갈수록 선명해지는 듯하다.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이 가사도 예전과 다르게 눈에 들어오는 대목이다. 사실 어릴 땐 공감을 못했다. 내 꿈을 이루면 나는 당연히 기쁠 거고 당연히 웃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이 노랫말은 꿈을 이뤄도 웃을 수 없다는 것처럼 써놓았을까 싶었다. 

지금은 그 의미를 대충 알 것 같다. 의심 없이 '나의 꿈'이라고 여기고 노력해온 것들을 들여다보면 내가 진짜 원한 것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취업, 결혼으로 이어지는 보편적인 길을 걸어온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훈육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타인의 시선에 맞춰 나의 꿈을 설정했던 나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꿈을 이뤄도 웃을 수 없다.
 
god god 음반 자켓 이미지

▲ godgod 음반 자켓 이미지ⓒ sidusHQ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길의 끝까지 걸어갔는데 거기에 '진짜 내 꿈'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사회가 아니라, 내게 진짜 기쁨을 주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아직도 답을 모르겠다. 그럼에도 계속 걸을 수밖에 없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지만 누구나 다 그렇게 갸우뚱거리며 걷는다고 생각하니 좀 덜 외롭긴 하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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