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라고 말하는 듯한 플레이오프 2차전이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무서운 기세로 뚫고 온 넥센을 상대로 고전 끝에 1차전 승리를 거둔 SK가 2차전에선 투타에서 힘의 차이를 보이며 5-1로 2연승을 거뒀다.
 
 플레이오프 1-2차전 연속 홈런을 터뜨린 SK 김강민

플레이오프 1-2차전 연속 홈런을 터뜨린 SK 김강민 ⓒ SK 와이번스

 
초반에는 SK의 생각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NC 다이노스 시절 풍부한 가을야구 경험을 가지고 있는 '대체 에이스' 에릭 해커의 기세가 만만하지 않았다. 해커는  물오른 SK 타선을 4회까지 단 3안타 1실점으로 막으며 승부를 팽팽하게 이끌었다.

하지만 탐색전을 끝낸 SK 타선은 장기인 홈런포를 앞세워 에릭 해커를 무너뜨렸다. 1차전에서 넥센 에이스 브리검을 상대로 투런포를 쏘아올린바 있는 베테랑 김강민이 해케를 상대로 다시 솔로홈런을 때려내며 2-1로 균형을 깼다.

김강민의 홈런으로 리드를 잡은 SK는 이후 6회와 7회, 이재원과 최정이 각각 투런포와 솔로포를 연달아 터뜨리며 승리를 확실하게 가져왔다. 동점상황에서 홈런만 세방을 쏘아올리며 4점을 추가해 리그 최고의 홈런군단인 SK다운 방법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타선에서는 가장 SK다운 방법으로 팀의 장점을 보여주었다면 투수진에서는 팀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SK는 1차전에서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씁쓸한 뒷맛이 남았었다. 경기 초중반까지 화력을 앞세워 8-3의 넉넉한 리드를 잡았지만 선발 김광현이 7회초 올라와 송성문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했고 뒤이어 구원등판한 문승원이 샌즈에게 3점포를 얻어 맞으며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특히 이후 올라온 필승조 김태훈마저 제구가 흔들리며 위기를 자초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넥센 타선의 적시타가 터지지 않아 8-8 동점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역전패로 플레이오프 구상이 어그러질 뻔했다.

강력한 타선과 탄탄한 선발진을 자랑하는 SK의 유일한 고민거리는 시즌 내내 불펜이 극심한 기복을 보였다는 점이다. 시즌동안 SK의 불펜진은 리그 최다 3위에 해당하는 21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리그 2위팀의 불펜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 역시 그 고민이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시즌내내 선발로 뛰었던 문승원이 구원으로 나서며 불펜 보강에 나섰지만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SK가 1차전을 승리하고도 개운하지 않았던 이유다.

 
 SK 불펜은 PO 2차전에서 1피안타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묶었다.(KBO 홈페이지 화면)

SK 불펜은 PO 2차전에서 1피안타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묶었다.(KBO 홈페이지 화면) ⓒ KBO

 
하지만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SK 불펜은 고민을 날려버리는 위력을 보였다. 선발투수 켈리가 손 저림 증상으로 4이닝만을 소화하고 마운드를 떠나며 SK 불펜은 5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후 등판한 선수들이 모두 호투를 보이며 넥센 타선을 압도했다. 2번째 투수로 등판한 윤희상만이 1개의 피안타를 허용했을 뿐 이후 등판한 김택형과 정영일, 김태훈, 신재웅 등이 모두 단 1개의 피안타도 허락하지 않으며 완벽하게 타선을 막아냈다. 장기인 홈런포를 앞세운 타선도 완벽했지만 약점으로 꼽혔던 불펜진이 맹활약하며 승리를 가져온 2차전은 SK에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깜짝 호투로 2차전 승리투수가 된 SK 김택형

깜짝 호투로 2차전 승리투수가 된 SK 김택형 ⓒ SK 와이번스

  
홈 그라운드인 문학에서 2연전을 모두 쓸어담은 SK는 이제 6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놓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고척돔으로 무대를 옮긴 플레이오프에서 내친 김에 3연승을 거둬 4일 휴식을 취하고 완벽한 전력으로 한국시리즈에 임하겠다는 각오다.

SK는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을 지배했던 강팀이다. 첫 우승을 차지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6년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SK는 과거 왕조 시절의 가을 DNA가 살아날 징조를 보이고 있다.
 
 PO 1차전 끝내기 홈런을 때려낸 직후 환호하고 있는 박정권

PO 1차전 끝내기 홈런을 때려낸 직후 환호하고 있는 박정권 ⓒ SK 와이번스

  
1차전은 박정권의 끝내기 홈런을 앞세워 승리를 가져갔고 2차전은 또 다른 베테랑 김강민이 홈런 포함 2타점 경기를 하며 승리를 가져왔다. SK의 가을 DNA를 만들어낸 장본인들이 1,2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되며 6년 전에 잠들었던 비룡을 깨우고 있는 것이다.

2연승으로 최고의 기세를 올리고 있는 SK는 이제 한국시리즈를 정조준한다. 과거의 영광을 일구웠던 베테랑들과 새로운 역사를 원하는 젊은 선수들이 신구조화를 이루며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압도적인 강자인 두산의 통합 우승을 저지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대항마는 현재 SK뿐이다.
 
 리그 최고의 홈런 군단인 SK (출처: 야구카툰 야알못 중)

리그 최고의 홈런 군단인 SK (출처: 야구카툰 야알못 중) ⓒ 케이비리포트 야구카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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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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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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