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면 김광현이니까 제가 (1차전) 선발로 강력하게 밀었습니다."

6년전,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당시 SK 와이번스 감독이었던 이만수 감독이 1차전 선발투수로 김광현을 발표하면서 밝혔던 이유다.

그 말 그대로 'SK'하면 바로 '김광현'을 떠올리는 야구 팬들이 대다수인 것이 사실이다. 6년 전에도 그랬고 SK가 6년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에 오른 현재도 그렇다. 그만큼 에이스 김광현이 SK 마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로 낙점받은 김광현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로 낙점받은 김광현 ⓒ SK 와이번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SK는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김광현을 예고했다. 단기전 승부에서 1차전 기선제압은 시리즈 성패의 절반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확률은 무려 75%에 달했다.

더구나 SK의 플레이오프 상대팀인 넥센의 마운드 사정을 살펴보면 1차전 승리는 더 중요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넥센은 1차전 선발로 에이스 브리검을 예고했다. 국내에이스 최원태가 부상으로 빠진 넥센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드러났듯 브리검과 해커를 제외하면 확실하게 믿고 맡길 선발투수가 없다. 때문에 브리검이 나오는 1차전에서 SK가 승리를 거둔다면 시리즈 승부의 추는 급격하게 SK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1차전 선발의 중책을 맡게 된 김광현 역시 이번 플레이오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우선 팀이 6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는 것 또한 김광현의 각오를 다시 새기게 만들만한 요소다.

과거 SK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6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번의 우승 트로피를 획득했던 리그 최강팀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SK는 과거만큼의 저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2015년과 2017년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턱걸이했던 것이 고작이었다.

SK가 리그 최강으로 군림하던 시절에도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김광현 입장에서는 이후 팀의 추락을 지켜보기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김광현은 2010 시즌 이후로 뇌경색으로 인한 안면마비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고 어깨 통증까지 겹치며 재활을 반복해야 했다. 강했던 팀이 무너지는 동안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은 팔꿈치 인대 수술 이후 재활을 위해 1년의 공백기를 가지기도 했다. 구단은 김광현의 몸상태를 알고 있었지만 SK에서만 100승을 달성했던 김광현의 공로를 인정하고 FA 4년 85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선물했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김광현에게 신뢰를 보여준 셈이다.

그리고 지난해 재활에 매진한 김광현은 올 시즌 지난 2010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정규 시즌에서 힐만 감독은 그의 몸 상태를 위해 투구수 제한을 걸고 등판 간격도 최대한 길게 가져갔지만, 포스트시즌에는 이 족쇄를 풀게 될 전망이다.

김광현 본인 역시 "신인같은 마음이다. 무척 설렌다"라고 소감을 밝히며 1차전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 정규 시즌에도 그랬지만 가을에는 유달리 더 강해졌던 김광현이기에 오랜만에 건강한 상태로 맞이하는 포스트시즌에서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다.
 
 SK 왕조시절의 유니폼을 입은 20대 초반의 김광현. 당시 가을야구에서 이 유니폼을 입은 김광현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SK 왕조시절의 유니폼을 입은 20대 초반의 김광현. 당시 가을야구에서 이 유니폼을 입은 김광현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 SK 와이번스

  
김광현은 통산 포스트시즌에서 14경기에 출전해 56.1이닝을 투구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56.1이닝 동안 단 1개의 피홈런만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1483.1이닝을 투구한 정규리그에서는 130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10이닝당 1개도 허용하지 않았을만큼 원래 구위가 뛰어난 선수지만 가을만 되면 더 위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그는 여러모로 많은 볼거리를 주는 투수다. 다이나믹한 투구폼과 가을에 더 강해지는 구위,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가끔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위기상황을 스스로 해결하고 덕아웃으로 힘차게 달려가는 김광현의 모습은 SK팬들뿐만 아니라 모든 야구팬들이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기에 충분하다.

SK에게 이번 플레이오프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물론 2015 시즌과 바로 지난 해였던 2017시즌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단 1경기만을 뛴게 고작이었다. 과거 왕조 시절의 SK를 연상하면 초라한 성과다.

하지만 6년만에 제대로 된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는 올 시즌은 포스트시즌에서 SK가 어떤 경기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과거 강력했던 SK 왕조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그 선두에 영원한 SK의 에이스 김광현이 서 있는 셈이다.

SK에게 김광현은 남다른 의미를 가지는 에이스다. 과거의 영광과 현재를 지탱해주는 팀의 상징적인 존재다. 과연 김광현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기선제압에 성공해 팀에게 6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기쁨을 안겨줄 수 있을까? SK가 정규시즌내내 꾸준한 인내심으로 아껴뒀던 김광현 카드가 가을야구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이나믹한 투구폼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SK 김광현

다이나믹한 투구폼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SK 김광현 ⓒ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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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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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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