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tvN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역사의 격정적 소용돌이 속으로, 새드엔딩의 한가운데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조선은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한때 햇살처럼 빛났던 '러브'는 검은 재로 변해버렸다.

지난 20화에서는 일본의 극악한 만행에 처참하게 짓밟히는 애신(김태리 분)의 가문과 의병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고애신은 더이상 애기씨의 고운 옷을 입지 않는다. 의병 고애신은 검은 옷을 입고 이제 불꽃 속으로 몇 걸음 더 들어갔고 유진에게선 몇 걸음 더 떠나왔다.
 
미스터션샤인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열두 번째 OST인 신승훈의 ‘불꽃처럼 아릅답게’가 공개됐다.

▲ 미스터션샤인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열두 번째 OST인 신승훈의 ‘불꽃처럼 아릅답게’가 공개됐다.ⓒ CJ E&M


신승훈이 부른 열두 번째 OST '불꽃처럼 아름답게'가 지난 화에서 배경으로 깔렸다. 남녀 주인공 애신과 유진(이병헌 분)의 테마곡으로, 함께 나눈 모든 시간을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노래다.

"You are my shinning ending/ 내 모든 기억 끝에/ 그대라는 이름/ 그 하나만 남고 모두/ 잊어도 돼" ('불꽃처럼 아름답게' 가사 중)

신승훈의 정제된 감정과 맑은 목소리가 극의 슬픈 흐름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담아낸다. 이 곡을 만든 남혜승 음악감독은 노래를 처음 생각할 때부터 신승훈의 목소리를 염두에 뒀다는 후문이다. 5년 만에 OST에 참여한 신승훈은 그런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이 곡과 함께, 백지영이 부른 'See You Again'도 20화의 스토리를 절절하게 담아냈다. 'OST의 여왕' 백지영은 <미스터 션샤인>으로 2년 만에 OST에 참여하며 특유의 백지영표 감성을 드러냈다. 언제나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만난다면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를 애신과 유진의 애틋함이 잘 담긴 곡이다. 애신의 미국 상상신에서 뮤직박스 가게 앞의 애신이 유진에게 건넨 말도 "See you agin"이었다.

"내가 살아갈 세상/ 어느 곳에서도 그 이름/ 부를 수 없어서/ 이토록 아팠던 우리 사랑은/ 매일 밤이면 낯선 얼굴로 서서/ 저기 바람은 가고 있는 길을/ 알고 있다 말하죠" ('See You Again' 중)

'See You Again'은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연주로써 피처링에 참여해 더욱 의미 있는 곡이기도 하다. 비올라라는 악기가 갖는 고유의 슬픈 음색이 이 곡의 정서와 어우러지며 깊은 울림을 낳는다. 
 
미스터션샤인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션샤인> 9화의 한 장면.

▲ 미스터션샤인ⓒ tvN

미스터션샤인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션샤인> 9화의 한 장면.

▲ 미스터션샤인tvN 토일드라마 <미스터션샤인> 9화의 한 장면.ⓒ tvN


특히 신승훈이 부른 '불꽃처럼 아름답게'는 애신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달 방송한 9화에서 유진이 묵는 글로리 호텔에 처음 방문한 애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두 사람은 깊은 속이야기를 나눈다. 유진이 뮤직박스에 얽힌 어린 시절의 고달팠던 이야기를 털어놓자 애신도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유진에게 들려준다. 애신은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진 "안 하면 될 것 아니오. 양복입는 일을. 수나 놓으며 꽃으로만 살아도 될 텐데. 내 기억 속 조선의 사대부 여인들은 다들 그리 살던데."

애신 "나도 그렇소.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거사에 나갈 때마다 생각하오. 죽음의 무게에 대해. 그래서 정확히 쏘고 빨리 튀지. 봐서 알 텐데(웃음). 양복을 입고 얼굴을 가리면 우린 얼굴도 이름도 없이 오직 '의병'이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꼭 필요하오. 할아버님껜 잔인하나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하오. 불꽃으로. 죽는 것은 두려우나 난 그리 선택했소."

나는 애신의 마지막 말에 감명받았다. '난' 그리 '선택'했소라는 대사 말이다. '나'와 '선택'이라는 두 단어가 퍽 의외였다. "죽는 것은 두려우나 가치 있는 일에 기꺼이 뛰어들겠소"라는 실과 바늘 같은 대사를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와 '선택'이라는 주체적이고도 책임감 있는 낱말에서 의병 애신의 진정성을 보았다. 더군다나 이것은 조선 사대부 여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애신의 말에 유진의 독백이 다음처럼 이어진다.

유진 "참 못됐습니다. 저는 저 여인의 뜨거움과 잔인한 사이 어디쯤 있는 걸까요.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더 가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꽃속으로. 한 걸음 더. 요셉, 전 아주 크게 망한 것 같습니다."

지난 20화에서도 "참 못됐습니다"로 시작하는 똑같은 독백이 있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애신을 오랜만에 만난 유진은 똑같은 말을 되뇌었다. 유진은 점점 애신의 불꽃 속으로 함께 걸어들어가고 있다. 유진은 다리 위에서 애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대가 가는 방향으로 내가 걷겠소."

유진은 일본군 대좌 모리 타카시(김남희 분)에게 "너 지금 서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서 있다"는 경고를 듣지만 이제 그 걸음을 돌이킬 순 없다. 아마 그럴 수 없는 이유는 애신과 유진이 처음 마음을 열고 함께 걷던 길에서, 그리고 그후 갔던 바닷가에서 애신이 한 말 때문이 아니었을까. 

애신 "고맙소. 나란히 걷는다는 것이 참 좋소. 나에겐 다시 없을 순간이오 지금이."

"아마도 내가 헛된 희망을 품게 되나보오. 다음엔 더 멀리까지 가보고 싶다는. 그런 다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헛된 희망말이오."

애신과 유진이 함께 들어가는 불꽃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헛된 희망이 있을까 새드엔딩이 있을까. "눈처럼 아름답게/ 그대와 나, 그 끝에서/ 늘 이렇게 웃고 있길"이라는 '불꽃처럼 아름답게'의 가사처럼 그 끝이 어떤 모습이든 두 사람이 같은 쪽으로 걸으며 함께 웃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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