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최근 새 음반 < soony eight : 소길花 >를 발표한 장필순

최근 새 음반 < soony eight : 소길花 >를 발표한 장필순ⓒ 페이지터너, 푸른곰팡이


'하나 음악'은 1990년대 가장 인상적인 작업물들을 배출한 창작 집단이자 레이블이었다. 조동진과 그의 동생 조동익을 중심으로 장필순, 한동준, 윤영배, 이규호, 권혁진 등의 소속 음악인들의 앨범은 이른바 음악 좀 듣는다는 이들의 필청 목록에 이름을 올리곤 했다. 또한 故 김광석, 안치환, 김광진(더 클래식), 김창기(동물원) 등 이들과 친분을 지닌 타회사 소속 싱어송라이터들과의 협업을 통해 포크, 팝, 록 등 여러 장르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달라진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하나 음악은 좌초하고 말았고 강남과 마포에 둥지를 뒀던 스튜디오는 문을 닫았다. 이후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던 음악 선후배들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조동익, 장필순, 이규호, 윤영배 등 제주도에 새로운 터를 잡은 음악인들을 중심으로 몇 해전 '푸른 곰팡이'라는 새로운 레이블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하나 음악은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비록 지난해 조동진이 별세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구 하나음악-현 푸른 곰팡이의 일원들은 소리소문없이 꾸준히 신곡을 내놓고 있다.

이 중  '소길화', 'Soony Rework' 등 연작 싱글 녹음으로 가장 활발히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장필순이 얼마전 새 음반을 내놓았다.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조화

지난 8일 공개된 장필순의 새 음반 < soony eight: 소길花 >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그녀의 8번째 정규 음반이자 살고 있는 제주도 애월읍 소길리를 품고 있다. 여기에 꽃(花)을 덧붙여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에 걸쳐 뱔표한 10개의 디지털 싱글에 신곡 2곡을 추가해 총 12곡을 담았다.

전체적으론 고(故) 조동진-김남희(2014년 별세) 부부에 대한 그리움이 스며든 이번 앨범을 단순히 장필순이 10여 년 이상 살고 있는 제주도의 분위기를 담아낸 포크-팝 정도로 생각하고 듣는다면 의외의 당혹감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음반의 첫곡 '아침을 맞으러'(조동익 원곡. 1994년 김홍준 감독의 영화 <장미빛 인생> 수록)만 하더라도 초반 40여 초 동안 일체의 악기 대신 전자 효과음으로만 시작되는 실험적인 해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차분한 피아노 연주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마치 잡음에 가까운 소리가 뒤섞이면서 미묘한 감정을 이끌어 낸다.

과거 어떤날의 명곡 '그런 날에는'의 새로운 버전 역시 마찬가지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시사이저를 비롯한 각종 전자 악기들이 곡 전체를 지배한다. 이러한 독특한 재해석은 자칫 원곡의 무게감에 짓눌리기 일쑤였던 리메이크의 위험 요소를 탈피한,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3년여에 걸친 소리 실험이 만든 수작

 장필순의 새 음반 < soony eight : 소길花 >

장필순의 새 음반 < soony eight : 소길花 >ⓒ 페이지터너, 푸른곰팡이


20년 전 발표되었던 조동익의 '그림자 춤' 역시 1998년 당시 허은영(낯선사람들)의 보컬 피처링으로 녹음된 간결한 느낌의 원곡 버전과 달리, 거친 질감의 비트를 밑 바탕에 두고 세월의 무게가 녹아있는 장필순의 탁한 목소리가 자유분방한 날갯짓을 한다.

반대로 박용준(더 클래식)이 만든 '낡은 앞치마', 배영길(동물원)의 '외로워'에선 어쿠스틱 악기인 첼로와 피아노 등이 곡의 중심을 잡고 짙은 서정성을 녹여낸다. 소길리 이웃사촌인 이상순의 작품 '집'에선 앞선 조동익의 시도와 정반대로 새벽녘 귀뚜라미 같은 자연의 소리를 배경 삼아 차분하게 노래를 주도해 나간다.

어떤 면에선 이 음반의 프로듀서+핵심 연주자 역할을 담당한 조동익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쓰니의 시도를 떠올릴 법 하다. < Letter From Home >(1989)와 < Secret Story >(1992) 같은 대중성 강한 음반과 대비되는 < Song X >(1986), < Zero Tolerance for Silence >(1992) 등의 실험성이 짙게 드리운 작품을 내놓으며 팬들의 예상 밖의 행보를 이어가곤 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음반이 담아낸 장르 및 소리의 결은 팻 메쓰니의 작법과는 차이가 있지만 장필순-조동익 콤비는 예측 가능한 화법을 버리고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적절한 안배로 또 하나의 수작을 만들어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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