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중 아님' 평창동계패럴림픽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방민자(오른쪽), 서순석 선수가 11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싸우는 중 아님'평창동계패럴림픽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방민자(오른쪽), 서순석 선수가 11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소중한


 평창동계패럴림픽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11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시트 위를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민자, 차재관, 정승원 선수.

평창동계패럴림픽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11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시트 위를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민자, 차재관, 정승원 선수.ⓒ 소중한


"선수들 너무 까칠하네요."
"우리 선수들끼리 싸우는 거 아니에요?"

평창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경기가 생중계되고 있던 패럴림픽 공식 유튜브의 채팅창. 한국 대표팀과 상대방의 접전 속에서 나온 시청자들의 우려의 목소리다.

실제로 한국 휠체어컬링 선수들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거나, 투구 선택이 애매한 순간에 모여 격한(?) 대화를 나누곤 한다. 주전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정승원(61) 선수든, 가장 나이가 적은 차재관(47) 선수든 예외가 없다.

"여기서 테이크아웃 해야지!"
"컴어라운드로 들어가야 하지 않아?"
"그러다가 상대가 또 가드 해버리지!"
"뭐라고? 잘 안 들려! 크게 말해!"

더구나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표정 또한 매우 진지하다. 자칫 싸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와 관련된 질문에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차재관 선수는 14일 영국과의 경기를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로 (쌓아두고) 그런 건 없다"라며 "경기 중엔 모두가 예민하다. 그러다보니 말투나 표정이 그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차 선수는 "경기 중엔 어떤 이야기가 있어도 경기장에서 해결하고 끝난다"라며 "밖에서 그런 게 작용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백종철 감독도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라고 한 것은) 제가 지시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약간 악센트가 센 건 있지만 절대 싸우는 게 아니다. 실제로 싸울 땐 (목소리가) 더 크다"라고 웃으며 말한 백 감독은 "경기 중엔 의견을 많이 주고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감독은 "예전엔 나이 순, 혹은 포지션 순으로 일방적인 경우가 많았다"라며 "(휠체어컬링은) 팀 경기이기 때문에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맞춰가야 한다고 지시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래 사진처럼 경기가 끝난 후엔 서로 따뜻한 포옹을 아끼지 않는 선수들이다.

'누나, 수고했어요!' 평창패럴림픽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15일 오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영국과의 예선 경기에서 5 대 4로 승리했다. 승리가 확정된 직후 서순석 선수와 방민자 선수가 서로를 껴안은 채 웃고 있다.

▲ '누나, 수고했어요!'평창패럴림픽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15일 오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영국과의 예선 경기에서 5 대 4로 승리했다. 승리가 확정된 직후 서순석 선수와 방민자 선수가 서로를 껴안은 채 웃고 있다.ⓒ 소중한


휠체어컬링에도 '안경'이 나타났다

예선 초반만 해도 관심을 받지 못했던 휠체어컬링은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자 점점 주목받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실력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패럴림픽 홍보도 있었고, 뒤늦게나마 방송사가 중계를 확대한 덕도 봤다. 중계가 없을 때 꾸준히 유튜브로 응원한 열혈 팬들도 있었다(관련기사 : "우리가 개최국인데 TV에서 못 봐" 유튜브로 몰린 패럴림픽 응원전).

그러다보니 휠체어컬링 선수들에게도 애칭이 붙기 시작했다. 역시 단골 별명은 '안경'에서 나왔다. 앞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김은정 선수의 별명에서 따온 것들이었다. '팀 킴'의 스킵인 김 선수는 올림픽 기간 동안 '안경선배'란 별명을 얻었다. 

 평창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한국 대표팀이 14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노르웨이와의 예선 경기에서 9 대 2로 패했다. 스킵인 서순석 선수가 하우스 쪽으로 다가온 스톤을 간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 '안경삼촌' 서순석평창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한국 대표팀이 14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노르웨이와의 예선 경기에서 9 대 2로 패했다. 스킵인 서순석 선수가 하우스 쪽으로 다가온 스톤을 간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중한


휠체어컬링 팀에도 안경을 쓴 선수 두 명이 있다. 스킵이자 세컨드인 서순석(48) 선수는 '안경삼촌', '안경아재', 리드인 방민자(57) 선수는 '안경이모', '안경엄니'라는 별명을 얻었다. 비장애인 컬링 선수들에 비해 휠체어컬링 선수들은 비교적 나이가 많기 때문에 선배 대신 삼촌, 이모라는 별명이 나온 것이다.

이와 별개로 방 선수가 경기 중 외치는 "좋아요"는 시청자들이 좋은 샷과 그렇지 않은 샷을 예상하는 척도로 작용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방 선수가 동료의 투구에 "좋아요"를 외친 뒤 스톤이 목적지에 잘 도착하는 일이 반복되자, 이제는 방 선수의 "좋아요"라는 말이 나오면 "더 볼 것이 없이 좋은 샷이다. 안경이모가 '좋아요' 외쳤다"며 반가워하고 있다. 

앵그리버드 차재관... '제발, 제발' 평창패럴림픽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차재관 선수가 14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스톤이 원하는 위치에 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 앵그리버드 차재관... '제발, 제발'평창패럴림픽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차재관 선수가 14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스톤이 원하는 위치에 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소중한


한편 진한 눈썹에 마치 화가 난 듯 항상 무표정인 차재관 선수는 '앵그리버드'라는 별명을 얻었다. 팀원 중 가장 나이가 많고 연예인 이계인씨를 닮은 정승원 선수는 '큰형님', '모팔모(이계인씨가 드라마 <주몽>에서 맡았던 역할)'로 불리고 있다.

'모팔모' 비법카드의 DWSN... 무슨 뜻? 

다소 우스꽝스러운 별명을 얻었지만, 정승원 선수의 휠체어와 AD카드 목걸이를 보면 그의 진지함과 패럴림픽에 임하는 각오를 엿볼 수 있다. 정 선수는 오른손으로 스톤을 던지는데, 그때 왼손으로는 휠체어 손잡이를 꽉 잡고 균형을 맞춘다. 그 휠체어 손잡이를 보면 그가 적어 놓은 손글씨가 가득하다.

"성공샷만 하기. 브러쉬 어디를 보나. 나는 할 수 있다. 프로페셔널. 스톤 어디에?"
"DWSN. 안 죽을 만큼 엎드려라."
"후회 없는 샷. 후회 없는 경기."

그가 휠체어에 적어 놓은 DWSN은 엎드려라(Down), 힘을 조절하라(Weight), 짧으면 안 된다(Short Not)의 약자다. 이를 이행해야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기에, 정 선수는 DWSN을 항상 되새기고자 휠체어에 선명히 새겨뒀다.

이는 그의 AD카드와 함께 목걸이에 묶여 있는 조그마한 카드에도 적혀 있는 말이다. 일종의 '비법카드'다. 카드에는 "나는 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DWSN, 그리고 LW33이 적혀 있다. LW33은 스킵의 지시대로 선(Line)을 맞추고 힘(Weight)을 조절한 뒤 속으로 3을 세고, 스톤을 던지면서 또 3을 세며 천천히 투구해야 한다는 자신 만의 명령을 의미한다. 정 선수는 "제가 성격이 좀 급해서 숫자를 센 뒤 스톤을 던져야 한다"며 웃음을 내보였다.

 평창동계패럴림픽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정승원 선수의 휠체어와 목걸이에 걸린 카드에는 그의 각오가 담겨 있는 문구가 적혀 있다.

평창동계패럴림픽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정승원 선수의 휠체어와 목걸이에 걸린 카드에는 그의 각오가 담겨 있는 문구가 적혀 있다.ⓒ 소중한


다른 카드엔 자신을 다독이는 네 가지 문구도 적혀 있다.

"우리 팀을 빛나게 하는 심리기술 카드. 1) 나는 프로페셔널이다. 2) 100% 현재 집중된 샷 하자. 3) 지금 시합은 과정단서를 실천하는 것이다. 4) 지금 주어진 이 샷 뿐이다. 5) 그 동안 흘린 피눈물을 잊지 말자."

정 선수의 카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긍정에너지를 전파하는 심리기술 카드. 1) 100% 과정단서를 실천하자. 2) 동료에게 긍정에너지를 전달하자. 3) 최적에너지로 경기하자. 4) 올림픽(패럴림픽) 출전에 감사하고 게임을 즐기자."

모두 성이 달라 '오(五)벤저스'로 불리는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이번 패럴림픽에서 파죽지세로 4강에 진출했다. 예선에서 9승 2패를 기록해 올림픽에서의 '팀 킴'처럼 1위에 이름을 올렸고, 16일 예선 4위를 기록한 노르웨이와 준결승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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