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선수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선수들 ⓒ 박진철


35명의 여전사. 그들이 걷는 걸음 하나나하가 곧 역사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 중인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이야기다.

객관적인 전력은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출전팀 중 가장 낮다. 그러나 뜨거운 관심도는 단연 최고다.

지난 10일 세계적 강호 스위스를 상대로 펼친 단일팀의 첫 경기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조명을 받았다.

단일팀은 이날 스위스에 0-8로 패했다. 세계랭킹 22위의 한국과 25위의 북한이 힘을 합쳤지만, 6위 스위스의 실력을 넘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스위스는 총 52개의 슛을 단일팀 골문에 날렸다. 반면, 단일팀은 8개의 슛에 그쳤다. 이진규가 4개의 슛으로 가장 많았고, 북한의 정수현과 김은향이 각각 1개, 박캐롤라인과 최지연이 1개씩 유효 슈팅을 날린 게 전부였다. 신소정이 44개의 슛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투혼이 없었다면, 더 큰 대패를 당할 수도 있었다.

해외에서 더 호평받는 단일팀 "역사적인 밤, 노벨 평화상감"

보통 메달 가능성이 없거나 객관적인 전력이 크게 뒤처지는 종목으로 분류된 경우, 첫 경기에서 대패하거나 예선 탈락이 유력시되면 TV 중계에서도 철저히 외면받고, 언론에서 조용히 잊히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평창올림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림픽 때마다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것이 '메달 가능성 없는 비인기 종목'에 대한 무관심이지만, 현실은 달라지는 게 없다.

그러나 이번 남북 단일팀은 예외다. 첫 경기에서 크게 패하고 메달 가능성도 매우 낮아 보이지만,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전 세계 언론은 역사적인 남북 단일팀의 첫 경기 모습에 아낌없는 찬사를 쏟아냈다. AP통신은 "남북 단일팀의 경기가 패배로 가려지기에는 모두에게 너무나 중요한 순간"이라며 "국제무대에서 스프츠와 정치가 어우러진 역사적인 밤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CNN도 '이기는 게 전부는 아니다'라는 제목 아래 "(올림픽이라는) 가장 웅장한 스포츠 무대에서 스포츠가 부차적인 요소가 되는 일은 거의 없고, 메달  획득이나 기록 경신 없이 역사로 남는 경우는 드물지만, 평창올림픽 단일팀의 경기는 그 누구도 스코어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중국 신화통신도 "단일팀이 수십만 명의 마음을 얻었다"며 "경기는 졌지만, 평화가 이겼다"고 보도했다.

남북 단일팀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출신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장인 앤젤라 루제로는 지난 11일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며 "단일팀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올리도록 사람들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김정숙 대통령 내외와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대 스위스의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 날 경기는 0 대 8로 패했다.

문재인,김정숙 대통령 내외와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대 스위스의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 날 경기는 0 대 8로 패했다. ⓒ 이희훈


단일팀이 쓸 역사,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어쩌면 단일팀은 앞으로도 더 많은 패배, 더 큰 패배를 기록할 수도 있다. 평창올림픽 B조 예선에서 맞붙는 스위스, 스웨덴, 일본은 한국과 북한이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세계 정상급 팀이다.

레벨 자체가 다르다. 이들 3팀은 세계 최고 레벨인 1부 리그에 속해 있다. 반면,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이제 3부 리그에 진입했고, 북한은 4부 리그에 있다. 객관적 전력만 놓고 보면, 단일팀에게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나 마찬가지다.

그에 비해 한국과 북한은 동계올림픽 출전 자체가 사상 최초의 일이다. 올림픽에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는 것도 올림픽 역사상 처음이다.

남북 단일팀이 아니라 한국 선수로만 구성했다고 해도 전력 상 큰 차이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조직력이 더 나을 수 있기 때문에 큰 스코어 차이로 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가정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철저한 무관심 속에 더 큰 차이로 패할 수도 있다. 실제로 올림픽에 첫 출전한 국가와 종목 중에 대패를 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경기 결과나 정치적 공방과 상관없이 남북 단일팀이 평창올림픽에서 남긴 발자취는 모두 후대에 기록으로 남게 된다.

35명의 대회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 한 명 한 명이 그 자체로 이미 역사가 된 것이다. 단일팀은 앞으로 최소한 4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써내려가야 할 역사적 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아이스하키 선수 빠른 식별 방법은 '등번호'

그런데 아이스하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일반 국민들이 가장 크게 애로를 겪는 부분이 있다. 경기에 뛰고 있는 선수들이 누가 누구인지 알아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얼굴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중무장을 하고 있는 데다, 경기 진행 자체가 워낙 스피드하게 전개되다 보니 어떤 선수가 뛰고 있는지, 누가 퍽을 드리블하고 있는지 알아채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그러다 보니 경기 보는 흥미가 반감되는 경향이 있다. 남북 단일팀의 경우는 누가 한국 선수인지 북한 선수인지 식별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결국 선수를 가장 쉽고 빠르게 알 수 있는 방법은 해당 선수의 '등번호'다. 가장 눈에 띄게 들어오는 부분이 유니폼에 큼지막하게 박힌 등번호이기 때문이다.

등번호의 선수 이름은 알고 관전하면 훨씬 재미있게 아이스하키 경기를 볼 수 있다. 남북 단일팀의 대회 엔트리에 포함된 35명 전원의 등번호, 나이, 신장, 국적 등 프로필을 정리해봤다.

선수 관련 자료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과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보를 토대로 했다.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선수 등번호와 프로필

감독 : 세러 머리(Sarah MURRAY, 1988년생·캐나다)
코치 : 레베카(BAKER Rebecca, 1990년생·미국), 김도윤(1980년생·한국), 박철호(1969년생·북한)

-골리 (4명)

1번 제니 김 노을즈 (한국, 2000년생·160cm)
20번 한도희 (한국, 1994년생·159cm)
25번 리봄 (북한, 1995년생·163cm)
31번 신소정 (한국, 1990년생·165cm)

-수비수 (10명)

3번 엄수연 (한국, 2001년생·168cm)
8번 김세린 (한국, 2000년생·156cm)
11번 박예은 (한국, 1996년생·162cm)
15번 박채린 (한국, 1998년생·158cm)
23번 박윤정 (한국, 1992년생·171cm, 최장신)
24번 조미환 (한국, 1995년생·160cm)
32번 진옥 (북한, 1990년생·158cm)
41번 황설경 (북한, 1997년생·160cm)
42번 류수정 (북한, 1995년생·160cm)
47번 최정희 (북한, 1991년생·158cm)

-공격수 (21명)

2번 고혜인 (한국, 1994년생·164cm)
4번 김은향 (북한, 1992년생·157cm)
5번 박캐롤라인 (한국, 1989년·159cm)
6번 최유정 (한국, 2000년생·156cm)
7번 임대넬 (한국, 1993년생·162cm)
9번 박종아 (한국, 1996년생·160cm, 주장)
10번 최지연 (한국, 1998년생·159cm)
12번 김희원 (한국, 2001년생·164cm, 최연소)
13번 이은지 (한국, 2001년생·154cm)
14번 려송희 (북한, 1994년생·157cm)
16번 조수지 (한국, 1994년생·162cm)
17번 한수진 (한국, 1987년생·169cm)
18번 김은정 (북한, 1992년생·156cm)
21번 이연정 (한국, 1994년생·160cm)
22번 정시윤 (한국, 2000년생·171cm, 최장신)
26번 김향미 (북한, 1995년생·162cm)
27번 정수현 (북한, 1996년생·160cm)
29번 이진규 (한국, 2000년생·163cm)
33번 최은경 (북한, 1994년생·152cm)
37번 희수 그리핀 (한국, 1988년생·165cm)
39번 황충금 (북한, 1995년생·163cm)

*한국-스위스전 라인별 선수 구성

1라인 : 박종아(9번), 이진규(29번), 최유정(6번), 박채린(15번), 엄수연(3번)
2라인 : 정수현(27번·북한·공격수), 한수진(17번), 최지연(10번), 박윤정(23번), 김세린(8번)
3라인 : 김은향(4번·북한·공격수), 희수 그리핀(37번), 김희원(12번), 박예은(11번), 조미환(24번)
4라인 : 황충금(39번·북한·공격수 ), 박캐롤라인(박은정·5번), 임대넬(7번), 고혜인(2번), 조수지(16번)
골리 : 신소정(31번), 한도희(2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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