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학급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녀 '사쿠라'와 그녀가 불치병을 앓고 있다는 비밀을 우연히 알아버린 소년의 이야기다. 이미 국내에도 소설과 만화로 출간된 스미노 요루의 동명 원작 소설은 세심한 필치로 두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어 진한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영화는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12년 후 남자 주인공이 어른이 된 시점에서 고교 시절을 회상한다는 설정을 가미했다. 전체적으로 여자 주인공의 죽음 그 자체보다는 남겨진 사람들의 계속 이어질 삶, 특히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삶에 방점을 찍었던 원작의 정서를 잘 이어받고 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기자 간담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기자 간담회 ⓒ 부산국제영화제


15일 오전 이 영화의 감독 츠키카와 쇼, 주인공 '사쿠라'역을 맡은 배우 하마베 미나미가 참석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츠키카와 쇼 감독은 전체적인 줄거리와 주제를 명석하게 요약함으로써 영화를 소개했다. 주연 배우 하마베 미나미는 한국에 온 것도, 부산영화제에 초청받은 것도 처음이지만 영화제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갖고 돌아가고 싶다고 운을 뗐다. 

- 시한부 인생을 다룬 비슷한 영화들이 많은데, 이 영화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츠키카와 쇼, 이하 츠) 원작 소설에서는 고교 시절만 그려져 있는데, 12년 후에 어른이 된 이야기를 추가했다. 12년 후의 시점에서 고교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들이 삽입되는 식으로 구성한 것은, 남겨진 사람들의 인생에 사쿠라에게서 받은 영향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 주어 감동을 더하기 위해서였다."


- 사쿠라는 겉으로는 밝고 에너지가 넘치지만 자신만의 비밀이 있는 인물이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나?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하마베 미나비, 이하 하) 사쿠라라는 캐릭터는 미소가 매우 멋진 소녀라고 생각했다. 마음속에는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있겠지만, 웃을 때만큼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미소를 짓는 것이 중요했다.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고 생각한 것 역시 마음에서 우러나온 밝은 모습과 미소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 원작 소설이 굉장히 유명하고 만화로도 나왔다.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껴 영화를 만들려고 했나?
"(츠) 원작을 읽었을 때 매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초반부에 '하루의 가치는 누구에게나 똑같다'는 문장을 읽고 굉장히 놀랐다. 평소엔 너무나도 당연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말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정말로 그렇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감독 츠키카와 쇼.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감독 츠키카와 쇼. ⓒ 부산국제영화제


-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캐스팅이 좋았다. 어떤 이미지에 착안하여 캐스팅했나?
"(츠) 소설을 읽고 두 주인공 역할로는 굉장히 젊고 신선한 배우들을 캐스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유머가 넘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잘 살리려면 기존의 이미지가 확고한 유명 배우들이 아니라 젊고 신선한 인물이어야 했다. 하마베 씨는 이 영화 개봉했을 때 이미 유명했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이 사람이 누구지?' 하는 신선함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하) 이 소설을 읽고 저를 떠올리고 선택해 주신 것이 영광이었다. 이런 멋진 소설의 여주인공을 연기하게 되어서 무척 기대되었다."

- 한국에서는 이번 영화제를 통해 작품을 처음 공개됐는데, 이미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제작이 되었다.
"(츠) 여러 사람이 한국에서 이 영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는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하) 영화가 한국에서 상영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화제가 되고 있고 개봉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 이렇게 한, 일 양국에서 인기를 끌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츠)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불치병에 걸린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많았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남겨진 사람들이 슬프다는 결론이 아니라 그들이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는 긍정적인 면을 다룬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하)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고 나면 이 문장의 뜻과 느낌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그로 인해 많은 분이 감동하고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한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주연 배우 하마베 미나미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주연 배우 하마베 미나미 ⓒ 부산국제영화제


- 이 영화를 찍고 나서 변한 것이 있다면?
"(하) 사쿠라 역할을 연기하기 전에는 일주일, 한 달, 한 해가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계절의 변화가 사랑스럽고 아름답다고 느낀다. 꽃이 피는 것, 그 향기와 색, 이 계절 등 모든 순간을 진심으로 느끼게 되었다. 일주일이 지나가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사쿠라라는 훌륭한 소녀를 만나고 연기하면서 좋은 영향을 받게 되어 기쁘다."

- 12년 후 설정을 추가한 것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츠) 하마베 씨의 이야기에 너무 몰입해서 대답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웃음) 12년 후를 다룸으로써 더 폭넓은 관객층에 다가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고교생들만의 특수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연령대의 사람이든 누군가를 잃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되도록 해 주었다."


- 12년 후 설정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12년 후의 남자 주인공 역할로 오구리 슌을 캐스팅한 것은 그가 소설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다. 또한 남자 주인공 기타무라 타쿠미가 다른 작품에서 오구리 슌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적이 있으며, 오구리 슌이 감독한 영화에도 출연한 인연이 있다. 성인이 된 교코(사쿠라의 절친) 역할을 맡은 기타가와 케이코는 원래 가까이하기 힘들면서도 아름다운 매력이 있는 배우다. 그런 이미지가 영화 속 교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 이 영화를 본 한국 관객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으면 하나?
"(츠)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소녀가 죽은 것을 슬프게 느낄 수도 있지만, 긍정적인 기분으로 극장을 나왔으면 한다. 이것이 이 작품만의 신선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을 지켜봐 달라."

"(하) 이 영화는 죽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자신의 삶, 사쿠라의 삶, 그들이 함께 보낸 나날에 대해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 영화의 '제목'도 관객 여러분의 기억 속에 오래 남기를 바란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부산영화제 오픈 시네마 부문에 선정되었으며, 18일 오전 11시, 20일 오후 7시 상영을 앞두고 있다. 일반 극장에서는 10월 25일에 개봉된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포스터.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포스터. ⓒ (주)NEW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하마베 미나미 츠키카와 쇼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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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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