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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았던 것이 터졌다. 두산이 4년 전 LG와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심판 매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1일 <프레시안>은 2013년 10월 두산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심판 ㅊ씨에게 현금 300만 원을 건넸다고 최초 보도했다. 이어진 '엠스플뉴스'의 후속 보도에서 해당 심판은 최규순 씨로 드러났으며 두 차례 이상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규순 심판은 당시 플레이오프 1차전서 구심으로 나설 예정이었으며 한국 시리즈 1차전에도 구심으로 나섰다. 플레이오프를 앞둔 구단과 해당 경기 심판 사이서 모종의 거래가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KBO와 두산 베어스 측은 결백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심판과 구단 관계자 사이의 거래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는 것이다.

두산 베어스 측의 상벌 위원 증언에 따르면, 한 차례 돈을 건넨 것은 맞지만 그것은 원래 친분이 있던 사이에서 오간 '대가성 없는' 거래였다고 전했다. 최씨가 플레이오프 1차전 전날 합의금을 물어줄 상황이 생겼고,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두산 베어스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음 날 경기에 대한 '대가'는 없었다는 것이 두산 측 입장이다.

KBO는 두산 측의 입장을 곧이곧대로 수용했다. 승부조작이나 심판 매수에 대한 개연성이 없다고 판단 내렸으며 경고 조치를 하는 선에서 그쳤다. 최씨에 대해선 상벌 위원회 당시 은퇴한 상황이었기에 징계 처리를 내리지도 않았으며 개인 명예를 고려해 실명 공개하지도 않았다. 

보도가 나간 이후에도 KBO 측 입장은 여전히 모르쇠다. 이 사건은 평소 품행이 좋지 못했던 심판과 구단 관계자 사이 개인적 거래일뿐 시기 자체는 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협회와 구단 측의 입장은 지난해 K리그에서 터졌던 '전북 심판 매수 사건'의 대응과 너무나도 비슷하다.

전북의 한 스카우트와 심판 사이 거래로 붉어졌던 당시 매수 의혹은 스카우트 A씨 개인의 일탈로 일단락되었다. 전북 관계자들은 해당 사항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으며 협회 역시 승점 9점 삭감과 벌금 1억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당시 처벌 이유도 구단의 매수 의혹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었다.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 조남돈 상벌위원장은 "구단 책임의 논리적 근거를 따지자면, 구단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개인에 대한)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으니 이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즉, 해당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보고 스카우트 관리를 못 한 책임만을 구단에게 물은 것이다.

결국 스카우트 A씨만이 모든 책임을 지고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가 지난 6월 자신이 일하던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스스로 목을 매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어떠한 동기로 그가 세상을 떠났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가 억울한 상황이었다는 주변 지인들의 증언이 여러 차례 있었다.

실제로 당시 상황은 의문투성이였다. 스카우트 개인에게 어떠한 이득도 없는 상황에서 심판에게 사비로 돈을 챙겨주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했다. 일각에서는 구단과 협회의 소위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했다. 이러한 의문 속에서 한 개인은 목숨을 끊었다.

현재 야구판에 벌어진 두산의 심판 매수 의혹의 해명 과정은 너무나도 이와 닮아있다. 구단은 개인적인 행동일 뿐이라고 일관하며, 협회는 경기에 심판이 개입한 정황이 없다고 강조한다. 어쩌면 이 사건도 'K리그 심판 매수 사건'이 그러했던 것처럼 가벼운 처벌로 끝날지도 모른다.

개인의 일탈로 돌린다면 사건의 해결은 쉬워진다. 당사자들만 처벌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을 넘어 존재하는 잘못된 체제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도 단순히 꼬리를 자르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그것이 한국 야구 인기에 제동을 거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지난 몇 년간 선수들의 승부 조작, 국제무대에서의 부진에도 한국 야구는 꿋꿋이 인기를 지켜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야구팬들이 있었다. 이번 사건으로 가장 충격을 받은 것 역시 팬들이다. 부디 KBO는 올바른 대처로 한국 야구를 지켜온 팬들의 명예를 지켜주기 바란다. 그것만이 팬들의 신뢰를 회복할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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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두산 심판매수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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