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에서 축사하고 있는 김세훈 영진위원장.

지난 1월 20일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에 참석한 김세훈 영진위원장.ⓒ 성하훈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 구성원들이 김세훈 영진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영진위 노동조합은 16일 오전 성명서를 통해 "블랙리스트에 분노한 영화인들이 김세훈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영진위는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공공기관 수장으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고, 진실을 고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7일 선언에 동참한 1052명의 영화인들을 비롯한 영진위 노동조합 등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현 정권이 정치적 목적과 성향에 따라 해당 분야를 좌지우지 하려는 목적을 띠고 있으며, 특히 영진위가 그에 맞게 움직이는 등 공공기관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파행 운영, 독립예술영화 지원사업의 후퇴 등이 그 결과물이며, 책임자인 김세훈 위원장이 즉시 사퇴하고 기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영진위 노조는 최근 영화계 인사와 김세훈 위원장의 비밀회동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7일 김세훈 위원장과 영화계의 한 인사가 만나 △대선직후 위원장 사퇴 △영진위와 영화단체 간 비상대책기구를 통한 영진위 사업 결정 등을 합의하고 노조 등에 이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진위 노조는 "해괴한 제안"이라며 "영진위는 영비법에 근거하여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엄연한 의결기구를 가지고 있는 공공기관"이라 밝혔다. 이어 "(해당 사안이) 영화계의 각 단체들과 치열한 협의 및 논의 과정을 거쳐 도출해 낸 제안인지 매우 의심스럽다"며 "지난 정권의 블랙리스트 실행기관의 기관장으로 부역한 자가 무슨 염치로 안전하고 명예로운 퇴진만을 고집하나. 김세훈 위원장은 본인의 사퇴가 다른 무엇과 거래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영화인들과 김세훈 위원장의 만남에 대해 2월 7일 당시 선언에 동참한 다른 영화인들도 강하게 비판하는 모양새다. 김혜준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 이사장은 "영화단체들이 중단된 사업 진행에 대해 영진위와 의논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영진위원장 퇴임 시기에 대해 논의하는 것 등은 다소 무리하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영화 단체 소속 영화인들 역시 "기존 입장에서 후퇴할 필요는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관련 기사: 갈 길 먼 영화계 적폐청산, 영진위원장 퇴진은 언제?)

 23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영화단체의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 박환문 사무국장 고발 기자회견에서 영진위의 영화발전기금 유용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봉준호 감독

지난 12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영화단체의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 박환문 사무국장 고발 기자회견 자리. 봉준호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등 많은 영화인들이 여기에 동참했다.ⓒ 성하훈


영진위 노조 성명서 전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지난 2월 7일 가칭 '블랙리스트 대응 영화인 행동'이 김세훈 위원장의 사퇴 및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영화인 1052인 선언문을 발표한 지도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분노한 영화인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과, 그리고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져야하는 김세훈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정작 영화진흥위원회는 변명과 억울함만 호소하는 위원장과 함께 무책임과 무능력의 늪에 빠져 침묵으로 일관했다.

정권의 입맛에 맞춰 영화진흥정책과 사업이 널뛰듯 하고, 영진위 내부의 블랙리스트 실행이 특검 수사 등을 통해 일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도, 진실을 낱낱이 고백하며 사과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거나 억울하다면, 대체 김세훈 위원장은 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의 자리에 있어야 하는가. 그토록 본인이 원하는 "명예회복"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김세훈 위원장은 정녕 박근혜 정권 아래 벌어진 수많은 영화계 농단 사태에서 본인은 결백하고,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지난 9일 문체부가 '문화예술정책의 공정성 제고 방안'을 발표한 시점과 맞물려 앞뒤로 묘한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김세훈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사퇴를 촉구했던 영화계의 한 인사가 김세훈 위원장에게 두 가지 제안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는 대선직후 위원장 사퇴, 두 번째는 영진위와 영화단체 간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영진위 사업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제안에 대해 3월 7일 저녁에 김세훈 위원장과 합의했음을 영화인 측과 사측이 동시에 노동조합에 앞 다퉈 소식을 전하는 차마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이 제안을 했던 해당 인사는 영화계의 영화진흥사업 보이콧으로 인해 실제로 지원사업 진행이 늦어지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영화인들의 상황 돌파 필요성과 함께, 김세훈 위원장과 9인 위원회를 허수아비로 단정하면서, 영진위의 새로운 인력들이 영화계와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2017년 영진위 사업진행과 2018년 사업계획 수립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즉, 김세훈 위원장 체제에서 부역했으니 현 사태를 책임져야하는 기존의 본부장들을 논의에서 배제하고, 팀장이나 실무자들로 영화계와 비상대책기구를 꾸리자는 내용이었다.

이 무슨 해괴한 제안인가! 영화진흥위원회는 영비법에 근거하여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엄연한 의결기구를 가지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가칭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영화단체장들과 2017년 사업에 대한 점검과 변경 등을 논의하자면서, 김세훈 위원장과 9인위원회 그리고 관리자들인 본부장들이 존재하는 현 조직체계에서 그 논의 자리에 아무런 책임이나 권한이 없는 실무자급 팀장들이 간다면 대체 무엇을 협의하고 무엇을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또한 가칭 비상대책기구에 영진위 9인위원회를 넘어선 사업에 대한 결정 권한이 주어진다면, 그것은 또 누가 승인한다는 것인가? 위원장의 대선직후 '안전한' 사퇴라는 카드와 이러한 졸속 비상대책기구를 제안한 그 속내가 무척 궁금하다. 더불어 영화계의 각 단체들과 치열한 협의 및 논의 과정을 거쳐 도출해 낸 제안인지도 매우 의심스럽다.

일부 언론을 통해 김세훈 위원장의 이러한 접촉과 협상 진행이 보도되면서 사측은 3월 15일 오전 전례 없는 두 번째 월례조회를 열었다. 조직개편 등 내부에 벌려놓은 일도 수습 못하고 있는 위원장에게 노조가 대직원 사과를 요구한 후 개최한 지난 3월 6일 조회 이후 불과 열흘도 안 되어 또 직원조회를 개최한 것이다. 위원장은 언론에 보도된 사퇴시기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자신도 사퇴하고 싶지만 위원장 "역할을 다하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금 당장 사퇴할 수 없고, 본인도 사퇴 얘기 나오는 것이 "지겹다"고 말했다. 또한 13일로 예정했다가 전날 밤 급하게 취소한 가칭 비상대책기구 협의자리도 그저 실무자급 간담회라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밀실행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초법적 비선 권력이 날뛴 박근혜 정권 4년의 결말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 드러난 김세훈 위원장의 밀실행정은 일부 영화계 인사와의 사퇴 기한 조율이나 비상대책기구 졸속 추진 등이 전부가 아니었다. 지난 13일 월요일 영진위 미래전략본부는 각 본부장과 팀장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하며 <영화진흥사업 지원체계 개선안>을 이메일로 배포하였다. 이 문건에는 영진위 지원사업 체계의 개선방향과 체계개선에 따른 사업분류안, 비효율적인 사업의 폐지나 방식 전환, 일부 영화계의 요구를 반영한 중점추진사업 선정 추진 등 매우 중차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심지어 일부 내용은 마치 그렇게 사업이 결정된 것처럼 기정사실화하여 기술하고 있는 매우 '위험천만한' 자료이다. 준정부기관인 위원회의 사업계획을 이렇게 쉽게 방식을 전환하고, 폐지하고, 위탁하고, 예산을 증액할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개선안이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누구와 대화하고, 누구와 협의하고, 누구와 치열하게 토론을 거쳐 영진위 사업체계들을 개선하고자 하는 안이 만들어졌는지 김세훈 위원장은 밝혀야한다. 15일 직원조회에서 본인이 말했듯이 이 개선안에 대해 정말 몰랐다면 그것만으로도 위원장은 자신의 무능력을 증명하는 셈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발전기금의 관리 및 운용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준정부기관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공공기관의 수장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으며, 때로는 개인적인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 정권의 블랙리스트 실행기관의 기관장으로 부역한 자가 무슨 염치로 안전하고 명예로운 퇴진만을 고집할 수 있단 말인가. 김세훈 위원장은 본인의 사퇴가 다른 무엇과 거래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우리 영화진흥위원회 노동조합은 하루빨리 영화진흥위원회가 과거의 적폐를 철저히 청산하고, 정상화되어 영화계와 함께 한국영화의 진흥을 위한 새로운 시대를 도모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모든 일은 순리대로, 법과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옳다. 우리 영진위 노동자들은 밀실협상이나 밀실행정을 원하지 않는다. 김세훈 위원장은 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 그리고 문체부는 이미 지난 12월 말과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위원들의 위촉을 위한 절차를 조속히 밟아야 한다. 주무부처가 눈치보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사이 가칭 비상대책기구와 같은 해괴한 제안과 협상이 오가게 된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영화에 관한 지원 역할을 위임받은 범국가부문 전문기구로서 정부로부터 예산은 지원받지만 정책적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받는 분권자율기관이자 준정부조직이다. 우리 영진위 노동자들은 공공성을 지키고, 한국영화의 진흥에 매진하는 기관의 종사자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 작금의 상황은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하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김세훈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2017년 3월 1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영화진흥위원회노동조합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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