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워터 호라이즌 끔찍한 해양참사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딥워터 호라이즌호 폭발사건을 다뤘다.

▲ 딥워터 호라이즌 끔찍한 해양참사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딥워터 호라이즌호 폭발사건을 다뤘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기사수정 : 2월 20일 오전 10시 30분]

태풍 차바가 동남권을 휩쓴 지난해 10월 5일, 부산 고신대학교 공공기숙사 공사장에서 50대 건설노동자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설현장에 설치돼 있던 2.9t 무게 소형크레인이 강풍에 쓰러지며 근처 컨테이너에서 쉬던 노동자를 덮친 것이다. 사망자는 하청업체에서 파견한 건설노동자 오아무개씨로 거센 폭풍우 가운데서도 출근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5년 산업재해 발생현황'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2만5132건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10월 28일을 기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시행, 불가항력의 사유로 수급인이 공사기간 연장을 요청하면 도급인이 기간을 연장해주도록 했다. 기존엔 수급인이 공사를 맡긴 도급인이 요구하는 날짜 안에 공사를 끝마치기 위해 악천후에도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사례가 어디 건설현장에만 있을까. 영화 <판도라>에서 나라 전체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건은 이익 극대화를 위해 안전을 도외시한 이들 때문에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죽음을 맞는 이들 상당수는 고신대학교 공사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하청업체 파견근로자였다.

오늘 다룰 영화 <딥워터 호라이즌>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멕시코만에서 석유시추공을 뚫는 작업을 진행한 해양플랜트 딥워터 호라이즌호 폭발사건을 다룬다. 2010년 4월 20일, 세계 최대 석유업체 BP(British Petroleum)의 해양플랜트 딥워터 호라이즌호가 멕시코만에서 폭발했다. 부러진 시추파이프를 통해 무려 7억7860만L의 원유가 해수면으로 떠올라 광대한 기름막을 이룬 대형 사고였다.

유출된 기름이 얼마나 많았냐면 BP가 해수면에서 몇날 며칠을 불태운 기름이 4925만L로 전체 유출량의 6%에 불과했을 정도다. 뜻밖에 발견된 심해 박테리아가 바다 위에 뜬 기름을 극적으로 분해하지 않았더라면 해양생태계 전체가 질식해 멕시코만이 영영 죽음의 바다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영화는 기름유출의 시발이 된 딥워터 호라이즌호 폭발과 그 배경에 집중한다. 11명의 희생자를 낳은 폭발이 왜 일어나게 됐는지 사건 발생 직전 며칠을 재구성해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의 주제는 뚜렷하다. 안전과 경제논리를 같은 저울에 올릴 때 안전문제는 발생하고야 만다는 것. 고신대학교 공공기숙사 건설현장과 <판도라> 속 원자력발전소에서와 같이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이익을 좇다 구성원의 안전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게 영화의 줄기가 되겠다.

"치실을 쓰게, 멀리 보면 그게 돈을 아끼는 거야"

딥워터 호라이즌 주연배우 마크 월버그, 커트 러셀과 대화하는 피터 버그 감독.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스포츠와 전투, 재난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옮겨가며 재능을 한껏 발휘하는 피터 버그의 매력에 풍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딥워터 호라이즌 주연배우 마크 월버그, 커트 러셀과 대화하는 피터 버그 감독.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스포츠와 전투, 재난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옮겨가며 재능을 한껏 발휘하는 피터 버그의 매력에 풍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는 영화 속에서 한 마디 대사로 명확히 표현되는데 다음과 같다. 멕시코만에서 석유시추공을 뚫는 작업을 진행하는 해양플랜트에 BP본사 직원이 방문한다. 그는 선장에게 시추를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지만 하청업체에서 파견된 선장은 최소한의 시험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강행할 수 없다고 맞선다. 돈만 밝히는 본사 직원 돈 비드린(존 말코비치 분)의 압력이 점차 거세지자 선장 지미 하렐(커트 러셀)은 그와 담판을 짓기 위해 그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이때 지미가 주인공 마이크 윌리엄(마크 월버그 분)에게 건넨 말이 무겁게 다가온다. "자네, 양치할 때 치실 쓰나? 치실을 쓰게. 그게 멀리 보면 돈을 아끼는 일이지". 얼핏 지나치기 쉬운 이 대사 하나가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그대로 함축하고 있다.

치실을 쓰는 것이나 충분한 안전시험을 하는 것이 짧게 보면 돈과 노력을 더 들여야 하는 거추장스런 일처럼 여겨지지만 길게 보면 큰 사고를 방지한다는 것. 눈 앞의 이익만 바라보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 아래선 놓치기 쉬운 현명함이다.

<판도라>와 <딥워터 호라이즌>은 무분별한 하청과 간접고용의 문제도 은근히 비판한다. <판도라>에서 발전소 현장직 노동자 대다수가 협력업체에서 파견된 직원으로 장비와 처우가 형편없이 열악하게 그려지는 것처럼 <딥워터 호라이즌>에서도 BP 본사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사이의 격차가 상당하게 그려진다. 선장을 포함한 선원 대부분은 하청업체 소속으로 보이는데 이들은 시추작업을 강행하라는 본사직원의 무리한 요구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다.

영화 속 딥워터 호라이즌호는 잔고장 투성이다. 돈만 밝히는 BP직원 돈이 엔지니어 마이크에 고장난 부분을 대보라고 하자 마이크가 끝도 없이 답을 이어갈 정도다. 배 곳곳이 고장나 수리가 필요한데도 이를 고치지 않고 작업을 진행해야 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여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본사와 약정한 기일을 맞추기 위해 잔고장을 수리할 시간이 없었던 것일 수도, 계약을 따내기 위해 낮은 비용을 청구했고 그로 인해 고장난 설비를 수리하는데 비용을 쓸 수 없었던 것일 수도, 혹은 그 모두 때문이었을 것이다. 해저시멘트 마감상태를 검사하러 온 또 다른 협력업체 직원들은 본사직원의 말 몇마디에 철수 결정을 내리고, 역시 본사직원의 압박에 선장은 충분한 시험 없이 시추작업을 시작한다. 과연 이게 영화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납치된 선장의 영웅적 행동 이면에 감춰진 것은?

캡틴 필립스 다른 상선과 달리 소말리아 근해를 가로지르다 해적에게 피랍된 앨라배마호 선장 리차드 필립스(톰 행크스 분). 영화는 피랍된 선장의 침착하고 영웅적인 대처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관객이 진짜 봐야할 건 그 이면에 있다. 실제 소니는 당시 선원들이 진실을 이야기하는 걸 막는 대가로 거액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 캡틴 필립스 다른 상선과 달리 소말리아 근해를 가로지르다 해적에게 피랍된 앨라배마호 선장 리차드 필립스(톰 행크스 분). 영화는 피랍된 선장의 침착하고 영웅적인 대처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관객이 진짜 봐야할 건 그 이면에 있다. 실제 소니는 당시 선원들이 진실을 이야기하는 걸 막는 대가로 거액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이쯤돼서 다른 영화 한 편이 떠오른다. 해양재난을 다뤘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유사한 지점이 많은 <캡틴 필립스>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미국 상선 선장의 이야기로 이 영화가 생략하고 있는, 그러나 결코 생략돼선 안 됐을 중요한 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필립스 선장이 이끄는 앨라배마호는 소말리아 해적이 자주 출몰하는 소말리아 근해를 항해하다 해적의 타깃이 된다. 이때 해적의 레이더엔 다른 배들로부터 앨라배마호만 동떨어져 항해하는 것으로 표시된다. 영화에서 선원을 위해 스스로 위험을 무릅쓴 영웅으로 묘사된 필립스 선장은 실제로는 사건 발생 이전 수차례에 걸쳐 해적 출몰을 경고하는 이메일을 무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최단기간 항로로 물품을 수송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선사의 요구와 일치하는데 영화를 본 전문가 상당수는 선장이 이 같은 항로를 선택한 데에 본사 측의 압력 혹은 본사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하는 무리한 판단이 있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위성을 통해 본사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21세기 상선에선 선장들이 본사로부터 기상상태가 좋지 않거나 해적이 출몰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해역을 가로지르라는 압력을 받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캡틴 필립스>의 필립스 선장과 <딥워터 호라이즌>의 지미 선장, <판도라>의 원자력발전소 담당자의 모습이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 이유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구출된 석해균 선장만 해도 삼호 주얼리호를 타고 소말리아 연안으로 나가기 직전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석 선장은 삼호 프리덤호를 타고 긴 항해를 마친 직후 삼호 주얼리호를 맡아 문제의 항해에 나섰다. 장거리 운항 후 최소 한 달 정도의 휴식이 필수적이지만 삼호해운 측이 석 선장에게 운항을 요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랍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과연 회사는 무얼 위해 막 항해를 끝낸 선장에게 새 항해를 제안한 것일까. 해군의 성공적인 구출작전과 석 선장의 영웅화에 앞서 조명됐어야 했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소말리아에서 납치되는 한국 배가 유독 많은 게 그저 한국 선사가 유명하기 때문이라 믿는다면 그건 순진한 생각이다.

재난영화보다 더 재난 같은 이야기

딥워터 호라이즌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이 일어난 뒤, BP에서 파견된 돈 비드린(존 말코비치 분)에게 꺼지라고 소리치는 지미 하렐 선장(커트 러셀 분). 그러고보면 <딥워터 호라이즌>에선 최대 석유업체 BP가 <캡틴 밀립스>에선 최대규모 선사 머스크의 상호가 그대로 쓰이는데 왜 우리 영화에선 삼성과 LG의 이름이 그대로 쓰이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 딥워터 호라이즌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이 일어난 뒤, BP에서 파견된 돈 비드린(존 말코비치 분)에게 꺼지라고 소리치는 지미 하렐 선장(커트 러셀 분). 그러고보면 <딥워터 호라이즌>에선 최대 석유업체 BP가 <캡틴 밀립스>에선 최대규모 선사 머스크의 상호가 그대로 쓰이는데 왜 우리 영화에선 삼성과 LG의 이름이 그대로 쓰이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더 있다. 특별히 최근 화제가 된 사례 몇가지를 언급해보려 한다. 얼마 전 전남 여수석유화학국가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협력업체에 파견돼 일하던 고교 3학년 실습생(수습사원) 정모군이 회사 창고에서 목을 매 숨졌다는 소식이 있었다. 대림산업 협력업체 금양산업개발에 수습사원으로 입사해 일한 지 채 두 달이 안 된 시점이었다. 정군의 휴대전화에선 금양산업개발보다 규모가 큰 다른 협력업체 직원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정군의 아버지는 정군이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할 때 손가락 지문 10개가 모두 지워져 손목 지문을 어렵사리 채취해 등록한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열 손가락 지문이 모두 지워질 만큼 일한 끝에 죽음에 이른 청년에 대해 원청업체인 대림산업은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일이라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실 특성화고 학생의 자살은 처음이 아니다. 비정규직이나 파견보다 싼 인력공급 방식으로 기업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는 최근 많은 논란을 사고 있는 상태다.

한국 산업을 선도한다는 현대·기아자동차에서도 이익을 좇다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꺾는 일이 발생한다. 이들 업체는 하청업체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사실상 정규직원처럼 썼으면서도 정규직으로 고용하지 않았다가 지난 10일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컨베이어 벨트 위가 아닌 간접공정 과정에서 근무하는 사내하청업체 파견노동자들도 사실상 원청업체가 고용상태를 관리하고 2년 이상 고용상태를 유지한 사실이 인정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간 현대·기아차 정규직원과 임금에서도 차별받았던 이들은 그 차액을 지급받게 됐다.

이들 모두는 하나의 구조적인 원인 아래 발생한다. 노동과 안전이 경제논리에 밀려 자리를 잃었을 때 딥워터 호라이즌호가 폭발하고 캡틴 필립스가 피랍되며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된다. 그 와중에 채 피어보지 못한 청춘이 목숨을 잃고 그 가족과 친구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온 사회가 걍팍해져 간다.

가만 보면 현대·기아차 파견근로자 판결처럼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는 것도 같다. 하지만 그 속도는 아직 너무나 느리고 죽어가는 아까운 생명은 너무나도 많다. 구의역 스크린도어에서 목숨을 잃은 청년이 있었다. 대림산업 협력업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년이 있다. 그 다음은 누구일까.

<딥워터 호라이즌>을 보며 나는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이, 끊어야 할 고리가 무엇인지 명확히 깨달았다.

딥워터 호라이즌 텍사스대학교 4년 장학생이라는 케일럽(딜런 오브라이언 분)이 딥워터 호라이즌호에서 파견업체 노동자로 위험한 노동을 하고 있었던 이유는? 자세히 뜯어보면 미국과 한국의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 딥워터 호라이즌 텍사스대학교 4년 장학생이라는 케일럽(딜런 오브라이언 분)이 딥워터 호라이즌호에서 파견업체 노동자로 위험한 노동을 하고 있었던 이유는? 자세히 뜯어보면 미국과 한국의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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