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포스터

▲ 컨택트 포스터 ⓒ UPI 코리아


이름만큼 닮은 두 영화가 있다. 2월 2일 개봉해 50만 관객을 넘어선 <컨택트>와 개봉 20년이 넘도록 걸작 SF로 손꼽히는 <콘택트>가 그것이다.

같은 SF장르임에도 <콘택트>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을 들고 온 <컨택트>를 보며 사람들은 엇갈린 평을 내놨다. 혹자는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이야기라 감싸 안았고 다른 누군가는 교묘한 연출로 앙상한 내실을 가린다는 혹평을 쏟았다.

진실이 무언지는 영화를 보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졌다. 다만 이 자리에서 두 영화가 서로 얼마나 닮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로부터 가려진 진실이 자연히 드러나리라 기대한다.

두 영화는 인간과 외계인, 서로 다른 두 존재의 소통을 그린다. 그로부터 미지의 것을 대하는 인간과 사회의 모습을 비춘다. <컨택트>는 어느 날 갑자기 열두 개의 우주선이 열두 나라 상공에 나타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열두 나라는 각자의 방식으로 외계인이 나타난 이유를 알아내려 골몰한다. 미국은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분)와 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 분)을 우주선 안으로 들여보내 외계인이 지구에 온 이유를 알아내고자 한다.

<콘택트>는 외계생명체를 탐색하는 과학자 엘리(조디 포스터 분)가 미지의 신호를 잡아내며 시작된다. 신호는 26광년 떨어진 베가성에서 온 것으로 기초구성이 모두 소수로 이뤄져 있다. 이는 인류가 다른 지적 생명체와 소통할 때 쓸 수 있는 매개로 수학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원작자 칼 세이건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 정부는 엘리를 포함한 과학자를 총동원, 외계인이 신호를 보낸 이유를 찾아내려 한다. 엘리의 곁엔 신학자이자 작가 팔머(매튜 매커너히 분)가 함께 한다.

<콘택트>와 <컨택트> 닮은 점

컨택트 시각적인 활자를 통해 외계생명체와 소통을 시도하는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분). <콘택트>에서 엘리(조디 포스터 분)가 수학적 개념으로 소통을 시도한 것과 대비된다.

▲ 컨택트 시각적인 활자를 통해 외계생명체와 소통을 시도하는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분). <콘택트>에서 엘리(조디 포스터 분)가 수학적 개념으로 소통을 시도한 것과 대비된다. ⓒ UPI 코리아


<컨택트>에서 루이스와 외계인의 소통은 시각적인 문자를 통해 이뤄진다. 외계인은 원형의 문자를, 인간은 영어를 상대에게 가르치며 서로의 언어를 공유해나간다. 둘의 소통은 외계인의 음성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이들의 문자가 표음이 아닌 표의문자라는 것, 이들의 언어에 시제가 없다는 것 등을 발견하며 급물살을 탄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루이스는 외계인이 지구에 어떤 도구를 전해주러 왔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하지만 해석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고 사회적 혼란도 극으로 치닫는다. 뉴스는 특정 종교집단의 집단자살을 비추고 루이스와 이안은 광신자들의 폭탄테러로 생명의 위기를 겪는다.

<콘택트>에서 과학자들은 외계에서 보내온 신호를 서류형태의 2차원이 아닌 입체형태의 다차원으로 봐야 해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이로부터 해독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져 외계인들이 베가성까지 가는 일종의 수송선 도면을 보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는 외계인이 보내온 신호 가운데서 히틀러의 연설영상이 발견되며 증폭된다. 정부 당국과 시민사회는 일대 충격에 휩싸이고 광신자들의 집단자살 등 돌출행동이 이어진다.

콘택트 1997년작 <콘택트>의 주인공 엘리(조디 포스터 분)는 과학자로, 팔머(매튜 매커너히 분)는 신학자이자 작가로 등장한다. 20년의 시차를 두고 개봉한 <컨택트>의 주인공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분)는 언어학자로, 이안(제레미 레너 분)은 물리학자로 나온다. 성별만 바뀐 국가대표 문·이과 조합이다.

▲ 콘택트 1997년작 <콘택트>의 주인공 엘리(조디 포스터 분)는 과학자로, 팔머(매튜 매커너히 분)는 신학자이자 작가로 등장한다. 20년의 시차를 두고 개봉한 <컨택트>의 주인공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분)는 언어학자로, 이안(제레미 레너 분)은 물리학자로 나온다. 성별만 바뀐 국가대표 문·이과 조합이다. ⓒ 워너브라더스


엘리를 비롯한 일부 과학자들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TV전파를 통한 현장중계가 이뤄졌고 이때 일부 전파가 우주로 쏘아져 외계로 나간 최초의 신호가 됐다고 설명한다. 외계인들이 인간이 보낸 최초의 신호를 되돌려 보낸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돌출하는 광신자들의 행동은 폭탄테러로 이어지고 엘리의 경쟁자인 한 과학자가 죽음을 맞는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마음을 닫은 엘리와 딸을 잃고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루이스. 두 영화는 이들이 다른 존재와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찾는 이야기다. 외계인과의 접촉이라는 일대 사건을 통해 개인의 삶을 돌아보는데 집중하는 독특한 SF영화다.

거대한 우주에 인간 아닌 다른 존재가 있으리란 가정을 열어두고 다른 존재와의 소통가능성을 탐색한 <콘택트>와 닫혀 있던 시간에 대한 인식을 열어 선택과 운명의 문제로 돌입한 <컨택트>. 분명한 건 <컨택트>가 혹세무민하는 일부 평론가의 말처럼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이야기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영화는 익숙한 설정을 몇가지 교묘한 장치로 낯설게 만들고 그로부터 극적인 재미를 창출하는 효율적인 작품이다.

그로부터 영화가 어떤 가치를 이룩했을지 판단하는 건 오롯이 독자 개인의 몫이다.

콘택트 1997년작 <콘택트> 포스터

▲ 콘택트 1997년작 <콘택트>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노숙인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와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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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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