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과거엔 악기 연주에 능숙하고 악보도 술술 쓸 줄 알아야만 작곡가가 될 수 있었지만 이른바 컴퓨터를 활용한 작곡 환경이 널리 보급되면서 이젠 어느 정도의 장비, 프로그램, 감각 등을 활용해 누구나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심지어 태블릿만으로도 간단한 곡을 만들 수 있는 게 요즘 아니던가.

힙합, EDM 같은 전자 사운드 위주의 음악을 하지 않더라도 록 그룹을 하거나 기타 또는 피아노 연주를 주로 하는 싱어송라이터들도 이젠 PC를 활용한 작곡 작업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덕분에 예전엔 주요 악기에 능숙한 전문 스튜디오 세션맨을 섭외하지 않고 직접 혼자서 녹음을 하는 음악가들이 상당히 늘어난 지 오래다.

DAW란 무엇인가?

 애플의 DAW 프로그램 로직 프로 X

애플의 DAW 프로그램 로직 프로 X ⓒ apple.com


DAW(Digital Audio Workstation)는 바로 음악 작곡 및 녹음, 편집 등의 작업을 위한 시퀀서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편의상 '작곡 프로그램'으로 일컫는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녹음/편집 및 심지어 음원 제작까지도 단 한 번에 끝낼 수도 있다. (물론 더욱 좋은 소리의 상업 음원 제작을 위해선 전문적인 전문 편집/마스터링 프로그램과 스튜디오 및 엔지니어의 손을 빌어 만들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마스터 키보드와 마우스 등을 활용해서 음표를 입력하거나 직접 마이크/기타 등을 연결해 실시간 녹음을 할 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기 집 안방에서도 프로듀서 및 엔지니어 역할까지 하면서 음원 제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최근 작곡가 또는 싱어송라이터라면 대부분 DAW의 도움을 받아 곡을 만드는 일이 다반사다.

현재 국내에선 스테인버그의 큐베이스(CuBase)와 애플의 로직(Logic) 프로그램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큐베이스(Win/Mac OS용)는 압도적인 사용자 수를 바탕으로 실용 음악 학원, 아마추어 작곡 지망생부터 프로 뮤지션에 이르는 폭넓은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로직은 맥 OS 전용으로 나온 제품으로 최근 시장을 넓혀나간 인기 DAW 이다.

이밖에 일렉트로닉 음악 및 라이브 퍼포먼스에 최적화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에이블튼 라이브(Ableton Live), FL 스튜디오(FL Studio), 저가격 정책 + 편리함으로 사용자층을 늘려가는 스튜디오 원(Studio One)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널리 애용되고 있다.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회사의 정책에 따라 무료 체험판에서도 기능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수십만 원 이상의 고가 제품 등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제품 특성상 포장된 박스 제품 대신 인터넷 다운로드 형태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큐베이스, 스튜디오 원 등 일부 제품은 학생/교직원이라면 관련 서류 제출만으로 50% 정도 할인된 '에듀케이션 버전'을 살 수도 있다.

실제 오케스트라 소리와 똑같이... 가상악기 소프트웨어

 유명 팝가수 알리샤 키스의 파이노 소리를 재현한 가상악기 Alicia's Keys Piano 실행 화면

유명 팝가수 알리샤 키스의 파이노 소리를 재현한 가상악기 Alicia's Keys Piano 실행 화면 ⓒ Native Instruments


가상악기(VSTi : Vertual Studio Technology Instrument)는 앞서 언급한 DAW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악기 프로그램(소프트웨어)들을 일컫는다. 원래 DAW에도 자체 내장된 기본 악기들이 있지만, 이것만으론 실제 녹음에 활용할만한 다양한 악기들을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별도의 가상 악기 소프트웨어들을 사용하게 된다.

VSTi 역시 종류에 따라선 무료 배포부터 수백만 원대에 이르는 등 다양한 가격대를 형성하는데 간단한 프로그램은 몇십~몇백MB 정도의 용량을 차지하지만, 드럼 계열은 몇 GB 이상의 고용량을 자랑한다. 관현악(오케스트라) 계열은 제품에 따라선 심지어 수백 GB에 달해서 다운로드 외에 아예 별도의 외장 하드디스크 형태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들 VSTi는 초창기만 해도 이른바 '오락실 사운드'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금은 실제 유명 연주자+관현악단의 녹음을 활용해서 이에 근접한 소리를 내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한스 짐머, 알리샤 키스 등 인기 뮤지션의 이름을 딴 제품들도 대거 출시)

덕분에 전문 연주인 대신 이들 소프트웨어 악기를 이용해 실전 녹음에 사용하는 게 이젠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예전엔 주로 댄스 음악에서 이들 가상 악기를 사용해왔지만, 지금은 팝, 록, 발라드, 포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널리 이용되는 실정이다. 반대로 실제 악기를 연주하던 스튜디오 전문 연주인(세션맨)들의 수요는 아쉽게도 그만큼 줄어든 상황이다.

현재 현업 작곡가/아마추어 지망생들 사이에서 널리 애용되는 가상 악기들은 아래와 같다. 실제로 최근 발표되는 국내가요 사운드의 상당 부분은 이들 소프트웨어가 담당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주요 가상악기 소프트웨어 리스트
[피아노] The Grand 2, Akoustik Piano, Alicia's Keys Piano
[일렉트릭 피아노] Elektik Piano, Lounge Lizard
[신디사이저] Nexus, Vanguard, Atmosphere
[기타] RealGuitar, Ample Sound, Scarbee
[베이스] Trillian, Ample Sound, Scarbee
[드럼] BFD3, Addictive Drum
[드럼 샘플러] Battery 4
[현악기] LA Scoring Strings, Hollywood Strings
[종합 악기 라이브러리] Komplete 10 (기타/키보드/드럼/신디사이저 등 대부분 악기 총 망라)
[샘플러] Kontakt 5

활용은 결국 창작자 본인의 몫

간혹 인터넷을 떠돌다 보면 아마추어 작곡 지망생 중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문제, 보유한 가상 악기 수 부족 등을 푸념하는 글들을 종종 접할 수 있다.

"A 프로그램을 사용 중이지만 실력 향상이 안 돼서 B 프로그램으로 바꿔 볼까요?"
"데모 작업물 보냈는데 매번 퇴짜에요. 좀 더 비싼 C 가상 악기 구매해야 하나요?"

비싼 제품일수록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고가의 소프트웨어 악기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도 결코 아니다. 몇몇 프로 작곡가/뮤지션들은 구형 장비 사용에 심지어 무료 수준에 가까운 프로그램만으로도 좋은 곡들을 만들고 작업에 활용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창작자 본인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작곡 가상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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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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