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영화계가 위기에 빠진 영화제를 위해 보이콧까지 했는데 왜 이런 소중한 자산을 이렇게 밖에 활용하지 못하는지 화가 난다"며 "언제부터 영화제가 눈치꾼을 전락했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유성호
- 당시 협상은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주도하지 않았나."그렇다. 이게 5월 3일 이야기다. (강 위원장이) 부시장을 만나러 간다기에 어떤 확답을 하지 말고 영화인들과 의논하겠다는 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알았다고 했는데, 강수연 위원장과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함께 부시장을 만나 다른 내용으로 합의가 된 거다. 당황했다. 내가 검찰에 기소를 당한 날이다. 그 다음날 (부산 지역) 신문엔 영화제가 사실상 부산시에 백기를 들었다는 논조의 기사가 나왔다.
그래도 늦지 않았다. 우리 의견이 아니고 영화인들과 의논하고 수락한다고 해도 안 늦는다고 말했다. 다 이미 발표가 됐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게 강수연 위원장 입장이었다. 이후 그가 서울로 올라갔고, 난 나머지 사람들에게 화를 냈다. 원포인트 개정이 이런 거였냐고. 앞으로 난 영화제 사무실에 오지 않겠다고 말하고 나왔다.
고민하다가 5월 5일에 김동호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좀 아닌 거 같습니다. 조직위원들 임기가 2~3년이나 남았고, 나중에 정관 개정은 쉽지 않을 겁니다. 임시총회 전에 개정을 조건부로 하는 게 어떻겠는지' 말씀드렸다. 생각해보겠다고 하셨다."
- 결과적으론 뜻을 함께 했던 강수연 집행위원장,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등이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건데."협상력이라기보다 왜 마음이 급하셨을까. 이게 한 편으론 칸영화제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고, 강 위원장께서도 올해 영화제를 열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인 것도 있고. 하지만 둘 다 급한 게 아니다. 사람들의 협조와 이해를 구하는 게 급선무다."
- 그 뒤로 교류가 없었던 건가."연락이 왔다. 부산으로 김동호 위원장과 강수연 위원장이 오신다기에 내가 올라갔다. 5월 7일이었다. 셋이 만났는데, 이미 김동호 위원장이 전화로 서병수 시장에게 조직위원장직을 수락한 뒤였다. 그래가지고 무슨 얘기가 되겠나. 난 그래도 '시간을 더 버십시오, 왜 이리 서두르십니까'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렸다. 안 받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정치적 탄압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시라고. 만일 그게 어렵다면, 서병수 시장이 절대 사과할 사람이 아니라면, 조건부로 받아들이시라 말했다. 그 조건이라는 게 정관 개정을 먼저하고 조직위원장을 하시라는 거였다. 이렇게 위원장 자리만 받으시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가 있는데 그게 두렵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웃으시기만 하셨다.
기왕 수락하셨고 취소하기 힘들다면 며칠 시간을 버셔서 영화인과 의논하는 걸 제안했다. '보이콧까지 선언했는데 먼저 의논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하니 칸영화제 다녀와서 의논하겠다고 하시더라. 마찬가지로 난 '거기 가서도 영화제를 무조건 한다고 말씀 마시고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도와달라고 하시라' 그랬다. 그랬는데도 안 들으시니 내가 어떻게 하나. 말씀드릴 건 다 드렸다. 하시고 안 하시고는 조직위원장의 몫이지만, 난 여전히 이 합의를 못 받아들이겠다고 말씀드리고 헤어졌다."
"5월 3일 강수연-김지석-부시장 3자 회동에서 다른 내용으로 합의"- 그런데 칸영화제에서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8일에 서병수 시장의 전화를 받았고, 그때 수락했다고 말했다."7일 오후 6시에 인사동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강남으로 바꿨다. 그 전에 한 영화인을 만났는데 그 분도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김동호 위원장님이 직접 날 부르셨으니 들으실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차가 막혀 약속시간보다 15분 정도 지각했다. 두 분(김동호, 강수연)에게 죄송하다 말하려는데, 그쪽 전화벨이 울리더라. 서병수 시장이었다. 밖에 나가셔서 받으시는데 내용이 대충 들렸다. 그 자리에서 수락하시더라. 가슴이 미어졌다. 내가 드릴 수 있는 말은 다 드렸다고 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님에 반대하고 의견이 다르지만 그래도 따르겠다고 차마 말하지는 못하겠더라."
- 당신은 지금의 합의를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대외적으로 당신의 명예회복을 강조하고 있다."정치적 탄압인데 (그 분이) 어찌 명예회복을 시켜주나. 내가 그 분을 반대하는 건 미워서가 아니라 해결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다. 서병수 시장이 세 번이나 약속을 안 지켰지 않나. 강수연 공동위원장을 모셔올 때도 1년 반에서 2년간은 공동 체제로 인수인계를 한 뒤 물러나게 해준다 했는데 안 지켰고, 그 당시 영화제 일을 그만두면 검찰 고발은 안 한다고 했는데 난 잘못한 게 없어서 안 받은 거고, 연임 안 하면 정관개정 합의해 준다고 했는데 안 해준 거 아닌가. 이 와중에 김동호 위원장님이 정관 개정하겠다고 하면 과연 해줄까? 믿는 게 이상한 거다.
내 입장은 하나다. 서병수 시장의 사과와 정관 개정이다. 만약 내가 이후 조직위원장을 하는 게 명예회복이라 생각하신다면 날 두 번 죽이는 거다. 영화제에 남지 않아도 떳떳한 게 중요하다. 내가 그나마 버텨서 부산시장의 당연직이던 조직위원장이 민간에 잘 이양됐고 정관도 개정됐다는 말만 있어도 충분하다."
- 검찰 조사 이후 공판을 남겨 두고 있다. 조사 결과가 나쁘지 않다고 들었다."난 무죄 아니면 벌금이냐였는데 검찰 조사에서 '개인 비리는 없다'는 문구가 들어갔더라. 이건 고마운 일이지."
여기까지만 보면 분열이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도 인정했다. 다만 그는 "양심적으로 내가 합의안 반대하면 분열인 건데, 이미 분열은 됐고 크게는 영화계 분열이 더 두렵다"고 속내를 전했다. "김동호 위원장께 드릴 말은 다 드렸으나 끝내 설득시키지 못한 내 자신이 밉다"며 자책했다.
그리고 힘들게 말을 이어갔다. 이후 이어지는 내용은 보이콧 선언을 한 영화인 및 부산지역 시민단체를 향한 그의 바람이며,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부산영화제에 대한 고언이다.
* 인터뷰는 두 번째 기사로 이어집니다. [인터뷰②] 이용관의 고언 "언제부터 영화제가 눈치꾼 전락했는가"